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북한정책과→대북전략과로 바꾼 이유는

이종윤 2024. 7.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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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전략 수립" 남북 간 합의·회담 관련 업무는 줄여
지난 정부서 대북정책과 9·19합의서 대북 저자세 우려 지적
억제력·군사대비태세 낮추는 신뢰구축 불가 인식, 전환점 돼야
[파이낸셜뉴스]
국방부 상징. 자료=국방부 제공
국방부는 국방정책실 산하 북한정책과를 대북전략과로 변경하고, 독자적인 대북제재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기존 북한정책과의 임무 가운데 '남북 간 군사 분야 합의사항의 유지·준수'는 대북전략과로 바뀌면서 삭제되며, 9·19 남북군사합의와 남북회담 및 교류협력 관련 업무는 줄이기로 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교전국'으로 선언한 데다 군사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군사회담 관련 내용을 주요 업무로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방부는 이 같은 내용의 '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9일부터 16일까지 입법예고했다.

국방부는 북한정책과의 명칭을 대북전략과로 변경하면서, 기존 북한정책과에는 없던 '대북제재 전략 수립 및 업무 조정·통제'를 임무 중 하나로 설정했다.

또한 남북군사회담과 관련해 '협상전략·대책 수립 및 회담 운영', '대표·수행원 임무수행 및 회담대표단의 지원·관리'는 주요 업무에서 빼고 '운영 및 관련 업무의 조정·통제' 업무만 남기기로 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전략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기존 북한정책과를) 대북전략 개발·시행·통제 조직으로 개편하되, 남북회담 및 교류협력 등 과거 업무는 통합하거나 재배치한다"고 설명했다.

대북전략과의 주요 업무는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관련 사항 중 군사 분야에 관한 사항 △북한의 대내외 및 대남 정책 관련 분석·평가와 대북 정책 전략에 대한 수립·시행·통제 △북한 우발사태 대비 및 군사 통합 관련 업무 △북방한계선(NLL) 및 서북도서 일대, 한강하구 중립수역 관련 업무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관련 군사 분야 대책수립 및 정부정책의 지원 등이 있다.

국방부는 또 국제평화협력과를 국제협력과로, 다자안보정책과를 인도태평양정책과로 바꾸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국제평화협력과는 현재 수행 중인 국제평화유지 활동과 다국적군 활동을 포괄할 수 있는 이름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라며 "인도태평양정책과는 미국·동북아·중동아프리카정책과와의 명칭 통일성을 갖추고, 인도태평양 지역 전담 부서임을 명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변경한다"고 말했다.

국방외교 안보 전문가 일각에선 "국방부는 전 정부 부처 중 대북 억제력을 제고해야 하는 가장 핵심적이고 주도적인 부처"라며 "대북 억제력 제고를 위해선 대북 레버리지가 신장돼야 하고 강력한 군사대비태세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국방부는 이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국방부가 제2의 통일부라는 쓴소리까지 나온 바 있으며, 그 논란의 중심에 '북한정책과'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지난 정부에서 북한정책과는 대북 저자세 정책을 진두지휘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점 때문에 북한정책과의 상대적 위치는 크게 비쳤다"고 말했다.

북한정책과는 실제로 9·19군사합의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며 지나치게 북한의 입장을 두둔한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 센터장은 "9·19군사합의는 평화가 아닌 안보공백을 불러왔다"며 "북한이 군사적 목적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천명할 정도로 북한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핵전략을 허용한 것도 북한정책과의 대북 저자세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늦은 감이 있지만 북한정책과를 대북전략과로 변경한 것은 한반도 안보상황 및 북한의 공세정책에 부합하는 방식의 처방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며 "억제와 신뢰구축은 모두 중요하지만 억제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신뢰구축에 나서는 것은 평화를 해치는 일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직 개편은 국방부가 군사대비태세보다 신뢰구축이라는 공허한 메아리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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