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뒤 연금 지출>보험료 수입···“재정안정 개혁 서둘러야”

2024∼2028년 중기재정 전망
2027년 지급액, 수입 3.3조 초과
적자폭 기존 예상 676억서 급증
5년간 가입자 64만4천명 줄고
수급자는 198만명 늘어날 전망
"운용수익 높다고 안심해선 안돼"

[서울경제]

2027년이 되면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급액이 3조 2536억 원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보험료 수입으로 연금 지급액을 감당할 수 없는 ‘보험료 수지 적자’상태에 빠진다는 의미다.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는 꾸준히 줄고 연금 수급자는 급격히 늘어날 예정인 탓이다.

11일 국민연금공단 산하 연금연구원이 발간한 ‘2024~2028 국민연금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2027년 보험료 수입은 64조 3535억 원으로 연금 급여 지출(67조 6071억 원)보다 작아진다. 지난해 추계 당시에는 보험료 수입이 연금 지출보다 676억 원 부족할 것으로 조사됐지만 가입자가 더 줄고 수급자는 더 늘 것으로 전망이 수정되면서 적자폭이 48배 가까이 커졌다.

부족한 금액은 기금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으로 메꿔야 한다. 2027년 예상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1254조 7981억 원으로 여기서 발생하는 투자 수익(56조 8200억 원)은 보험료 부족분보다 훨씬 많아 당장 재정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보험료수지 적자 폭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41년께 연금지출은 보험료 수입과 기금운용수입을 합한 것보다 더 커져 쌓아둔 기금을 허물기 시작해야 한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보험료 수지가 적자라는 것은 연금 재정 위기가 피부로 와닿는다는 이야기”라며 “보험료율 인상 등 재정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연금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보험료 수지 적자 확대는 급변하는 인구구조가 연금 수급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28년 연금 수급자 수는 934만 4388명으로 2024년(735만 7515명)에 비해 198만 6873명(27%) 늘어날 예정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연금 수급 연령에 편입되면서 수급 대상자가 급증한 탓이다. 반면 가입자는 2024년 2205만 4921명에서 2028년 2141만 793명으로 64만 4128명 감소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60년대생들이 본격적으로 연금제도에 편입되면서 연금 지출액이 급증하는 구조”라며 “통상 추계에서는 ‘25년간 수급’을 기준으로 하는데 어르신들의 기대 여명은 이보다 길기 때문에 실제 지출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금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보면 가입자·수급자 전망은 지난해보다 모두 악화했다. 연금연구원이 이번에 발표한 추계에 따르면 보험료 수지 적자가 시작되는 2027년 기준 예상 연금 수급자 수는 916만 4834명이다. 지난해 내놓은 2023~2027 중기재정전망의 추계(904만 7143명)에 비해 11만 7691명 늘었다. 수급자로 신규 진입하는 세대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높아진 데다 기대 여명도 예상보다 길어진 결과다. 이에 따라 2027년 연금 지급액 전망도 지난해보다 1조 4638억 원 증가했다.

반면 연금 가입자 수는 뒷걸음질 칠 것으로 전망됐다. 연금연구원은 지난해 2027년 총 가입자 수가 2163만 6401명일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올해 보고서에서는 이를 2155만 2859명으로 수정했다. 이에 맞춰 보험료 수입 전망도 66조 757억 원에서 64조 3535억 원으로 1조 7222억 원 떨어졌다. 가입자 수가 줄어든데 더해 사업장가입자의 평균 소득도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입 전망치 감소율(-2.6%)이 가입자 수 감소율(-0.38%)보다 커졌다.

연금제도가 성숙하면서 평균 연금 지급액이 늘어나는 것도 보험료 수지 적자 폭을 키우는 요인이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평균 가입 기간도 길고 소득 여건도 좋아 평균 수급액이 높다”며 “이들이 매년 80만~90만 명씩 신규 유입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7년 기준 월평균 노령연금 수급액 전망은 2023년 65만 5909원에서 2024년 65만 9018원으로 늘어났다. 20년 이상 가입자의 월 평균 노령연금 수급액은 지난해 118만 5330원이 될 것으로 추산됐으나 연금연구원은 이를 119만 1352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전문가들은 “기금운용수익으로 보험료 수입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아 경고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연기금이 보유한 자산이 모두 바로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라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비중을 늘리고 있는 대체투자의 경우 최소 7년, 길게는 15년씩 내다보고 자금을 묻어둬야 하는데 현금 회수 압박이 생기면 효과적인 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연금기금이 많게는 1800조 원 가까이 축적될 것으로 보이지만 2041년 적자 전환한 이후 15년이 안 되는 기간 만에 소진될 예정”이라며 “자산시장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료 수지 흑자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보험료율을 신속하게 올려 연금 지출액 급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 역시 “국민연금이 우리나라 자산시장에 투자한 돈이 막대하다”며 “2041년부터는 기금 자산을 헐어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국내 자산시장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종=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