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이달 말 임대차2법 시행 4년…전셋값 더 오른다고?
올해 4분기부터 갱신권 소진 물량은 감소…"갱신권보다 수요가 더 문제"
전셋값 급등락시 변동성 키울 요소…"합리적 제도 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지난 2020년 7월 31일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이 이달 말이면 시행 4년을 맞는다.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권)은 최초 2년 계약에서 1회에 한해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임차인의 권리로, 이론적으로 해당 주택에 최소 4년간은 임대로 거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법 시행일 이후 갱신권을 소진하고 시장에 신규로 나오는 물량이 쏟아지면서 4년 치 전셋값을 한꺼번에 받으려는 수요들로 인해 전세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3년간 재계약 임차인의 48%가 갱신권 사용…비중은 감소추세
임대차2법은 시행 4년이 됐지만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나 재계약 여부 등 임대차 조건에 대한 자료는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된 2021년 6월 1일부터 공개된 3년 치가 전부다.
12일 연합뉴스와 부동산R114가 2021년 6월 전월세 신고제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갱신·신규 내역이 입력된 총 65만893건의 임대 계약 가운데 갱신 계약 건수는 22만2천315건으로, 전체의 34.2%를 차지했다.
나머지 65.8%(42만8천578건)는 새로운 집주인과 임차인이 신규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전체 갱신계약(22만2천315건) 중 갱신권을 사용(10만7천448건)한 비중은 48.3%로 조사됐다. 전세 갱신계약의 절반 가까이가 갱신권을 사용한 것이다.
다만 갱신권 사용 비중은 감소 추세를 보인다.
임대차2법 시행 후 전셋값이 크게 오른 2021년 3분기 68.0%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의 갱신권 사용 비중은 2022년 3분기까지 60%대를 유지했다.
오른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임대료 인상 폭을 5% 이내로 제한하려는 임차인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2022년부터 전셋값 하락으로 임차인 우위 시장이 이어지며 갱신권 사용 비중은 2022년 4분기에 44.6%로 떨어진 뒤 작년 4분기 32.1%, 올해 2분기에는 28.9%로 낮아졌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로 올해 1, 2분기에 갱신계약이 다소 늘었음에도 갱신권 사용 비중이 감소한 것은 전셋값이 고점이던 2020∼2022년에 앞서 갱신권을 소진한 임차인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R114 여경희 빅데이터연구소장은 "2+2년 계약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이사를 가는 것은 아니고 갱신권을 소진해도 임대인과 협의해 장기 재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최근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비싼 이자비와 중개수수료 등을 고려해 이사를 가지 않고 재계약을 하는 대신, 내년 이후 주택 공급물량 감소로 전셋값이 폭등할 것에 대비해 갱신권 사용을 아껴뒀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갱신권 쓰면 감액갱신, 안쓰면 증액갱신 비중 높아져
계약갱신청구권은 2020년 이후 전셋값 폭등을 초래하며 이후 전세사기 피해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임차인 입장에서 임대료 인상 폭이 5% 이내로 제한되면서 갱신권 사용 시점만큼은 임대료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거래가 분석 결과 지난 2021년 2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전세에서 전세로 갱신계약을 했을 때 갱신보증금은 평균 5억4천728만원으로, 종전 보증금(평균 5억3천325만원) 대비 평균 2.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갱신권을 쓴 계약은 평균 보증금이 종전 5억4천42만원에서 갱신 후 5억3천870만원으로 0.3% 떨어졌다.
임대차2법 도입 직후 갱신권 사용 거래는 인상률이 대부분 5% 미만으로 제한됐지만, 이후 전셋값 하락으로 작년부터는 감액갱신이 주를 이룬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갱신권 미사용 계약의 전세 보증금은 인상률 제한 의무가 없다 보니 종전 5억2천481만원에서 갱신 후 5억5천740만원으로 평균 6.2% 인상됐다.
또 다른 특징은 갱신권을 사용한 전세계약은 신규 계약이나 갱신권을 쓰지 않은 전세계약보다 종전의 보증금이 높았다는 점이다.
