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어린이집 왜 폐원" 뿔난 부모들…서초구 부랴부랴 '철회'

박혜연 기자 2024. 7.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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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가 국공립어린이집 2곳을 폐원하려고 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황급히 철회했다.

서초구는 지난주 순차적으로 두 어린이집의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폐원 배경을 설명했지만,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만 얻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10일 민원 답변을 통해 "폐원을 반대하는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해당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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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동 어린이집 2곳 폐업 소식 '날벼락'…불만 민원 폭발
"수요 많고 영유아 전담인데…신규 어린이집 입소 보장도 없어"
ⓒ News1 DB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서울 서초구가 국공립어린이집 2곳을 폐원하려고 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황급히 철회했다. 당초 보육 수요와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성급히 폐원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초구 여성보육과는 지난달 말부터 반포2동 소재 A 어린이집과 B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내년 2월 폐원을 검토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지난 10일 폐원 계획을 철회했다.

반포2동에 최근 신축 아파트 단지 두 곳이 들어서면서 어린이집 2곳이 추가로 개원하게 됐다. 하지만 이용률이 저조할 것을 우려, 기존 어린이집을 폐원하려고 한 것이다. 주택법과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서초구는 "지속적으로 출산율 감소 추세에 있는 상황에서 반포2동 내 어린이집 정원충족률이 낮아지고 어린이집 운영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구청에서는 한정된 예산으로 보육의 내실화를 기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어린이집 폐원을 검토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가 최근 폐원을 검토했던 반포2동의 한 어린이집 전경 / 뉴스1 박혜연 기자

학부모들은 '날벼락 같은 일'이라며 즉각 폐원에 반대하고 나섰다. 어린아이들이 갑자기 낯선 환경에 놓이면 적응하기 어려울뿐더러, 신규 어린이집으로 모두 다 입소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학부모 C 씨는 "새로 입소 신청하려면 대기를 또 각자 걸어놔야 한다고 하더라"며 "대기만 걸어놓고 입소를 못하게 되면 이미 잘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을 나올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고 하소연했다.

기존 어린이집 두 곳 모두 대기 인원이 수십 명에 이를 정도로 수요가 많고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 폐원이 적절치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 인원이 27명인 A 어린이집에는 대기 인원이 약 30명, 64명이 다니고 있는 B 어린이집은 대기 인원이 6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A 어린이집의 경우 0~2세 전담으로만 운영하고 있는 만큼, 0~5세를 모두 운영 예정인 신규 어린이집으로 옮기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말도 나왔다.

학부모 D 씨는 "이제 막 생후 100일 된 애가 어떻게 뛰어다니는 5살 아이와 같이 생활할 수 있나"라며 "애들이 어린 만큼 적응하는 데 1~2년 걸리는데 그 혼돈에 아이들을 넣겠다는 건 폭력적"이라고 비판했다.

서초구는 지난주 순차적으로 두 어린이집의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폐원 배경을 설명했지만,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만 얻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서초구 홈페이지에 폐원을 반대한다는 취지로 온라인 민원을 제기했다.

서초구 홈페이지 갈무리

한 학부모는 온라인 민원글에서 "신규 어린이집은 검토 없이 만연히 개설을 승인하고, 단순히 기존 어린이집 중 오래된 순으로 폐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행정편의주의적 사고의 피해는 고스란히 가장 보호돼야 할 영유아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지속되자 결국 서초구는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10일 민원 답변을 통해 "폐원을 반대하는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해당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초구 관계자는 "당초 폐원이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 검토 중인 사항이었다"며 "폐원에 반대하는 학부모들 의견에 깊이 공감하고 존중해 운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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