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꼬꼬무' 뜨거웠기에 아름답고 슬펐던 '슈퍼스타즈'…"동굴에 갇힌 게 아니라 터널을 지나고 있을 뿐"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누군가에게는 슈퍼맨이었던 사람들의 그날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1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영원한 나의 슈퍼맨 - 운명을 건 세 번의 승부'라는 부제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그날을 조명했다.
1982년 3월 27일 대한민국 최초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그곳에는 사진학을 전공하는 24세 대학생 이광진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모든 모습을 담던 그의 사진을 우연히 본 이혁근 상무이사. 그는 광진 씨가 응원하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단장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생생하게 슈퍼스타즈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광진 씨에게 구단 직원이 들고 다니는 ID카드를 발급해 주었다.
이에 광진 씨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모든 경기는 특석에서 무료 관람은 하는 것은 물론 원정 경기 이동시 구단 버스도 탑승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슈퍼스타즈의 전담 사진사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늘 하나 부족한 것이 있었다. 광진 씨는 "이겼을 때의 환희하는 사진이 없었다. 극적인 장면보다 갈등하는 장면이 많았고 기뻐하는 사진보다 침울한 사진이 많았다"라며 매일매일 지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떠올렸다.
만년 꼴찌팀, 불꽃처럼 짧은 역사를 남기고 사라진 팀,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아직 빛나고 있는 슈퍼맨팀 삼미 슈퍼스타즈.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야구 출범을 위해 각 지역에서는 프로야구 구단이 만들어졌다. 이에 인천에서는 삼미 슈퍼스타즈가 창단하게 된 것. 급조된 슈퍼스타즈는 타 팀에 비해 선수층이 유독 얇았다. 그래서 사회인 야구 선수 출신 왼손 투수 감사용까지 합류시키며 팀을 꾸렸다. 그는 바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실제 모델인 것.
그렇게 완성된 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 개막식 다음날인 3월 28일 삼성 라이온즈와 데뷔전을 치렀다. 국가대표 출신 투수 황규봉을 필두로 대한민국 프로야구 1호 홈런의 주인공인 4번 타자 헐크 이만수 등 삼성은 화려한 선수진을 갖춘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삼성과 맞붙게 된 슈퍼스타즈는 꿈에도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접전을 펼치다 5대 3으로 슈퍼스타즈가 승리를 거뒀다.
창단도 급하고 준비도 어설펐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를 이긴 것이다. 이에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고 야구는 기세라는 생각으로 다음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이후 이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4월 11경기 결과는 2승 9패. 선수층이 너무 얇았던 슈퍼스타즈는 오늘 던진 투수가 내일 또 던져야 했고, 야수들도 체력과 실력이 부족해 코치가 대타로 타석에 서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특히 감사용 선수는 시즌 80경기 중 무려 41경기에 나가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슈퍼스타즈는 매일 패배를 거듭해야 했다. 지고 있어도 지고 이기도 있어도 졌던 것.
이에 선수들도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매일 손가락질당하기 바쁘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매일 지다 보니 이제는 그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슈퍼스타즈는 6개 구단 중 6위 꼴찌를 기록했다.
슈퍼스타즈는 시즌 최소 득점, 최소 안타, 최소 홈런, 최다 실점, 15승 65패의 최저 승률까지 처참한 기록을 하나하나 쌓았다. 그리고 이들이 세운 최저 승률 0.188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었던 것.
슈퍼스타즈를 응원하는 팬들도 웃을 수 없었다. 어린이 회원들은 창피해서 슈퍼스타즈의 유니폼을 입지 못했고, 성인 팬들은 선수들을 향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그들을 향한 응원도 계속되었다. 이에 선수들도 힘을 얻어 하루하루 버텨냈고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83년 시즌을 앞두고 시작된 스토브리그. 슈퍼스타즈는 감독부터 다시 세팅했다. 이에 인천 야구의 대부 김진영 감독을 감독으로 모시고 기존 선수 11명을 방출했다. 그리고 전년도 꼴찌의 혜택인 1차 선수 지명권으로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우승을 이끈 에이스 장명부를 데려왔다.
그의 몸 값은 당시 최고의 에이스였던 박철순의 몸 값의 2배에 달하는 1억 원. 이에 선수들의 기대도 높아졌다.
