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사활 거는 '지속가능항공유'…황금알 낳는 거위될까

강민경 2024. 7. 1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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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 글로벌 시장 2027년 약 30조…6배 급성장 예상
내달 석유사업법 개정안 시행…법적 기반 우선 마련
선진국 대비 느린 발걸음 '지원책·인프라 갈 길 멀어'
/그래픽=비즈워치

최근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지속가능항공유(이하 SAF)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가파른 시장 성장세에 기반, SAF가 안정적 수익을 낼 신사업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SAF는 'Sustainable Aviation Fuel'의 약자다. 석유나 석탄 등 기존의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와 동물성 지방·폐기물·에탄올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량을 80%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SAF 글로벌 시장 규모는 향후 3년 내 3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법 개정안도 내달 7일부터 시행, SAF 상용화에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국내 생산 포문 열린다

11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유사업법)'이 오는 8월 7일부터 시행된다. 

앞서 석유사업법 개정안은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 문턱을 넘은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마련했고, 마무리된 개정안이 내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은 석유정제업의 범위를 '친환경 정제원료를 혼합한 것'까지 확장한 게 특징이다. 친환경 석유대체연료의 생산과 사용에 필요한 법·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간 석유사업법은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바이오가스·바이오에탄올 등 4개 종류만 규정해왔다. 석유 이외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했기에 SAF 생산은 불가했다.

정부는 2026년 SAF 국내 도입을 위해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SAF 상용화를 위한 법적 근거가 우선 마련됐다는 평가다.

바이오항공유 수요 전망./그래픽=비즈워치

SAF 시장성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 세계 바이오항공유(SAF) 수요량이 2025년 80억톤에서 2050년 4490억톤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19년 소모된 일반 항공유가 3500억톤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2050년 이전 대부분의 항공유가 SAF로 대체되는 셈이다.

이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채택한 '국제항공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가 주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제도는 참여 국가의 당해 총 탄소배출량이 2019년 기준량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한 비용을 각 항공사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100여국 이상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눈 여겨 볼 부분은 2027년부터 탄소감축 의무화 기간에 돌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현재 5조원 수준인 시장 규모가 2027년 2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향은 맞는데 속도가…"관건은 지원책"

국내 정유4사 지속가능항공유 SAF 사업계획./그래픽=비즈워치

글로벌 흐름에 맞춰 국내 정유 4사도 새 먹거리 상용화가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초 SAF 수출에 나섰다. HD현대오일뱅크가 일본 트레이딩 회사인 마루베니에 공급, 이후 ANA항공(전일본공수)이 이를 사용하게 된다. 개정안 시행 전이었으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수출길을 선제적으로 뚫을 수 있었다.

에쓰오일은 국제항공 분야 내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ISCC 코르시아' 인증을 얻었다. 이 역시 국내 정유업계 중 최초다. 이를 통해 에쓰오일은 향후 생산한 SAF를 해외 항공사에 수출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됐다. 

아울러 미생물 원료를 기반으로 SAF를 생산하기 위해 산-학 업무협약을 체결, 연구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부터 대한항공과 SAF 시범 운항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핀란드 네스테로부터 SAF를 공급받아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화물기를 시범 운항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6년 SAF 생산을 목표로 울산 콤플렉스(CLX) 내 SAF 설비를 조성 중이다.

다만 업계 내에선 "국내에 마땅한 판매처가 없다"는 게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SAF 관련 국내 제도 및 인프라가 미흡해 판매가 힘들다는 얘기다. SAF가 기존 항공유 대비 3~6배 비싸다 보니 선뜻 구매하는 국내 항공사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의무화 정책 및 인센티브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SAF 사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기존 항공유에 SAF를 섞는 비율을 2025년 2%,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잡고 있다. 미국은 오는 2050년까지 항공유의 100%를 SAF로 대체하기로 했고, 일본도 203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를 SAF로 대체할 방침이다.

아울러 EU·미국·일본은 SAF 보급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EU는 모금된 혁신기금을 SAF 등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높은 프로젝트에 우선 제공하도록 했고,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갤런 당 최대 1.75달러 세금을 공제키로 했다. 일본도 정부 기금을 통해 SAF 원자재 공급망 구축을 돕겠다는 내용을 공식발표, 향후 세금 면제 등 추가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SAF 관련 투자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 제도 내용은 향후 세법에서 별도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며 "석유사업법 개정안을 산업부가 관할했고, 이어 기획재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 등 세법을 통해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 SAF 관련 지원 현황./그래픽=비즈워치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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