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보다 포용으로… ‘분배’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대

이순녀 2024. 7. 1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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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살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 살 수 있다'는 탈무드 격언이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류학과 교수인 제임스 퍼거슨은 2017년 출간한 '분배정치의 시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퍼거슨 교수가 후속으로 내놓은 이 책은 기본소득을 넘어 분배에 관한 새로운 논의의 전환점을 제시한다.

배제가 아니라 포용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분배정치에 대한 실마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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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
제임스 퍼거슨 지음/이동구 옮김
여문책/132쪽/1만 4000원

‘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살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 살 수 있다’는 탈무드 격언이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류학과 교수인 제임스 퍼거슨은 2017년 출간한 ‘분배정치의 시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물고기 잡는 기술을 배우는 대신에 전체 글로벌 생산에서 일정한 배당을 청구할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면 오직 그때만이 정말로 평생 배부를 것이다.”

퍼거슨 교수가 후속으로 내놓은 이 책은 기본소득을 넘어 분배에 관한 새로운 논의의 전환점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누가 무엇을 왜 가져야 하는가’에 관한 분배정치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기둥은 노동과 시민권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구조적 실업에 놓인 가난한 나라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전반적인 경제 불안정성으로 ‘무임금 생활자’의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 국가가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사회적 분배의 대상은 시민권자로 한정되는데 불법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분배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두 가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이나 시민권에 기반을 두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분배 요구와 사회적 의무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안으로 ‘소유권’과 ‘현존’을 제안한다. 소유권은 생산과 관련된 모든 체계가 과거로부터 전해진 통합유산인 만큼 적어도 일정 부분은 모든 사람이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현존에 대해선 ‘모든 문제점까지 공유한 채 비자발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현존의 개념을 적용하면 분배는 관용이나 자비를 베푸는 인도주의적 행동이 아니라 귀찮고, 짜증 나지만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진정한 의무로 느껴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골칫거리 가족의 일탈을 감내하거나 만원 버스의 불편을 견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배제가 아니라 포용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분배정치에 대한 실마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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