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 초읽기…"고령화 대응 원칙 정립 급선무" [고령자 1000만명 시대]
진료비 등 사회·경제적 비용 급증 추세
2023년 산재 승인 사망자 절반 60세 이상
자영업 3명 중 1명 환갑 넘어 역대 최다
정년 현 60세서 연장 목소리 날로 커져
노인복지법상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라는 건 전통적 관점으로 보면 일할 사람은 줄고 부양 대상은 늘었다는 의미이다. 인구 고령화는 연금 문제, 노동력 부족 등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고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커진 만큼, 노인의 기준을 재정립하고, 정년 연장 등 사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노인 인구 증가가 세대 갈등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수급자가 많아져 2055년이면 국민연금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피부양 인구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압박도 커질 수 있다. 노인 빈곤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용만 느는 건 아니다. 노동력 부족 속에 이미 고령 노동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이미 환갑이 넘었다.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전년보다 7만4000명 증가한 207만3000명을 기록했다. 전체 자영업자(568만9000명) 중 60세 이상이 36.4%로 역대 가장 높았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현재 60세인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다. 정년 연장은 올해 주요기업들의 임금 및 단체협상 쟁점 중 하나인데, 현대자동차 노사는 정년 연장 개선 방안을 내년 상반기 계속 논의하기로 하면서, 기술직(생산직) 촉탁계약 기한을 1년 추가했다. 촉탁계약직은 정년퇴직한 조합원을 신입사원과 비슷한 임금을 지급하고 재고용하는 것인데, 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면서 사실상 정년을 62세까지 늘렸다. 다른 대기업 노조들도 63∼65세까지의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일자리 정책이 내실 있게 재설계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년이 지난 직원을 계속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 사업주에게 근로자 1명당 분기별 90만원을 지원하는 계속고용장려금이 대표적이다. 올해 지원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지만 수혜 인원은 오히려 15% 줄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고령화를 단순히 경제적 관점이 아닌 새로운 체제 전환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세대 및 지역 간 양극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청년 인구가 줄면 수도권 쏠림이 더 심해져 지역 격차가 커질 것”이라며 “산업 분야도 혁신성이 떨어지는 외식업, 숙박업, 돌봄업종 등 일자리 질이 나빠져 소득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노인 복지가 필요 이상 강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어떤 원칙으로 고령화에 대응할지 원칙을 먼저 세우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재영·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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