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린 금투세 합의 ‘물거품’ 될 판…“조세 형평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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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내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를 시사하면서, 왜곡된 과세 제도를 바로잡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이 아예 물 건너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학계와 관가, 금융투자 업계 등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의 발언으로 금투세 도입 및 시행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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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대표도 “시행 유예” 시사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내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를 시사하면서, 왜곡된 과세 제도를 바로잡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이 아예 물 건너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여년에 걸쳐 정치적 합의까지 이룬 사안이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관료집단의 무기력 속에 말짱 도루묵이 됐다는 얘기다.
금투세는 주요 정책 방향이 일부 이해집단과 이들의 환심을 사려는 정치권·관료집단에 의해 어떻게 휘둘리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조세 정책을 비롯한 각종 정책 의사결정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례가 되리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학계와 관가, 금융투자 업계 등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의 발언으로 금투세 도입 및 시행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금투세 시행 시기를 고민해야 한다”고 내년 금투세 시행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한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표까지 이런 입장을 밝히며 금투세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으리란 전망이 적지 않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등을 고려하면 정치권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반대하는 세금 얘기를 다시 꺼낼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금투세 도입은 애초 정치권의 동의를 모아 추진된 조세 개혁 방안으로 받아들여졌다. 투자 수익에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 조세 정의에 부합할뿐더러, 거래마다 세금이 부과되는 증권거래세에 비해 선진적인 금융조세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투세에 해당하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증권거래세법 폐지안을 발의했고, 2020년 정부안 마련에 이어 여야 합의에 의한 국회 통과까지 이뤄진 까닭이다. 여야는 ‘2023년 시행’에도 합의했으나, 현 정부 출범 직후 사정이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금투세 시행 연기를 약속하고, 올해 초 한국거래소를 찾은 자리에서는 폐지 추진을 공식화하면서다. 기획재정부도 그간 대통령실과 여당 방침에 발맞추며 금투세 시행으로 인한 주가 하락 가능성 등 시장의 공포를 부추기는 데 앞장서왔다. 여기에다 이를 견제할 이재명 전 대표마저 힘을 보탠 셈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사회의 조세 정의 실현과 불평등 문제 완화 등을 위해 금투세가 가진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마땅히 지켜야 할 조세 정책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투세는 국내 상장 주식 등의 양도차익이 연 5천만원, 이외 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의 양도차익이 연 25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액에 20% 세율(3억원 초과분은 25%)로 세금을 매기는 게 뼈대다. 근로소득·사업소득 등과 달리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국내 상장 주식(일부 세법상 대주주 제외)과 채권 거래 소득 과세를 확대하고, 새로운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땜질식으로 만들어온 금융상품 과세 제도를 대거 정비하는 의미도 크다.
금투세 도입 논의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경제부처 고위 관료는 “금투세는 조세 형평뿐 아니라 미래의 재정 여력을 대비하는 등 여러가지 목적을 충족할 수 있는 커다란 제도 개편안”이라며 “여야 합의까지 했던 정책이 이처럼 무산되는 듯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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