최근 3년 간 갱신권을 쓴 전세계약에서 보증금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작년 4분기로, 종전 보증금이 평균 6억9천286만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작년 4분기 갱신권 미사용 갱신계약의 종전 보증금은 평균 5억8천783만원으로,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보다 종전 보증금이 1억원 이상 낮았다.
작년 4분기는 임대차2법 시행 후 전셋값이 최고점이던 2021년 4분기의 2년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으로, 갱신계약을 체결하면서 갱신권을 쓴 경우에는 평균 6억1천971만원으로 10.6% 감액 계약을 한 반면, 갱신권을 쓰지 않은 경우는 5억9천359만원으로 1.0% 증액 갱신이 이뤄졌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갱신권을 쓴 계약의 감액계약 비중은 46.4%로, 증액(31.7%)이나 보증금 변동이 없는 경우(21.9%)보다 높았다. 반면 갱신권을 쓰지 않은 재계약은 증액갱신 비중이 69.8%로 감액(15.8%) 또는 동일 보증금(14.4%)인 경우보다 월등히 높았다.
갱신권 소진 물량은 감소중…"임대차법 4년보다 수요 증가 영향 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임대차법 시행이 4년을 맞으면서 갱신권 소진 물량이 시장에 나와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임대차2법 규제로 지난 4년간 임대료를 시세만큼 올리지 못한 임대인이 '2+2년' 종료 후 갱신권이 만기되는 이달 말부터 새로 전세계약을 하면서 4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해보면 2년 전인 2022년 3분기에 갱신권을 사용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은 총 1만3천394건으로 전 분기(1만2천797건)보다 많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늘어난 물량이 2년 만기가 돼 시장에 나와 전세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갱신권을 사용한 전월세 물량이 감소한다.
2022년 4분기 갱신권 사용 거래가 8천667건인데 작년 1분기는 6천17건, 3분기는 4천990건 등으로 감소하고 올해 1분기도 5천713건 수준이다.
이들 물량이 올해 4분기부터 갱신권이 만료돼 앞으로 신규 계약으로 나올 수 있지만 물량 자체가 점차 줄어드는 구조다.
오히려 갱신권 사용이 많았던 시기는 2021년 3분기(1만332건)부터로 그해 4분기 1만2천653건으로 늘고, 2022년 1분기는 1만5천214건으로 갱신권 도입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이 물량은 2년 계약기간이 종료돼 작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신규 전세 물량으로 나와 최근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월세 갱신권 사용 시기가 임대차2법 시행 직후부터 분산돼 있어서 4년 계약을 마치고 신규로 전세가 나오더라도 특정 시기에 집중해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갱신권 사용은 오히려 임대차2법 도입 직후가 더 많았고, 최근에는 사용이 줄고 있어 갱신권 소진 여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전세시장 불안의 더 큰 요인은 최근 시장 금리 하락 속에 아파트 전세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다세대 수요자들이 아파트 전세 수요로 몰리고 있는 데다, 정부가 올해부터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리의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한 것도 아파트 전세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의 보증금은 작년 4분기에 평균 5억8천만원이었는데, 최근 전셋값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5억3천만원대로 떨어졌다.
신생아 특례 버팀목 대출의 임차보증금 한도는 수도권 기준 5억원 이내로, 이에 따른 중저가 전세 거래 자체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김규정 자산관리승계연구소장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선 공급 확대와 함께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로 넘어오는 빌라·다세대 전세 수요에 대한 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선 임대차2법의 합리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임대료와 임대기간을 인위적으로 제한한 만큼 전셋값 변동 폭이 커지는 시점에는 이런 규제가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정부는 현재 임대차2법의 폐지까지 포함한 제도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2법의 부작용은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이미 4년 계약의 혜택을 누린 임차인이 있는 만큼 폐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며 "최소한 임대인이 갱신권으로 인해 제때 집을 팔지 못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크다는 점, 임대기간 종료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에게 막대한 이사비를 지불해야 하는 등의 불합리한 점들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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