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일으킨 그 결정, ‘국가’로선 합리적이었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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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다.
'현실주의 이론가 미어샤이머에 대한 오해와 사실'이라는 제목으로 해제를 쓴 옥창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교수는 이를 "국제정치에서 국가가 때로 폭력 행사를 결정하는 것도 그 국가로서는 합리적이었음을 기꺼이 인정해야 한다"고 풀이한다.
지은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미국의 쿠바와 이라크 침공 결정,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이 발발한, 그 기저의 상황과 정세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해당 국가들이 "제한된 합리성"에서 결정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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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강대국 결정들 ‘합리성’으로 검토
“다른 국가 다루기 위한 최선일 뿐”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존 미어샤이머·서배스천 로사토 지음, 권지현 옮김, 옥창준 해제 l 서해문집 l 2만4000원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다. 세계는 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향해 “비논리적이고 자기 파괴적”이라며 날선 공격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와 서배스천 로사토는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이 합리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대한 방어막으로 삼으려는 서방의 속셈을 간파한 러시아는 이를 “실존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으로 간주했고, 선제적 해결책으로 ‘전쟁’을 택했다. 그것도 예측불가 독재자 푸틴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핵심 참모들과의 협의의 결과라는 것이다.
“국가가 비합리적”이라는 관점은 전쟁뿐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대외 정책 등 여러 역사적 사례에 비일비재한데도, 지은이들은 “대부분의 국가가 거의 항상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정치라는 무대는 “정보가 부족하고 매우 불확실한 세계”다. 그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국가는 “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강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현실주의 이론가 미어샤이머에 대한 오해와 사실’이라는 제목으로 해제를 쓴 옥창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교수는 이를 “국제정치에서 국가가 때로 폭력 행사를 결정하는 것도 그 국가로서는 합리적이었음을 기꺼이 인정해야 한다”고 풀이한다.
다만 국가의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지은이들에 따르면, 진주만을 공격한 일본의 결정은 무모하지 않았다. 일본이 1931년 만주를 시작으로 1941년 인도차이나 남부까지 점령하자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는 “석유와 석유 제품의 일본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일련의 조치들은 이들 제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일본 경제를 옥죄었다. 미국과의 협상은 애초부터 난마처럼 얽혀 있었다. 네덜란드령 동인도 지대 점령이나 진주만 공격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쟁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일본은 “전쟁에서 지더라도 제국은 상당 부분 유지할 가능성”을 믿고 전쟁에 나섰다. 불확실한 정세와 미래 예측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미국의 쿠바와 이라크 침공 결정,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이 발발한, 그 기저의 상황과 정세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해당 국가들이 “제한된 합리성”에서 결정했음을 보여준다. 옥창준 교수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제정치 영역에서 국가가 때로 폭력 행사를 결정하는 것도 그 국가로서는 합리적이었음을 기꺼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국제정치에 있어 ‘합리성’을 집요하게 묻는 지은이들은 흥미롭게도 “이에 대한 명백한 정의를 내린 연구는 아직 없다”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합리성이란 “어떤 목적을 달성할 방법을 찾기 위해 세상을 이해하는 것-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또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즉 합리성이란 지고지순한 그 무엇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최선의 해법을 결정”하는 일종의 기술인 셈이다. 책 말미에서 지은이들은 합리성을 “국가 간 평화와 연결 짓는” 사고를 우려한다. 강대국의 합리적 정책결정자들은 “다른 국가들을 다루기 위한 최선의 전략을 알아내려 노력할 뿐” 평화라는 윤리에는 관심이 없다.
국제정치의 현실을 직시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다른 한편 “국제정치를 여전히 ‘당하는’ 입장인 한국과 같은 중견국 혹은 약소국들”(해제)에겐 이 역시 성찰적으로 톺아봐야 할 필요성도 남긴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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