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쳐서…3할 치는데 9번 칩니다”
박찬호(29·KIA)는 늘 타율 3할을 꿈꿨다. 빼어난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이 너무 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주전으로 나가기 시작한 지 4년째였던 2022년 타율 0.272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두번째 도루왕에 오른 박찬호는 지난해에는 0.301를 기록, 꿈이었던 3할 타율을 넘겼다. 그리고 올해, 박찬호는 다시 타율 3할을 치고 있다. 10일 현재 타율은 0.304다. 지난해보다 좀 더 좋은 페이스로 후반기까지 오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초라해지는 이 알 수 없는 기분이 뭔지, ‘호소’하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10일 잠실 LG전을 마친 뒤 “내 앞에서 다들 너무 잘 치니까 내가 3할 타자라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3할이 3할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나쁜 성적 아닌데도 초라해진다”고 웃었다.
KIA 올해 타선은 생각보다 훨씬 터지고 있다. 김도영의 폭발력이 뜨겁다. 벌써 홈런 23개를 치고 득점과 장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도영 뒤엔 뭘 할 때마다 최고령 기록이 나오는 최형우가 있다. 최형우는 무려 리그 타점 1위다. 그 뒤엔 나성범이 완전히 일어서 있고,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지금은 부상으로 잠시 빠져 있는 이우성까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구성을 갖고 있다.
박찬호는 1번 타자로 시즌을 출발했지만 6월 중순 이후 자리를 자주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9번 타자로 나간다. 개인 타격에 있어서는 타순도 큰 의미 없게 느껴질 정도다. 9번에 있든, 1번에 있든, 2번에 있든 결국 뒤에 강타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내 뒤에는 항상 나보다 좋은 타자들이 있다. 내가 볼넷이 없는 이유도 그것 때문 아닐까 한다. 다 나보다 잘 치니까 나한테 정면승부를 해야 되지 않겠나. 억울하다”고 웃었다. 1번타자로 출발한 올해, 출루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한 박찬호는 현재 출루율 0.345로 지난해(0.356)보다 조금 처져 있다. 박찬호는 “나한테는 다 승부를 한다. 타석에서 ‘제발 볼을 던져’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기도 한다. 아예 칠 생각 없을 때도 많은데 (쳐야 되는) 공이 들어온다. 데이터 좀 한 번 찾아봐 주면 안 되겠냐”고 ‘호소’했다.
다 잘 치다보니 상대평가를 받게 된 상황이지만 실제로 박찬호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신이 맡은 영역에 서 맹활약하고 있다. 박찬호는 현재 KIA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김도영(0.337), 이우성(0.317)에 이어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일 잠실 LG전에서는 대활약을 하며 역전승을 주도했다. 0-2로 뒤지던 9회초 선두타자로 나가 빠른 발로 2루타를 만든 뒤 추격 득점을 했고, 2-2로 맞선 연장 10회초에는 1사 1·3루에서 외야로 공을 높이 띄워 희생플라이로 결승타를 쳐냈다. 박찬호는 “오늘 8회까지 득점이 없었지만 우리는 무조건, 언젠가는 터질 방망이들이라 신경 안 썼다. 그리고 경기 말미에 내가 출루하면 꼭 뭔가 되더라”고 웃으며 “사실 동료들이 너무 잘 하니까 편하게 수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도 같다. 공격은 덤이라고 생각해야겠다”고 말했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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