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1년]②살아남은 이들 "지자체에서 해준 것 뭐가 있나"

이재규 기자 2024. 7.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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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시청, 생존자 위한 지원책 부실 제대로 안내도 안해"
"재개통 앞둔 지하차도, 아직도 제대로 된 예방시설 안갖춰"

[편집자주] 지난해 7월15일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하천 범람으로 무고한 시민 14명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사회가 약속했던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유가족과 기적처럼 생환한 생존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굳게 닫힌 지하차도처럼 어둡기만 하다.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그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뉴스1과 인터뷰 하고있는 B 씨(생존자대표)와 C 씨.2024.7.5/뉴스1 이재규 기자

(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트라우마"

생존자대표협의회 대표 B 씨와 생존자 C 씨는 참사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B 씨는 참사 당시 같은 차를 탔던 직장 형을 잃었다. B 씨는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직장 형은 미처 차에서 나오지 못했다.

출퇴근 길이 같아 종종 같이 차를 탔고 퇴근 시간이 다른 날에는 통화하며 직장 이야기를 나눴다. 퇴근 후 종종 마시던 술은 직장생활의 낙이었다. 지금도 비 오는 날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오면 문득 형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곤 한다.

참사 후 생긴 트라우마로 올해 3월까진 수면장애에 시달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때때로 형이 꿈에 나왔다. 참사 이전 취미생활을 즐기던 그때로 돌아가진 못한다. 집~직장~생존자협의회 일이 반복적인 루틴이 됐다.

형에 대한 죄책감은 협의회 활동의 원동력이 됐다. 관련 기사와 영상을 찾아보는 게 퇴근 후 일이 됐다. 일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종종 마셨던 술도 끊기로 했다.

C 씨는 참사 이후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지난 4월까지 복용하다가 끊었다. 하지만 최근 여름철이 되고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하자 결국 지난주 다시 정신과를 찾았다.

C 씨는 비 오는 날씨에 운전할 때마다 위를 살펴본다. 참사 당일 터널 위에서 떨어졌던 빗물이 자꾸만 생각나는 탓이다. 비 오는 날씨에는 속도를 더 내 운전한다.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몸은 참사 당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날 C 씨 바로 앞의 SUV 차량은 극적으로 탈출했으나 그의 차는 탈출하지 못했던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터널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C 씨 차량(C 씨 제공).2024.7.11/뉴스1

◇"참사 이후 지자체에서 뭘 했나"

이들은 참사 이후 충북도청과 청주시청에서 생존자를 위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도 안내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우선 충북도청이 의료급여를 참사 발생 3개월 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도청이 안내한 의료급여 지원 신청 기간은 7월 15일부터 10월 14일까지 3개월이었다. 수개월이 지나고 충북도청에서 연락이 온 시기는 10월 6일이었다. B 씨는 시청 복지정책과에 이 지원에 관해 물었으나 시청 직원은 오히려 당황해하며 연락을 못 받았냐고 되물었다. 알고 보니 시청에서 누락한 것이었다.

생존자들은 주민센터로부터 국가 재난지원금 신청 마감일에 안내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은 신체적 손상을 당한 정도를 분류해 1~14등급으로 나뉜다. 정신적 피해는 보상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은 신청 기간 마감일인 7월 31일 안내 전화를 받고 몹시 당황했다. 주민센터에서 다짜고짜 전화해 신청하지 않으면 못 받는다고 안내받았다고 열을 냈다.

B 씨는 "재난을 겪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당일 안내는 물론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며 "단톡방에 제가 이 사실을 공유하니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C 씨에게도 역시 안전정책과 공무원이 방문해 직접 국가 재난지원금 신청서를 받아갔으나 신체 손상이 없어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도청에서는 참사 후 정신과 치료비를 지원했으나 유족과 생존자들은 동네 정신과가 아닌 PTSD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싶다고 요구했다. 도청에서는 충남 공주에 있는 충청권 정신건강센터를 소개했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접근하기는 어려웠다.

청주광역정신건강센터에서는 도청 안에 버스를 갖다 놓고 상담받으라고 권했지만 다수의 사상자가 버스에서 발생했던 만큼 반발이 심했다.

B 씨는 "기존 재난 시스템 안에 구축된 지원만 있었지 생존자들을 위한 지원은 단 한 개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생존자들이 복용하는 약.2024.7.5/뉴스1 이재규 기자

◇"재개통 될 뻔했던 지하차도, 아직도 구멍"

B 씨는 지하차도에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B 씨에 따르면 지난 6월 22일 22㎜의 비가 내렸는데 신설 제방의 흙이 깎여나갔다. B 씨는 "올해는 기존 제방으로 장마를 견뎌야 하는데 신설 제방에 쌓아놓은 흙은 비가 오면 그대로 지하차도에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B 씨는 "핸드레일을 두 개 갖췄는데 첫 번째 핸드레일은 바닥으로부터 1.3m 정도로 어린아이를 배려하지 않은 설치"라며 "지금도 지하차도 벽면 틈새에서 지하수가 흘러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두 번째 핸드레일은 첫 번째에서 1m 이상 높이에 있어 수해가 났을 때 물살을 뚫고 올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주 서신지하차도는 오송참사 이후 바닥으로부터 천장까지 총 6개의 핸드레일을 설치해 사고 예방을 하고 있는데 정작 참사가 났던 궁평2지하차도는 달랑 두 개 설치해 놓고 인명탈출 시설이라고 소개하니 참 어이가 없다"고 질책했다.

이들은 오송참사를 계기로 앞으로의 사고 발생률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비가 오는데, 지하차도에 왜 들어갔냐고, 댓글 중에는 수영을 못해서 죽었다고… 이번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닌 명백한 인재이고 관재이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예방해야 하는 게 맞고 이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들이 기존 재난 시스템에 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다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 되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aguar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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