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을 9년 보내고야…돌아갑니다

유선희·김나연 기자 2024. 7. 12.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법, 아사히글라스 하청노동자들 불법파견 인정…복직 길 열려
“이겼다”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인 원심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한 11일 해고 노동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5년 해고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지 9년 만에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실질적 지휘·명령 받는 파견 관계”
‘직접고용 책임 인정’한 원심 확정
2015년 해고 후 싸움 이어온 22명
“오랜 연대로 이룬 아름다운 승리”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해고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지 9년 만에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1일 일본 다국적기업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고들이 아사히글라스로부터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아사히글라스를 실질적인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아사히글라스는 2004년 구미4공단에 디스플레이용 유리 제조·가공 및 판매업을 목적으로 ‘AGC화인테크노코리아’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2009년 사내하청업체 GTS와 도급계약을 맺고 세정·절단·이동·폐기 등 업무를 맡겼다.

그러다 2015년 GTS에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지 한 달 만이었다. GTS는 소속 노동자 178명에게 문자메시지로 해고를 통보하고 폐업했다.

이에 해고 노동자들이 아사히글라스를 상대로 원청사로부터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불법파견’ 관계에 있었다면서 아사히글라스 소속 노동자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2017년에 냈다.

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에는 근로자 파견이 금지된다. 또 파견법은 사용 기한을 2년으로 제한하는데,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원청은 직접고용 책임이 있다.

1·2심 법원은 모두 해고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1·2심 재판부는 “외형상 사내도급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은 아사히글라스가 GTS로부터 근로자 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해당한다”며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의 업무 수행은 아사히글라스 직원들로부터 수시로 전달되는 업무지시에 좌우되는 등 아사히글라스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GTS 소속 근로자들은 아사히글라스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또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된 아사히글라스 법인, 하청업체 대표와 법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해고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하는 위치에 있는 아사히글라스가 노조 활동에 지배·개입한 것이 부당하다며 사측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는 원고 패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대법원 확정판결로 해고 노동자들은 투쟁 9년 만에 복직의 길이 열렸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당장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가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됐고 사업장 안에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오랜 기간 연대하며 이뤄낸 아름다운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판결은 아사히글라스 지회가 사용자와 직접 교섭할 수 있는 당사자 지위에 있다는 점을 확인받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유선희·김나연 기자 y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