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행 선택한 ‘1호 대체 외인’ 시라카와의 진심 “목표에 더 가까워지는 길..SSG와는 만나지 않았으면”

안형준 2024. 7.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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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경기)=뉴스엔 안형준 기자]

시라카와가 이제 두산에서 KBO리그 커리어를 이어간다.

두산 베어스와 대체 외국인 선수 계약을 맺은 시라카와 케이쇼는 7월 1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경기에 앞서 두산 선수단에 합류했다. 시라카와는 이날 두산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고 새 동료들과 첫 인사를 나눴다.

시라카와는 전날 두산과 공식 계약을 맺었다. 두산은 부상을 당한 브랜든 와델을 잠시 대신할 선수로 시라카와를 선택했다. SSG에서 엘리아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뛴 시라카와의 활약을 눈여겨 본 두산은 시라카와가 SSG와 계약이 만료되자 그 손을 잡았다. 시라카와는 SSG에서 5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다만 1.1이닝 7자책으로 크게 부진했던 롯데전 한 경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4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2.55로 안정적이었다.

새 팀에 합류해 인사를 나눈 시라카와는 "다들 너무 친절하다"고 웃었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 주장 양석환을 비롯한 모든 선수단이 시라카와를 진심으로 반겼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하다가 SSG와 계약해 KBO리그 무대를 밟은 시라카와는 독립리그 복귀가 아닌 KBO리그 잔류를 선택했다. 이유는 더 큰 목표를 위해서였다. 시라카와는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NPB(일본프로야구)에 더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독립리그에 돌아가서 잘하는 것보다 KBO리그에서 더 결과를 내는 것이 더 어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KBO리그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시라카와의 원소속 구단인 일본 독립리그의 도쿠시마 인디고삭스도 시라카와의 KBO리그 잔류를 적극 지지했다. 시라카와는 "구단 사장, 오너와 상담을 하며 의견을 나눴다"며 "독립리그에 돌아가는 것보다는 KBO리그에서 결과를 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같이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7월은 독립리그에 프로 스카우트들이 잘 오지 않는 시기다. 여러 요소들을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독립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 SSG, 두산까지 올해만 세 번째 유니폼을 입었다. 1년에 세 유니폼을 입는 것은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시라카와는 "사실 한국에 올 것이라는 생각도 전혀 못하고 시즌을 시작했다"고 웃었다. 올해만 세 팀에서 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호의적인 환경이다. 독립리그는 물론 마이너리그보다 대우가 좋고 팬들의 관심과 사랑도 대단하다. 최근에는 KBO리그에서 활약한 뒤 더 좋은 조건으로 돌아가는 선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시라카와는 "말이 원활하게 통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문제없는 환경이다"고 만족을 나타냈다.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을 통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두 번이나 러브콜을 받았지만 아직 '정직원'은 아니다. 이번 계약도 임시 외국인 선수. 브랜든이 복귀하면 다시 팀을 떠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시라카와는 "지금도 독립리그 선수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환경에서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라카와는 SSG에서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 자신이 아닌 엘리아스를 선택한 SSG를 상대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법도 한 상황. 하지만 시라카와는 "SSG와 경기에는 등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시라카와는 "한국에서 첫 팀이 SSG였고 모두가 잘해줬다. 좋은 송별도 해줬다. 선수로서 무조건 이기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가능하면 SSG와는 붙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SSG에서는 마지막으로 추억도 쌓았다. 창원 원정에서 발생한 벤치클리어링이 그것. SSG의 창원 원정 기간 동안 계약이 종료된 시라카와는 SSG와 NC의 벤치클리어링에도 참가했다. 시라카와는 "독립리그에서는 벤치클리어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프로 무대기에 할 수 있었던 첫 경험인 셈이었다.

불펜에서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던 시라카와는 "다들 가자고 하길래 따라나갔다. '이거 진짜 나가도 되는건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갔다. 한유섬(SSG)이 화를 내는 모습도 처음봤고 선수들이 그렇게 뛰어나가는 모습도 처음 봤다"며 "난투(벤치클리어링)는 별로 하고싶지는 않다"고 웃었다.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SSG의 홈구장에서 열렸던 올스타전도 시라카와에게는 즐거움이었다. 올스타전에 참가한 것은 아니지만 함께 뛴 동료들이 출전한 만큼 관심을 두고 지켜봤다. 시라카와는 올스타 전야제 홈런더비에서 0홈런을 기록했고 올스타전에서는 타석에서 홈런을 예고한 뒤 초구 범타로 물러나 큰 웃음을 준 최정(SSG)을 떠올리며 "최정이 홈런을 하나도 치지 못한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 역시 개그를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을 기록한 최고의 타자 최정은 실전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 중 한 명이지만 축제인 올스타전에서는 '허당 매력'으로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두산에서도 시라카와를 기다린 선수가 있다. 바로 안방마님 양의지다. 양의지는 두산이 대체 외국인 선수를 고민하고 있을 때 시라카와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카와는 "양의지와 배터리를 이룬다는 것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KBO리그 최고의 포수인 양의지인 만큼 투수 입장에서도 기대가 되는 것이다.

시라카와는 올해부터 KBO리그에 도입된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로 영입된 1호 선수다. KBO리그 최초의 대체 외국인 선수. 새 제도 덕분에 새로운 무대에서 뛰게 됐고 목표를 향해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대체 외국인 제도로 머물 수 있는 기간은 6주. 이에 대해 시라카와는 "사실 굉장히 짧게 느껴지는 기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다만 기간이 조금 길어진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라카와는 "지금 기간이 6주인데 8주 정도로 늘어난다면 길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차피 8주도 짧은 기간이다. 어차피 기간은 짧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시라카와는 "SSG 팬들께서 해주신 응원은 아주 힘이 됐다. 늘 감사하고 있다. 앞으로도 응원을 해주시면 좋겠다"며 "아직 두산에서는 실전에 나서지 않았지만 실전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빨리 두산의 일원이 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등번호 11번을 많이 응원해달라"고 팬들에 대한 감사와 인사를 전했다.(사진=시라카와 케이쇼)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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