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쏠림·전공의 과로 뜯어고친다··· 대학병원 중환자 비율 50%로
10병상당 전문의 美 22명 vs 韓 3명
응급실 당직자 보상 신설 등 수가 인상
정부가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등 상급종합병원의 일반 병상을 최대 15% 줄인다.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중증 수술 수가 보상을 대폭 확대해 중증 중심 진료 구조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을 논의했다. 올 9월부터 3년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제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비율을 적어도 50% 이상으로 가능한 많이 늘려야 한다”며 “현장과 논의해 구체적인 수치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상급종합병원 중증 환자 비율은 39%였고 전공의 사직 이후 비상 진료 체계에서는 45%로 늘었다.
정부가 ‘빅5’ 등 상급종합병원의 일반 병상을 최대 15% 줄이고 전문의 등 숙련 인력 중심으로 구조를 대수술하려는 이유는 전공의의 과중한 근로에 의존하지 않고도 중증·응급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한다는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에 집중하고 동네 병원은 경증 환자에 집중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빅5 쏠림’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반 병상의 감축을 유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상급종합병원이 병상 확대로 진료량을 늘려온 반면 입원 환자를 관리할 전문의 수는 병상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의 경우 중환자 병상 비율이 17%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중환자 병상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10병상당 전문의 숫자도 존스홉킨스병원은 21.7명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3.3명 수준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지역 병상 수급 현황, 현행 병상 수, 중증 환자 진료 실적 등을 고려해 병원별로 시범사업 기간 내(3년) 일반 병상의 5~15%를 감축하게 된다. 상급종합병원이 일반 병상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다인실을 2~3인실로 전환하거나 중환자실 등을 확충할 경우 환자에게 중증 중심으로 보다 나은 입원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병상당 전문의 기준 신설도 검토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수가, 중증수술 수가 등 보상을 강화하는 한편 상급종합병원이 본연의 기능에 적합한 진료에 집중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성과 기반 보상 체계’도 도입한다. 응급 진료를 위한 당직 등 의료진 대기에 대해서도 최초로 시범 수가(당직 수가)를 도입해 보상하기로 했다.
인력 구조는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바꾼다. 중증 환자 치료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의사, 간호사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해 전공의 진료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나 무급 휴가 등으로 고용이 단절되지 않도록 병원별로 인력 운영 계획을 수립·이행하도록 했다. 전공의 수련과 관련해서는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60시간, 최대 연속근무 시간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점차 줄이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범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강제성 없이 신청을 희망하는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변화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대표적인 상급종합병원 경영진과 사전 논의한 결과 현재 경증 환자를 많이 보고 전공의의 과도한 근무시간에 의존하는 구조에 문제의식을 갖고 개편 방향성에 동의해주셨다”며 “중증 수가 등 보상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단체·환자단체와 의료 이용 행태를 바꾸는 문화 인식 개선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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