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대통령 탄핵 청문회...청원 사유 5가지 "대부분 해당 안돼"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강행 추진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치 가처분도 신청하는 등 강경 대응키로 했다. 법조계에선 청원에 올라온 5가지 사유가 원천적으로 탄핵의 실현과 거리가 먼 데다 청원에 근거를 둔 탄핵 청문회 개최 자체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로 내정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윤 대통령 탄핵청문회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는 명백한 위법행위로 원천무효에 해당한다"며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무도한 행태를 바로잡고 국회에서 이와 같은 사태가 다신 재발하지 않도록 조만간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수사·재판 중인 사안과 탄핵 대상이 되지 않는 외교·대북 정책을 탄핵 사유로 나열한, 청원법상 수리가 거부될 수밖에 없는 청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사위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권한도 없고 의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에도 청문회 개최 요건인 중요한 안건이라며 일방적으로 개최했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의 대체 토론을 2명만 받고 처리한 데 대해서도 "횟수 제한 없이 발언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회법 60조 위반"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9, 26일 예정된 청문회 개최를 막기 위해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도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엔 위법적 요소가 많다고 본다. 헌법 65조는 '대통령 등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청원에 올라온 5가지 사유는 헌법·법률 위반으로 보기 어렵단 이유에서다.
청원에 올라온 5가지 탄핵 사유는 △채상병 순직 관련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명품백 수수, 주가조작 등 의혹 △9·19 합의 파기,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등 전쟁 위기 조장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 부정, 3자 변제 방안 추진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방조 등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요건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헌법이나 법률 위배여야 한다"며 "대북 확성기니 전쟁위협 고조, 후쿠시마 원전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대통령 재직 중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이 없다"고 했다. 이어 "채상병 사건의 경우 수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일단 (탄핵 사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다 떠나서 다수당이 밀어붙여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당이 찬성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데 현재 여당이 찬성할 이유가 없으니 이번 탄핵 청원 청문회는 정치공세이지 탄핵의 실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윤 대통령의 현재 낮은 국정지지율이 비교되는 데 대해선 "박근혜 정부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낮지만 과거 비선실세 최순실과 같은 명확한 불법의 문제가 없다. 따지자면 낮은 지지율 등 상황이 비슷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인데 당시도 탄핵소추가 됐지만 헌재에서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이 잘못했을 때 징계 종류가 정직 3개월, 견책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며 "우리나라 대통령 탄핵 제도는 이 사안이 탄핵할 사안이냐만을 따진다는 게 핵심 쟁점"이라고 했다.
이어 "5가지 사유를 보면 채상병 건은 임성근 전 사단장조차 무혐의가 나올 정도이고 명품 문제는 대통령 본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가 탄핵 사유가 되면 어떤 공무원이 일하겠나. 그 아래 공무원들 전부 파면해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탄핵 사유라면 관련 장관 다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에서 국회 측 대리인단을 이끌었던 황정근 변호사는 "탄핵에 대해선 청원이 있을 수 없다. 청원은 법률안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지도 않은 것을 갖고 청문회를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청원이 들어왔다고 다 청문회를 하기 시작하면 그런 일이 계속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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