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바이든 난제’와 백악관의 두 여인

여론독자부 2024. 7.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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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파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서울경제]

올해 미국 독립기념일은 썰렁하게 지나갔다. 사방을 둘러봐도 축하할만한 일이 없다. 민주주의는 경매장에 매물로 나왔고, 두 명의 대통령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사상 최악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으며, 대체 시나리오는 혼란과 종말의 날(doomsday) 사이를 오간다.

이렇듯 유동적인 상황에서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일일이 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대선 TV 토론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새삼스레 대두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장애 논란부터 짚어보자. 민주당 진영은 토론 이전 바이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를 전혀 몰랐던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정말 몰랐을까? 세 번째 대권에 도전했던 2020년에도 바이든의 상태는 완벽하지 않았다.

지난주 토론 이후 백악관 공보팀은 바이든의 참패 원인을 감기 탓으로 돌렸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공보팀은 “2주전 유럽여행을 다녀온 대통령이 시차 피로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물론 둘 다 사실이 아니다. TV 토론 시청자들은 바이든의 불안정한 상태를 똑똑히 봤다. 그는 토론회장의 주변상황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 했고, 답변을 할 때도 알아듣기 힘들 만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토론을 마친 후 대통령과 영부인이 기자들 및 민주당 지지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는 보기 민망하다. 마이크를 잡은 질 바이든 여사가 남편을 바라보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를 어르듯 “답변을 정확하게 잘했다”고 추켜올리자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회의실 한 구석에 서있던 대통령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어 관중을 향해 돌아선 질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는 오늘 무엇을 했느냐”고 물은 뒤 “거짓말만 늘어놓았다”고 스스로 답했다. 그녀에게도 멋적고 어색한 순간이었다.

질 바이든은 2021년 남편을 따라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국정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지금 그녀는 남편의 대선 후보직 사퇴를 극구 만류하고 있다. 고령에 덜미를 잡힌 남편과 함께 델라웨어로 낙향하길 원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그녀가 마주한 현실이다. 남편은 이미 나이에 사로잡혔다. 우아한 백악관 관저, 입안의 혀처럼 움직이는 스탭과 스타일리스트, 유명 잡지의 표지사진 등 영부인에게 주어지는 지위와 특권을 마감하는 자정의 종소리를 두려워해선 안된다. ‘신데렐라’는 한시적 지위를 잃은 모든 영부인들을 위한 이야기다.

이제 트럼프 진영으로 가보자. 최근 중범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는 TV 토론에서 바이든에 비해 선전했다. 팩트체크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보다 훨씬 많은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그는 최소한 정신이 또렸했고, 비교적 절제된 모습이었다. 이전과 달리 거친 입의 수위를 조절하는 대신 상대를 세차게 몰아세우며 전과 다름없이 뒷골목 불한당의 면목을 과시했다.

카말라 D. 해리스 부통령 역시 의사표현이 매끄럽지 않다. 치렁치렁한 문어체인 해리스의 난해한 연설을 듣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역이다. 그녀는 죽은 자들과의 대화 모임을 인도하는 심령술사의 말투를 구사한다. 일반인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해 하워드 대학에서 한 연설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본인은, 이미 여러분들이 숱한 훌륭한 지도자들에게서 들었듯, 매 순간, 그리고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존재하고 현존하는 이 순간을 직시하고, 그것을 개념화하며, 우리가 존재하는 역사 속의 바로 이 순간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이 과거는 물론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가는가?

토론 참패의 후폭풍에 휘말린 바이든이 자신의 거취를 저울질하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 티켓이 해리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리스를 대통령답게 보이도록 만들려는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토론 참패 이후 두 차례 TV에 출연해 미리 준비된 성명을 발표한 후 급히 자리를 떴다. 형이상학적 언어를 선호하는 그녀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백악관이 통제에 나선 것이다.

이 나라를 위해, 필자는 해리스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뛰어난 자질의 소유자이길 바란다. 또한 대통령의 품위가 조금이라도 덜 손상된 상태에서 고령의 바이든을 델라웨어의 고향집으로 모시고 싶다. 그러나 ‘해리스가 나섰음에도’가 아니라 바로 ‘해리스 때문에’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힘들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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