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재산 챙기고 횡포… 불법 일삼는 마을대표 [선 넘는 우리동네 권력자들]

안형철 기자 2024. 7.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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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 노인회장, 농촌계장 등 마을대표들이 본인의 지위를 활용해 지역민에게 횡포를 부리거나 마을 공동재산을 편취하는 등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을대표들의 이 같은 비위행위가 가능한 것은 이들이 관공서를 보조하는 등 공적 업무와 역할을 수행하지만 비공무원 신분으로 인해 관리, 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허점을 노리고 있기 때문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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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만연한 생활밀착 비위 단속
마을이장·노인회장·농촌계장 등 문서 위조·발전기금 명목 돈 갈취
본인 지위 활용 주민에 권력 남용... 비공무원 관리감독 한계 ‘대책 시급’
일러스트. 유동수화백

 

#1. 화성시 한 지역 노인회장이자 수리계장(농업용수 및 관련시설 관리자)인 A씨는 본인 마을에 위치한 가족 소유의 토지 3천300㎡가량을 새마을회 명의를 도용해 마을공동시설로 개발했다. 해당 토지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마을공동시설의 경우 개발제한구역 내에서도 개발허가가 가능한 것을 노린 것이다. 개발이 완료되자 당시 이장이자 새마을회 회장인 B씨와 공모해 허위매매로 해당 시설의 소유권을 자신의 딸과 배우자에게로 이전했다. 또 수리계장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수리계 명의의 저수지 일원을 낚시터로 허가받아 낚시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챙겼다. A씨가 이토록 쉽게 문서를 위조해 허가받고 마을 공동의 재산을 편취할 수 있었던 것은 5년간 노인회장과 수리계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뒷받침됐다.

#2. 지난해 겨울 포천에서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마을이장인 D씨가 C씨의 사업장을 찾아와 마을발전기금에 사용할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한 것. D씨의 손에는 지역업체들의 리스트가 있었고 리스트에 적힌 업체 옆에는 5만~15만원의 금액이 적혀있었다. C씨는 얼마 전 인근 지역에서 마을발전기금을 거부했던 한 업체가 화물과 농기계 등으로 사업장 진입로가 막혀 애를 먹었다는 소식이 떠올랐다. C씨는 얼마 되지 않은 금액을 거부해 괜히 D씨가 사업을 해코지를 할까 걱정됐다. 그는 결국 D씨에 손에 10만원을 쥐여줬다.

마을이장, 노인회장, 농촌계장 등 마을대표들이 본인의 지위를 활용해 지역민에게 횡포를 부리거나 마을 공동재산을 편취하는 등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을대표들의 이 같은 비위행위가 가능한 것은 이들이 관공서를 보조하는 등 공적 업무와 역할을 수행하지만 비공무원 신분으로 인해 관리, 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허점을 노리고 있기 때문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지난해 6월12일부터 9월1일까지 마을대표들의 비위에 대한 ‘특정사안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특정사안감사는 마을대표들의 생활밀착형 비위가 만연해지자 이를 단속하기 위해 실시됐다.

화성시 사례는 해당 특정사안감사를 통해 드러난 비리로, 현재 화성시는 A씨를 형사고발하고 허가를 내준 공무원 2명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포천시의 경우 해당 사안을 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다. 포천시 관계자는 “관련해서 들어온 민원은 없다. 만약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장의 임명권자가 면장이니까 면장이 이장 해임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마을대표들의 비리를 점검함으로써 마을 규모의 정부 지원 사업 효과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시행했다”며 “해당 사안 등에 대해 향후 연간감사계획에 따라 철저하게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안형철 기자 goahc@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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