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국제 결혼에 대한 생각

진현경 종합법률사무소 한세 변호사.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혼인 건수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줄어드는 혼인 건수는 내국인 간의 혼인 건수에 국한된다는 것이고 이와 달리 외국인과의 혼인은 오히려 증가하는 상황이다. 과거 국제결혼은 "결혼 못한 농촌 총각들만이 하는 것"이라고 여겨졌으나 이제 옛말이다. 대졸 이상 학력자 비율이 국제결혼의 절반을 넘고 연령대 및 직업군도 상당히 다양해진 상황이다.

국내 혼인 10건 중 1건은 국제결혼일 정도로 국제결혼의 비율은 상당히 높아졌다. 내국인이 국제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상당히 많다. 특히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태국 국적의 외국인을 배우자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이수를 해야 만이 입국을 위한 비자를 받을 수 있다. 필자는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중 마지막 시간인 인권 교육 강사로 한 달에 한 번 외국인출입국관리소에 방문한다. 교실 안은 늘 결혼 비자를 준비하는 내국인 수강생으로 가득하다.

이들의 열기로 여름이고 겨울이고 가릴 것 없이 후끈거린다. 수강생의 대부분 한국인 남성들이지만, 한국으로 귀화해 외국인 배우자를 맞이하고자 수강하는 여성도 간간이 눈에 띈다. 결혼을 위해 국내에 입국한 여성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한국 남성들을 취업 및 국적 취득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에 걱정이다. 최근 모 커뮤니티에 "아내를 찾아달라"며 한 남성분이 안타까운 사연을 올린 것을 봤다. 글쓴이의 아내는 베트남 여성으로 5월 23일 입국해서 약 10일 만에 가출을 했다고 했다. 글쓴이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가출 신고했으며 사기죄로 고소했고 혼인 무효 소송도 진행 중"이라며 "찾으면 감옥에 넣고 싶다. 제보해달라"라는 글을 올렸다.

필자 역시 유사한 상황에 처한 한국인 배우자를 도왔던 경험이 다수 있기에 사연을 접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들은 귀화를 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상황은 아니지만 가출 이후의 행적을 추적해 보면 국내에서 취업하여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내국인은 외국인 배우자의 입국을 위해 결혼이민(F-6)사증을 발급받고자 국내에 입국 전 혼인신고를 마친다. 대부분 혼인신고를 이미 한 상황이기 때문에 혼인한 지 10일도 안 돼 헤어지고 이혼 전력만 남는 일도 부지기수다. 무엇보다도 혼인무효 판결을 받지 않는 한 5년 내에 결혼이민(F-6)사증을 발급을 받을 수 없다.

결혼이 간절한 입장에서는 큰 제약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혼인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 혼인 관계를 무로 돌린다는 것은 실무상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기에 국제결혼의 피해자로서는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최근 이혼신고를 마쳐 혼인 관계가 해소된 부부는 혼인무효로 얻을 법률적 이익이 없다고 봤던 기존 판례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뒤집었다. 당시 재판부는 '이혼 후라도 혼인을 무효로 되돌려서 구할 이익이 있다'고 보아 기존 입장을 40년 만에 뒤집었다.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국제결혼을 한 부부가 혼인 무효 판결을 받으면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 국적은 취소된다. 어쩔 수 없이 이혼으로 혼인 관계를 정리할 수 밖에 없었던 배우자 입장에서는 매우 환영할 만한 판시이면서 억울함을 풀 수 있겠다.

국제결혼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 배우자 한 명 만 보고 혈혈단신 국내로 입국하는 외국인 배우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대우해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내국인을 국적 취득의 수단이나 국내로 입국하는 도구로 악용하는 사례를 조기에 막고 그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다문화 시대에서 갈등 없이 신뢰하고 상호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진현경 종합법률사무소 한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