수출 늘고 있는데…한국은행은 수입 걱정?
최근 우리 경제 버팀목이 되는 건 수출입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이달 들어서만(7월 1일~1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름 휴가 등 계절적 요인이 있는데도 반도체를 포함한 I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우상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렇게 수출 흐름이 좋다는 건 반가운 소식 같기만 한데, 한국은행이 최근 수출이 늘고 있지만 수입이 부진한 점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 내수 회복 지연 '수입 부진' 유발
보통 우리나라는 경제 구조 특성상 수출이 증가하면 수입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빠른 수출 회복세에 비해 수입은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7월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수입이 부진한 경기적 요인으로 내수 회복 지연을 들었습니다.
수입 감소는 높은 환율과 고물가, 고금리 영향 등으로 국내 투자와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건데요.
올해 상반기 설비 투자와 재화 소비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습니다. 이로 인해 반도체 장비 같은 자본재나 승용차로 대표되는 소비재 수입도 함께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한은은 평가했습니다.
■ '수출의 수입유발 효과 약화'도 원인
한은은 또 최근 수입 감소가 경기적 요인뿐 아니라 수출의 수입 유발효과가 약화된 측면으로부터 비롯되는 점도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먼저 2018년 이후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중간재 국산화율이 상승했습니다.
또 사드 갈등으로 촉발된 중국의 경제 보복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을 경험하면서 2020년 이후 수출이 반도체나 자동차, 기계류 등 수출의 수입유발률이 낮은 산업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수입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반도체 등 일부 산업 특이요인도 수입 제약
한편 반도체나 항공기 등 일부 산업의 특수한 상황도 최근 수입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호조에도 예상보다 반도체 설비 투자가 부진한데 반도체 기업들이 집중하는 부분이 달라졌다는 게 한은 분석입니다.
과거에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점유율 확대에 주로 치중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수익성 제고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설비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최근 반도체 경기 호황에도 관련 기업들이 예전만큼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연구 개발(R&D) 투자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반도체 설비 투자 여력이 제약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는 진단했습니다.
항공기 도입 지연도 변수입니다. 코로나 19가 끝나고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항공기 투자도 크게 늘어날 거로 예상됐었죠. 하지만 최근 보잉사 항공기 결함 이슈 등이 불거지며 항공기 도입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이유로 운송장비 수입도 감소하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측면은 신성장 산업의 국외 투자 측면인데요. 2020년 이후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대미 투자가 크게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오히려 국내 설비 투자 여력은 상대적으로 약화 됐을 가능성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요 신성장 기업들의 대미 직접투자(FDI)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국내 설비 투자는 2022년 이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자본재 수입 동향 주목해야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가 수출 개선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하반기부터는 수출과 내수 간 성장 속도 차이도 점차 줄어들 거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가계 실질소득이 개선되고 수출 증대에 따라 기업의 투자 여력 등이 확대되면서 내수도 점차 개선될 거란 분석입니다.
물가상승률이 점차 둔화되면서 소비가 개선되고 기업 투자가 늘면 점차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한은은 향후 수입증가 속도가 수출 증가세에 비해 점진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올해 경상수지는 지난 5월 전망보다(600억 달러) 확대될 거로 예상됩니다.
한은은 수입 둔화가 경상수지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만, 원인에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가령 설비투자 같은 자본재 수입이 장기간 감소할 경우 우리 경제 생산능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국내설비투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본재 수입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이후 해외직접투자가 가파르게 들면서 도요타 등 대표 제조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 확충이 크게 늘었는데 같은 기간 일본 국내에서는 제조업 공동화 등이 나타나면서 설비 투자가 크게 줄었고 이후로도 증가가 더딘 상황입니다.
한은은 일본 사례와 같이 늘어난 대외 투자가 국내 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생산 능력 확대나 생산성 제고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비상하려면 수출과 수입의 양쪽 날개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수출 호조에 가려져 자본재 수입 등이 감소하는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뤄지면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체질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출형 경제 구조가 외부 요인으로부터 취약하다는 측면에서도 이제는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우리는 엔화 약세로 넉넉한 자금을 갖고 있는 일본과 기술력을 축적해 우리나라와 경쟁하려는 중국 사이에서 부단하게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수출 주도의 경제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라면 근본적으로 산업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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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서영 기자 (belle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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