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브 인터레스트’로도, 우린 수용소를 다 모른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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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봉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20만 관객을 앞두고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 단란한 전원생활을 영위하는 수용소장 루돌프 히스 가족이 주인공이다.
영화의 특장은 유무형의 사익 실현 방편으로서 수용소와 인종학살이 그려진다는 점이다.
제목이 곧 '이익 지대'로, 히스가 사업자와 만나 수용소 가스실 증보강을 타진하는 대목도 그 실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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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운명 1·2·3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l 창비 l 각 권 1만7500원
지난달 개봉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20만 관객을 앞두고 있다. 올해 독립예술 외국영화로 단연 앞선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 단란한 전원생활을 영위하는 수용소장 루돌프 히스 가족이 주인공이다. 영화의 특장은 유무형의 사익 실현 방편으로서 수용소와 인종학살이 그려진다는 점이다. 제목이 곧 ‘이익 지대’로, 히스가 사업자와 만나 수용소 가스실 증보강을 타진하는 대목도 그 실태 중 하나다. 더 효율적인 절멸이어야 한다.
수용소의 이러한 진실이 가장 총체적으로 그려진 소설 중 하나가 러시아 작가 바실리 그로스만(1905~64)의 ‘삶과 운명’(전체 3권)이다. 나치 감찰장교 리스는 수용소의 ‘특별 구조물’(가스실) 건설 점검을 명령받는다. 1931년 헤르만 포스가 세운 기계 설비사가 시공 중이다. 리스는 이 출장이 반갑다. “수용소의 분위기와 늘 거칠고 야만적인 인간들과의 교류에 부담을 느끼던 터”였고, 막상 확인한 포스사의 이행 수준도 만족스럽다. 컨베이어 설계가 개선됐고, 열공학 기술자들은 소각 공정에 “최고로 경제적인 구조”를 작동시켰다. 포스 가족과의 야회는 매우 즐거웠다. 더더욱, 출장 보고차 베를린으로 가면 아내를 만나고, 젊은 내연녀와의 모처럼 밀회도 가능하다. 코냑도 준비했다. “여행이 기분을 많이 풀어주었다.” 돌연 아이히만이 베를린 대신 현장에서 직접 보고받겠다고 알려오기 직전까지. 기술자들은 리스의 눈치를 본다.
소설은 그렇게 자연스레 아이히만을 부르고 그를 관찰하고, 다시 수용소의 과업을 추적한다. “우리는 인류가 이천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단 스무달 만에 해결했다.”
공포에 몸부림치는 유대인, 가스실 근무자를 위한 평온한 기숙시설, 가스실 공정 중에도 횡행하는 도둑질, 가스실 내부를 창 넘어 들여다보며 흥분한다는, 그래서 누군가는 수음한다는 감시병들…. 특히 유약했던 독일 병사 로제도, 가스실 안 죽어가는 유대인 보는 일로 즐거움까지 느끼진 못했지만, “이 일이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명백한 이득과 은밀한 이득 모두를 잘 알고 있었다.”
1959년 완성됐으나 당국에 압수되고 1980년 스위스에서 첫쇄를 찍을 수 있었던 ‘삶과 운명’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견줘지는 전쟁 서사로 평가받는다. 톨스토이가 상상을 보탰다면, 종군기자였던 바실리 그로스만은 철저히 경험과 증언에 기반한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1942~43년 독일과 소련의 전혀 다를 바 없는 수용소를 시공간 삼아 선과 악으로 반죽 된 인류에게 발전이 불가능하리란 절망과 그럼에도 인간 속의 말살되지 않은 인간성에 대한 희망을 대척시킨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전쟁에 무감해지는 이 시기, 창비세계문학이 98~100번째로 내놓았다. “‘삶과 운명’에 보이는 독일의 유대인 박해에 대한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서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옮긴이(최선 명예교수)의 말은 다른 국가의 이름으로 변주되니, 견줌이 허무해진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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