하지만 그는 시범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모두가 그를 의심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그는 모든 의심을 날려버렸다. 데뷔전에서 삼진 7개를 기록하며 경기를 압도한 그는 가볍게 승리를 거둔 것.
시범 경기 때는 일부러 안타를 맞으면서 타자들의 전력을 분석한 장명부는 나오기만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에이스 장명부를 등에 업은 슈퍼스타즈는 5월까지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렇게 언더독의 반란이 시작된 것.
이제 목표는 우승인 슈퍼스타즈는 전반기 1위를 차지해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6월 1일 청룡과의 경기에서 애매한 판정을 받은 슈퍼스타즈는 눈앞에서 승리를 날렸다. 이에 김진영 감독은 경기장으로 뛰어들어 강력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9회에 추가 실점을 한 슈퍼스타즈는 패배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인 6월 2일, 김진영 감독은 많은 관중 앞에서 욕설과 폭행으로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쳤다는 혐의로 더그아웃에서 체포되어 구속되었다. 하필 문제가 된 경기를 전두환이 보고 있었고, 감독이 항의를 하는 모습을 보며 "저러면 되나"라는 말을 했다는 것.
결국 다음날 서울 경찰이 부산까지 내려가면서 현직 프로야구 감독을 체포하는 사상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는 슈퍼스타즈에는 너무나 큰 치명타였다.
이후 진행된 전체 2위였던 해태와의 3연전에서 슈퍼스타즈는 결국 1위를 내어주며 전반기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후반기에도 아쉽게 2위를 하며 그토록 열망했던 한국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1983년에 장명부가 세운 시즌 30승 기록은 42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다. 100경기 중 혼자 30승을 해낸 에이스가 이끄는 슈퍼스타즈는 더 이상 최약체 팀이 아니었다. 김진영 감독도 복귀하고 84년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 후반기 각각 6위라는 처참한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 전 시즌 100경기 중 60경기에 나가서 427과 1/3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5,886개의 공을 던진 에이스 장명부가 무너지고 말았던 것. 버팀목이 무너지자 팀도 함께 주저앉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시작된 85년 시즌에서는 슈퍼스타즈의 연패가 시작됐다. 얼마나 진 지 선수들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매일같이 진 슈퍼스타즈는 18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유니폼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두려웠다고 말하는 선수들. 그들은 당시 야구가 지옥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리고 1985년 4월 30일 인천 도원 야구장에서 MBC 청룡과의 경기를 하게 된 슈퍼스타즈. 이들은 이기고 있음에도 불안했다. 특히 야수들은 제발 공이 자신 쪽으로 오지 않기를 빌었다.
그런 불안함을 날려버린 8회 공격. 양승관의 3루타로 추가점을 낸 슈퍼스타즈는 결국 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다. 그제야 웃는 선수들. 한 선수는 연패의 시간들에 대해 "동굴인 줄 알았는데 터널을 지나왔구나 싶더라"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제는 좋아질 것 같았던 슈퍼스타즈. 하지만 다음날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소식이 전해졌다. 18연패의 늪을 벗어난 그 순간, 구단은 적자 상황 때문에 구단을 시즌 중 다른 기업에 매도했던 것. 팬들의 배신감은 어마어마했고 선수들과 감독진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팀 이름만 변경하고 다른 것은 모두 그대로 두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팀명 변경 전 인천 홈구장에서 열린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경기. 슈퍼스타즈는 야속하게도 마지막 경기에서까지 패배했고 그렇게 홀연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저 승률, 최다 연패, 특정팀 상대 전패 등 지금까지 회자되는 기록들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춘 슈퍼스타즈.
슈퍼스타즈 선수들은 슈퍼스타즈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선수들은 "나쁜 추억도 많지만 좋은 추억도 많고 특히 팬들과의 추억이 많다. 지금도 가끔 문뜩 팬들의 응원이 생각난다"라고 했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말했다.
뜨거웠기에 아름답고 슬펐던 팀 슈퍼스타즈. 하지만 시간이 흘러 국보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 슈퍼스타즈. 이들은 지금 어둠에 갇힌 이들에게 동굴에 갇힌 것이 아니라 터널을 지나고 있을 뿐이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바란다면 언젠가 터널을 지나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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