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인프라' 생태계 급한데…정부는 "검토 중"[SAF시대④-끝]

금준혁 기자 신현우 기자 김종윤 기자 2024. 7. 12.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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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역할 국토부, SAF 대응 미온적…일본, 한국 SAF도 확보
SAF 해외 의존시 글로벌 리스크에 출렁…"한국도 SAF 로드맵 필요"

[편집자주] 글로벌 탄소중립 움직임은 항공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유럽연합이 역내 공항에서 탄소배출을 대폭 줄인 친환경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일정 비율 섞어쓰도록 의무화하고, 이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기로 했다. 미국 등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SAF 시대를 맞이하는 해외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 항공업계 및 정부 대응을 4차례로 나눠 점검해본다.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SAF)가 급유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2023.9.5/뉴스1

(서울=뉴스1) 금준혁 신현우 김종윤 기자 = "결론은 알아서 잘하라는 거죠."

항공당국인 국토교통부는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의 컨트롤 타워로서 국내 항공사들과 관련 회의를 꾸준히 진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운항부터 이착륙까지 모든 것이 국토부 영향권에 있는 항공사들은 정작 SAF는 자율적으로 준비하라는 방침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대한항공, 정유사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한 바이오항공유 실증 사업이 이달 마무리된다. 대한항공은 GS칼텍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SAF를 넣은 화물기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띄웠다. SAF 생태계의 세 축인 정부, 정유사, 항공사가 협업한 첫 번째 사례다.

다만 대한항공이 급유한 SAF는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기업인 핀란드 네스테로부터 공급받은 물량이다. 국내에서 SAF 생산을 본격화한 정유사가 없어서다. 국내에서 SAF를 생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을 개정한 것은 불과 올해 1월이다.

먼저 위기감을 느낀 곳은 수요자인 항공사다. 비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연료를 해외에 의존하면 글로벌 리스크가 있을 때마다 항공업이 출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SAF 설비를 갖추기에는 공급자인 정유업계도 부담이다. 전용 생산설비에는 7000억~8000억 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 이에 맞는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당장 안 보이는데 무턱대고 생산시설을 지을 수는 없다"며 "배터리와 반도체는 국가 전략 육성사업으로 지정돼 세제 혜택을 받는데 SAF도 지정된다면 생산시설을 빠르게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두 정부만을 바라보는 상황에도 정부의 반응은 느리다. 실증 이후 SAF 관련 정책을 산업통상자원부와 준비 중이지만 정확하게 나온 계획은 없고 조만간 발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검토하는 상황이라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가령 석유사업법 개정 같은 제도뿐만 아니라 공항에 SAF를 저장하고 급유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정부 몫이다.

소비자의 안전, 비용과 직결된 문제지만 인식도 안일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이 앞으로 유럽 노선을 하게 되면 (SAF 사용, 운송비 부담 등) 모를 바는 아닐 것"이라며 "내년부터 거기에 대한 부분은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기업결합으로 인해 유럽 4개 노선이 대한항공에서 티웨이항공(091810)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승객 피해가 발생하자 뒤늦게 점검에 나선 바 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단기적으로 SAF는 장거리 노선을 뛰는 일부의 영역이지만, 결국 모든 항공사가 영향권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자국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의 SAF 의무 비율을 10%로 정했고, 싱가포르는 2026년부터 1%를 섞어야 한다. 이들 국가는 저비용항공사(LCC)도 다니는 핵심 노선이다.

이들 국가처럼 언제까지 몇 %를 혼유해야 한다든지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정부가 지난해 실증에 나서며 제시한 국내 SAF 도입 목표 시기는 2026년이지만, 이미 미국과 EU를 필두로 각국에서 정책이 확정돼 나오는 만큼 서둘러 구체화해 달라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안전을 위해 부품 하나까지도 국토부의 허가를 받는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안전과 연결된) SAF를 싣기는 어렵다"며 "설령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해도 급유를 위한 인프라도 준비해야 하는데 (정부가 안 하면) 누가 먼저 손을 들겠나"라고 반문했다.

최근 HD현대오일뱅크가 처음으로 생산한 SAF를 일본 ANA항공이 수입한 사례에서 보듯 양질의 SAF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SAF를 의무화한 국가들의 규제가 언제까지 자국 출발편에만 머무른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따라잡기 위해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항공사, 정유사가 적극적으로 SAF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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