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동훈, 대통령 꿈 앞서…보수 위험에 빠뜨릴 수도"[인터뷰]
"한동훈 후보는 대통령 꿈이 앞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정치를 한다는 것이죠. 오히려 보수 진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건 사과 의향' 문자 메시지 '읽씹'(읽고 무시했다는 뜻의 은어) 논란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나 후보는 "논란 초창기에 (김 여사가) 사과를 솔직하게 하는 것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만약 저에게 연락이 왔다면 본인의 의사를 정확히 파악해 대응했을 것이다. (한 후보가) 미숙했다는 생각도 들고, 곱씹어보면 의도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들을 보면 (한 후보는) 자기의 꿈이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는 그렇지 않다"며 "당 내 모두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성공시키면서 보수의 재집권을 이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정권이 실패로 끝난다면 국민의힘 재집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나 후보는 "여러가지 상황을 보면 한 후보와 윤 대통령의 관계는 파탄이라고 보여진다"고도 했다. 한 후보가 최근 TV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디올백 사건과 관련한) 사과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예로 들며 "금도를 벗어나고 있다. 당 대표 경선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금기"라며 "이런 금기어를 툭툭 던지는 것이 자기 정치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 대표 경선 판세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나 후보의 주장이다. 그는 앞으로 더 바뀔 여지가 있다고 했다. 나 후보는 "우리 당원들은 현명하다"며 "당원들이 인기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경쟁 후보들과의 차별점으로 원내 투쟁을 해 본 경험을 꼽았다.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상 누가 당 대표가 되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데 실제 민주당과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능력은 자신이 가장 앞선다는 것이다.
나 후보는 "누가 제대로 의회 투쟁을 해봤느냐. 지금 대통령 탄핵을 막고, 특검법을 막고 이런 것이 제일 중요한데 모두 의회에서 벌어지는 일 아니냐"며 "과거 패스트트랙을 막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끌어내렸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일 당시 이 전 대표를 제대로 끌어내리지 못 했다. 검찰이 이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할 때 국회에서 체포동의 요청 사유를 멋있게 설명했지만 결국 기각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정치권 최대 현안인 '채상병 특검법'을 계속 반대만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빨리 촉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혐의자들을 기소하면 그 이유가 타당한지, 기소를 안 하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지켜본 뒤 대응해도 늦지 않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5선 중진 현역 의원인 나 후보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정책 제안도 활발히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다.
나 후보는 "저숙련 노동자, 가사보육도우미, 간병인 등을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내국인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차등해서 지급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결국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는 "돈이 없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출산 장려뿐 아니라 안정적 일자리, 주거지원, 보육지원 등 모든 대책들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 만큼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나 후보는 마지막으로 "보수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말에 동의한다"며 "거대 담론이 아니라 당장 국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힘써야 한다. 제가 외국인 노동자 문제, 저출생 문제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보수' 하면 유능함, 도덕성, 책임감 등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 같은 근본적인 가치들을 제고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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