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 활짝…노동계 요구보다는 9년 늦어

박양수 2024. 7.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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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400원대에서 출발
2014년에 처음 5천원대 올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10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표결을 거쳐 2025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1.7% 오른 것으로, 인상률은 높지 않지만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1만원을 넘었다는 데 상당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최저임금 1만원 돌파는 우리나라에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7년 만이자, 시간당 5천원 문턱을 넘어선 지 11년 만이다.

최저임금 첫해인 1988년은 유일하게 업종별 구분 적용이 이뤄진 해였다.

식료품, 섬유, 종이 등 12개 업종은 462.5원, 기계, 철강, 운수장비 등 16개 업종은 487.5원이 적용됐다.

이듬해부터는 600원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됐고, 이후엔 쭉 단일 기준으로 인상을 거듭했다.

◇1988년 첫 최저임금 400원대 후반…2014년 5000원 돌파

1000원을 처음 넘어선 것은 1998년으로, 전년 대비 8.6%가 올라 1005원으로 결정됐다.

이후 2014년도 최저임금이 5천210원으로 5천원 문턱에 올랐고, 그로부터 11년 만에 1만원 역사를 쓰게 됐다.

최저임금 액수 자체는 상징적이지만, 인상률은 1.7%로 역대 두 번째로 낮다.

가장 낮았던 때는 2021년 최저임금(8천720원)으로 전년 대비 1.5% 올랐다. 작년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의 인상률도 2.5%로 그다음으로 낮은 수준이었으나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끝에서 두 번째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됐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 올해 9860원(2.5%)이다.

◇노동계는 2016년부터 1만원 요구…10번 도전 끝에 달성

이번 1만원 돌파는 노동계의 기대와 요구에 비해서는 한참 늦게 이뤄진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은 201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2015년 심의 때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다.

2015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당 5천580원이었으니 80%에 가까운 인상을 주장한 것이다.

당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급 1만원, 월급 209만원은 보장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1만원' 구호를 걸고 여러 차례 거리 집회를 열었다.

그해 경영계가 제시한 최초 요구안은 5천580원 '동결'이었고, 치열한 공방 끝에 2016년 최저임금은 8.1% 오른 6030원으로 결정됐다.

이후 2017년, 2018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에서도 노동계는 1만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들고 왔다. 2019년도엔 1만790원으로 올렸다가 코로나19 이후인 2019년과 2020년엔 다시 1만원을 첫 요구안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2020년(적용 연도 기준)까지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2018∼2019년 두 자릿수 인상의 여파에 코로나19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전 정부 임기 중 최저임금 1만원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난해 심의의 경우 막판에 노동계의 최종 요구안 1만원과 경영계 최종 요구안 9860원을 놓고 표결이 이뤄져 결국 경영계 안으로 결정됐다.

내년 최저임금이 마침내 1만원대에 올라서면서 노동계로서는 총 10차례 1만원대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시한 끝에 1만원 최저임금 시대를 맞게 됐다.

◇서울 비빔밥·칼국수 수준…냉면·삼계탕은 못 사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1만30원은 현재 소비자물가와 비교하면 어떤 수준일까.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6월)으로 주요 외식 메뉴 중 내년 최저시급과 유사한 메뉴는 비빔밥(1만885원)과 칼국수(9231원)다.

김치찌개 백반(8192원)과 자장면(7308원)도 1시간 일한 돈으로 충분히 사 먹을 수 있다. 김밥(3462원)은 세 줄가량을 먹을 수 있지만, 냉면(1만1923원)과 삼계탕(1만6885원)은 1시간을 일해서는 사 먹을 수 없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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