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독사 현장에는요, 지갑에 돈 천원 하나 없습니다" [혼자인家]
'1인 가구'의 고독사 30대에서 가장 많아
"나 좀 도와주세요" 말할 곳 만들어줘야
[파이낸셜뉴스] "청년 고독사 현장에는요, 지갑에 돈 천원 하나 없습니다. 주머니에 5만원 또는 다음 달 방값이라도 낼 돈이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았을 겁니다."
청년들이 시들어가고 있다. 채 피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있다. 주거 형태나 경제적 지위가 불안정하고 소득이 적을수록 고독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는 빈곤과 단절이라는 그늘이 무섭게 깔려있었다.
부산 영도구 한 옥탑방에 살던 청년 A씨, 그는 29살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은 지난해 4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사건을 맡은 부산 영도경찰서 권종호 경위는 "집주인이 (신고)했다. 월세가 안 나와서 가봤는데 냄새가 나고 이상한 거다"라며 "저희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사망한 상태였다. 최소 두세 달 정도는 넘어간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청년의 옥탑방에는 쓰다만 이력서가 놓여있었다. 권 경위는 "보통 아르바이트 정도로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열심히 살았지만 그 벽을 느낀 것 같다"고 짐작했다.
냉장고는 비어있고, 밥을 먹은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한쪽 벽에는 깨끗한 양복 한 벌이 걸려있었다.
권 경위는 "양복을 (A씨) 부모님께 드렸는데 그 흐느낌이 비수 같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 생활 30년인 그는 이렇게 겪은 고독사 현장만 100건이 넘는다.
전문가들이 꼽은 청년 고독사의 공통점은 ▲취업난 ▲경제적 빈곤 ▲관계 단절이다. 결국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고독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 고독사 발생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최초의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2021년 고독사 사망자는 3378명으로, 2017년 2412명, 2018년 3048명, 2020년 3279명 등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사망자 수에서 매년 고독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로 추정된다.
고독사에 대한 우려는 30대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고독사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30대는 본인의 고독사 가능성을 39.53%로 가장 높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100% 사이 고독사 가능성을 스스로 예상한 수치다.
30대 다음으로는 40대 33.16%, 50대 32.01%, 60대 이상 29.84%, 20대 29.58% 순이었다. 전체 평균은 32.3%로 집계됐다.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지난 2020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법률'이 제정되어 2021년 4월부터 시행되고는 있으나 정책적으로 실효성이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장기적인 청년 정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저성장시대 일자리는 줄고 있으며,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은 역대 최대를 찍고 있다.
지난달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층(15∼29세)은 1년 전보다 1만3000명 늘어난 39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정부의 '쉬는 청년' 복귀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0만명 안팎의 청년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양질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어 '구직 단념' 청년의 비율도 올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종민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청년들이 장기 실업, 사회적 고립이 지속됐을 때 10, 20여 년 후에는 자기 전반의 삶에서 큰 상처, 흉터가 된다고 해서 '흉터효과', '상처효과'라는 표현을 쓴다"며 "그래서 국가는 조기 개입을 해야 한다. 관심을 갖고 다리 역할을 하는 게 정부의 정책 역할인데 인턴, 취업사관학교 이런 방식으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청년들도 복지 대상으로 삼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고립청년, 은둔청년, 자립준비청년 이렇게 이름 짓기 해서 그들을 지원하는 건 또 다른 낙인감 혹 또 다른 관계의 단절을 만들어내는 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냥 청년이라면 편하게 가서 어울리다가 '내가 이런 어려움이 있구나. 그러면 도움을 좀 주세요'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만한 그런 곳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전했다.
2022년 12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은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미래 세대가 우리 사회에 대한 희망을 버린다면 그거는 국가가 바로 망한 거나 다름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 정부가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을 내놓을 차례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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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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