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뼈 술·웅담 가루…미검증 불법 건강식품 유통하는 北
NK뉴스 "불법 야생 동물 밀매 우려돼"…中 해관도 발견시 압수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야생동물 불법 밀수와 연관된 것으로 추측되는 북한 '범뼈 관절염 약술'(호골주)과 불법 숙취해소제로 7년 전 한국에서 적발되기도 했던 '조선곰열'(웅담)이 아직도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중국 웨이보 마케팅 플랫폼에 '평양동물원제약공장 조선범뼈주'라는 제목의 상품이 예약주문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판매자는 북한과 접경 지역에 있는 중국 랴오닝성 사람으로 수년간 북한의 신의주와 평양을 오가며 무역 사업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제품설명란에 "'범뼈 관절염 약술'은 북한의 국영 제약공장인 도성약품공장에서 전통기술로 양조된 정품"이라며 "한 병당 가격은 200위안(약 3만 7894원)"이라고 했다. 또 24병을 한 번에 구매하면 병당 180위안, 40병은 170위안이라는 '묶음 세일' 상품도 소개했다.
아울러 "도수는 42도이며 진통효과가 있어 류머티즘 관절염과 각종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며 "호골주 복용량은 회당 8~10mL, 1일 3회 경구 투여를 권한다"라는 상세한 효능과 복용법도 명시돼 있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도 지난 4일 중국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북한산 범뼈주 판매 사실을 보도했다. NK뉴스는 "호랑이 뼈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범골주'가 힘과 활력을 강화하고 건강한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정력제로 선전되고 있다"며 "멸종 위기에 처한 큰 고양이과 동물의 착취 가능성과 북한의 불법 야생 동물 밀매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자가 성분이 불명확한 술을 '범골주'로 속여 판매하는 것이 북한에서 잘 알려진 사기 수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범골주에 실제로 호랑이 뼈 등 멸종위기 동물의 신체 부위가 첨가됐는지 여부는 증명되지 않았지만, 일반 술이 아닌 관절염 치료에 효과적인 대체 의약품처럼 보여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날 사이트에는 웅담 숙취해소제로 알려진 '조선곰열'도 100포에 한화 약 2만 원대에서 5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상품은 지난 2017년 중국동포 출신 일당이 돼지쓸개를 웅담으로 둔갑해 국내에 유통시킨 제품과 포장이 같다. 당시 일당들은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및 약사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외화벌이 수단으로 북한산 식의약품과 건강 보조 식품을 해외로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원가로 생산해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6년 한국 식품안전의약처가 라오스 등 동남아 지역에서 시판 중인 북한산 식의약품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인 수은·비소·납이 기준치 대비 20만 배 이상 발견됐다. 당시 거론된 약제품으로는 혈압 강하제로 선전한 '안궁우환황', 진정 효과가 있다는 '우황청심환', 발기부전 치료제로 홍보한 '양춘삼록', '양게론' 등이 있다.
중국도 멸종위기종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CITES) 회원국으로 호랑이뼈 술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해관은 지난 2019년 5월 접경 도시 단둥에서 웅담 11병, 북한산 호골주 11병, 녹용주 1병을 압수했다고 발표하며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웅담과 호랑이뼈 제품은 특히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북한은 CITES 회원국이 아니지만 실제로 호랑이뼈를 성분으로 하는 술을 판매한다면 북한이 공언한 '야생동물 보호 의지'에 어긋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주러시아 북한대사는 "호랑이는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의 상징이었다"며 동북아시아에 남아 있는 소수의 시베리아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돕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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