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멧새가 둥지의 알을 다 버린 이유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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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새는 자기 둥지에 알을 낳는다.
반면 1%의 새는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 탁란 습성을 지니고 있다.
많은 숙주 새들이 새끼가 부화하기 전에는 밤에 둥지 생활하지 않기 때문에 그 틈새 시간을 노리는 것이다.
북미멧새는 이 새가 앉은 것만 봐도 둥지의 알을 남김없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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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시간
날아오르고 깨어나는 밤과 낮
마크 하우버 글, 토니 에인절 그림, 박우진 옮김 l 가망서사 l 1만9000원
99%의 새는 자기 둥지에 알을 낳는다. 반면 1%의 새는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 탁란 습성을 지니고 있다. 갈색머리찌르레기사촌이 그렇다. 이 새는 이른 아침에 ‘사기행각’을 벌인다. 많은 숙주 새들이 새끼가 부화하기 전에는 밤에 둥지 생활하지 않기 때문에 그 틈새 시간을 노리는 것이다. 찌르레기사촌은 미리 물색해 둔 둥지로 곧장 날아가 알을 낳는다. 암컷 찌르레기사촌 뇌 속에는 공간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크게 발달해 있어 점찍어 둔 둥지를 잘 찾아간다. 그러나 사기행각이 발각되면 위험해진다. 붉은날개검은새는 알을 낳고 있는 이 새를 보게 되면 머리와 등에서 피가 날 정도로 힘껏 쪼아댄다. 황금솔새는 자신처럼 피해볼 수 있는 새들을 불러모아 떼로 공격한다. 북미멧새는 이 새가 앉은 것만 봐도 둥지의 알을 남김없이 버린다.
기름쏙독새는 한밤중에 ‘치지지직’ 소리를 내며 집단 번식지 마련을 위해 소란스럽게 날아다닌다. 박쥐와 돌고래처럼 자신이 낸 소리가 되돌아오는 파장을 감지해 방향과 위치를 확인하는 반향정위 기술을 쓰는 소리다. 박쥐와 돌고래가 내는 초음파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 기름쏙독새의 소리는 들린다.
이처럼 조류학자인 지은이가 보여주는 24종의 낯선 새의 생태는 흥미롭다. 생태 일러스트레이터의 세밀화가 새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북돋운다. 지은이는 “지구상에 사는 새가 1만종 이상인데 기후위기, 서식지 감소, 인간의 활발한 행위와 탐욕이 이들을 우리와 다음 세대로부터 앗아가고 있다”며 “이 책은 이런 파괴적인 흐름을 멈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긴급한 요청”이라고 말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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