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100m 태극기 게양대… 오세훈 “재검토 하겠다”

구윤모 2024. 7.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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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던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시는 태극기 설치부터 게양대 높이, 다른 상징물 활용 등 시민 의견을 들어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에 이미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데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것은 지나치게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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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주의 강요” 비판에 한발 물러서
높이 조정·다른 상징물 활용 등 모색
한달 간 시민 의견 청취 후 추진키로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던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나친 애국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과 광화문광장 미관을 해칠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시는 태극기 설치부터 게양대 높이, 다른 상징물 활용 등 시민 의견을 들어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국가상징공간은 국민 자긍심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민과 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의 바람과 뜻이 담긴 의미 있는 장소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국가상징 조형물 조감도.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지난달 25일 110억원의 예산을 들여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고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 상징물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정치권과 시민들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확산했다. 광화문광장에 이미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데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것은 지나치게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시와 국가상징공간 조성을 함께하는 국토교통부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도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라며 반발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오 시장은 이날 꼭 태극기와 100m 높이의 게양대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정부가 정한 다른 국가 상징인 애국가, 무궁화, 나라문장, 국새(나라도장)를 활용한 조형물 설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계획대로 태극기를 단다면 게양대 높이를 50m, 70m로 낮추거나 높이를 10∼70m까지 조정할 수 있는 가변형 게양대를 설치할 수도 있다며 예시도를 제시했다.

오 시장은 “이번에 깜짝 놀랐다. 태극기에 대해 선입견이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놀랍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각자의 이념지향, 가치관, 국가관과 연관돼 있으니 생각을 강요할 순 없지만, 호국보훈의 의미는 꼭 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6·25전쟁 외에도 3·1독립운동, 4·19혁명 등 지금의 대한민국 발판을 만든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해 홈페이지 등에 별도의 창구를 만들기로 했다. 국가상징조형물의 형태, 높이, 기념할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 모든 부문에서 가능성을 열고 약 한 달간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활용해 국가상징공간과 조형물 규모, 디자인을 논의하고 국토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시는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8~11월 설계 공모를 추진하고, 내년 4월까지 기본·실시 설계 후 5월 착공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오 시장은 “일부에서 제가 다음 선거를 의식한다는 비판도 있었다”며 “그런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서둘러 선거와 되도록 멀리 떨어진 이른 시일 내에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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