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라던 월별 디플레..엔비디아 -5% 테슬라 -8% 왜? [뉴욕마감]
청개구리가 따로 없다. 바라던 경제지표가 나왔지만 사상최고치를 달리던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크게 오르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했다. 그동안 지수를 크게 끌어올렸던 빅테크 관련주들은 차익실현세가 나타났고, 대신에 투자자들은 금리인하를 기대하면서 소형주와 주택관련 주식들로 몰렸다. 하반기 금리인하와 긴축완화를 예상하고는 일찌감치 저금리 수혜주로 갈아타기 시작한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2.39포인트(0.08%) 상승한 39,753.75를 기록했다. 그러나 S&P 500 지수는 49.37포인트(0.88%) 내린 5,584.54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364.04포인트(1.95%) 하락해 지수는 18,283.41에 마감했다.
올해 AI(인공지능) 랠리를 이끌었던 엔비디아는 5% 이상 하락하면서 주가가 12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전일까지 다시 130달러대 중반으로 오르면서 전세계 시가총액 1위 탈환을 눈앞에 뒀지만 이날 인플레이션 완화 지표가 나온 것이 오히려 차익실현세를 앞당기고 재상승가도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시총 3위권 이내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각각 2% 안팎 하락했다.
S&P 500과 나스닥은 후퇴했지만 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3% 이상 크게 상승했다. 칼라모스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부사장 겸 포트폴리오 전문가인 조셉 쿠식은 "″시장은 분열됐다기 보다는 너무 오랫동안 너무 소수의 주식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지수가 올랐던 것이 해소되는 계기가 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저금리 수혜를 얻을 수 있는 주택관련 주식 중 홈디포와 DR호튼 등은 각각 3%, 7% 안팎 뛰었다. 캐터필러 같은 산업재 주식도 상승했다. 대규모 주택착공이 늘어날 거란 막연한 기대가 나타난 것이다.
이날 미국 노동부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헤드라인 CPI는 전월비 0.1% 하락했고, 전년비로는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우존스가 발표한 경제학자들의 예상 평균은 전월비 0.1% 상승, 전년비 3.1% 상승이었다. 6월의 월별 물가상승률은 2020년 5월 이후 4년 여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연간 기준 3.0%의 물가상승률 역시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비 0.1%, 전년비 3.0% 증가했다. 예상치는 전월비 0.2%, 전년비 3.4% 수준이었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확연하게 하회한 것이다. 근원 CPI의 연간 증가율 3.0% 역시 2021년 4월 이후 3년 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휘발유 가격이 3.8% 하락하면서 전체 평균을 억제했다. 식품 가격과 주거비는 0.2% 상승했지만 유가가 이를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 관련 비용은 CPI 측정시에 인플레이션의 가장 완고한 요소 중 하나였다. CPI 가중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관련 비용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이 월별 평균 하락의 단서가 됐다.
CNBC는 모건스탠리 E트레이드 거래 및 투자 총괄담당자 크리스 라킨의 언급을 인용해 "6월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연준이 9월 금리인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라킨은 "지금부터 9월 18일까지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숫자가 핫(HOT)한 영역(반등)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기대했다.
6월에 중고차 가격은 1.5% 하락했고 1년 전보다 10.1% 떨어졌다. 이 품목은 2021년 초 인플레이션 급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통계국 별도 보고서에 따르면 6월에 근로자의 실질 평균 시간당 소득이 월간 0.4% 증가했지만, 연간으로는 0.8% 상승에 불과했다.
CPI는 2022년 6월에 9%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 최고치를 기록했고 연준은 2023년 7월까지 11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리는 대응을 했다. 중앙은행은 지난 1년간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기준금리를 5.25%-5.50% 범위에서 계속 동결해왔다.
프린시플 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시마 샤는 "2021년 이후 근원 CPI가 가장 낮아진 것은 연준이 1분기의 CPI 재상승에서 가졌던 우려를 상쇄시키며 올해 여러 차례의 금리인하의 모멘텀을 구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슬라는 이날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테슬라 주가는 최근 11일간 랠리를 뒤로 하고 8.44%나 급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하락으로 올해 합산 플러스에서 다시 마이너스 영역으로 돌아갔다. 제품들의 노후화와 중국 내 경쟁 심화로 인해 대량해고, 매출 감소로 인해 근본적인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2분기 인도량 증가와 로보택시 기대감으로 11일간 40%대 상승했던 것이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테슬라 창업주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2015년부터 "테슬라 자동차들은 3년 내 완전 자율주행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또 2016년에는 "테슬라가 2017년 말까지 인간의 개입 없이 전미투어에 나설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이런 류의 약속은 2019년에도 이뤄졌다. 머스크는 기관 투자자들과 통화하면서 테슬라가 2020년에 로보택시 준비가 된 차량을 100만 대 운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아직 로보택시, 자율 주행차 또는 차량을 '레벨 3'급 주행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오히려 알파벳(구글)과 제너럴 모터스가 개발한 웨이모(Waymo)와 크루즈(Cruise)가 자율 주행 면에서는 테슬라를 앞지르고 있다는 평가다.
머스크는 4월에 암울한 1분기 실적 보고서를 낸 이후,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로보택시와 무인 운송 네트워크를 개발사로의 비전을 거듭 밝혔다. 머스크는 "누군가가 테슬라가 자율성을 해결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 저는 그들이 그 회사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연기한 오는 10월 발표도 상업적 출시일이 아닐 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는 실제로 2017년에 전기차 대형 트럭인 세미(Semi)를 공개했지만 2022년 12월까지 배송을 시작하지 못했다. 기술과 제품의 상용화에는 적어도 5년 이상이 걸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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