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리거나, 합치거나…소멸위기서 되살아난 농촌학교들

서륜 기자 2024. 7.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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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위기 농촌학교, 되살리거나 합치거나]
충남 논산 광석초·전북 부안 하서초

농어촌지역에서 폐교가 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올해만 해도 전국 초·중·고등학교 1만2027개교 가운데 문을 닫는 학교는 33개로 지난해 18개와 견줘 거의 2배에 달한다. 폐교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각은 두가지로 갈린다.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 소멸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폐교를 막고 학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학교 통폐합을 통해 아이들에게 좀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면 오히려 젊은층이 유입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학교와 학생을 살리기 위한’ 두가지 정반대의 대안이 주목을 끈다. 학생 유치를 통해 폐교 위기를 벗어난 충남 논산 광석초등학교와 3개 학교를 통폐합해 교육 환경 개선에 나선 전북 부안 하서초등학교가 그곳이다.

충남 논산시 광석면 광석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모형 비행기 날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광석초

“이젠 학원 말고 ‘늘봄학교’서 배워요”

되살리거나 - 충남 논산 광석초 
주민자치회와 함께 돌봄 해결 
지난해 1명서 올해 32명 입학 
아침부터 저녁까지 활동 지원 
간식·식사·다채로운 교육 제공 

충남 논산시 광석면의 광석초는 여느 농촌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수가 급감했다. 신입생이 2021년 4명이었고, 2022년과 2023년에는 2년 연속으로 1명씩 입학한 탓이다. 인근 왕전초등학교와 통합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전교생이 50명이 안되면 ‘적정규모학교’로 지정돼 통합할 수 있다.

그러던 광석초가 올해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신입생 수가 무려 32명에 달한 것. 이 가운데 26명이 논산 시내권에서 원정 입학했다. 광석초 전교생은 현재 55명까지 늘었다.

광석초가 통합 위기에서 기적같이 벗어난 이유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손잡고 학생들 돌봄에 전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광석초의 ‘늘봄학교’가 광석면 주민자치회의 ‘마을학교’와 연계한 ‘마을 참여형 늘봄학교’로 변모한 게 바탕이 됐다. 광석초 학부모들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돌봄 덕분에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한다.

마을 참여형 늘봄학교는 오전 8시부터 1시간가량 독서(저학년)와 놀이체육(고학년)으로 시작된다. 부모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교에 일찍 보내야 하는 경우가 대상이다. 현재 45명가량이 오전 돌봄에 참여한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아이를 위해 간편식으로 식사까지 챙겨준다.

정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오후 4시까지 오후 돌봄을 받는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이 시간에는 록밴드, 디지털 드로잉, 원어민강사가 지도하는 영어수업 등 무려 28개에 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하교 시간이 빠른 1학년은 오후 1시부터 피아노·바이올린 교습과 농장 체험 등을 통해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는 저녁 돌봄에는 주민자치회가 운영하는 ‘마을학교’가 나선다. 저녁 돌봄을 받는 36명은 학교 바로 옆에 있는 주민자치센터에서 간식을 먹고 수업을 받은 뒤 저녁식사까지 한 후 귀가한다. 광석농협은 간식을 지원하고, 자율방범대는 차량을 운행해 학생들의 야간 귀가를 돕는다. 이장단협의회는 후원금과 쌀을, 광석면사무소는 개인 사물함을 제공했다. 저녁 돌봄에는 광석초 학생뿐만 아니라 인근 왕전초·원봉초·광석중 학생과 유치원 아이들까지 참여한다.

광석초로 전학 왔다는 김모양은 “집 근처 학교를 다닐 때는 오후 2시반이면 수업이 끝나 피아노와 영어 학원에 다녔는데, 광석초에 오고 나서 다 끊었다”며 “돌봄 교실에서 저녁 시간까지 친구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주현 교장은 “온 마을, 특히 주민자치회 마을학교의 도움을 받아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함으로써 학부모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논산=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전북 부안군 하서면의 3개 학교가 통합한 하서초등학교 학생들이 점심시간 후 도서관에 모여 자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설 좋고 새 친구 많아져 즐거워요”

합치거나 - 전북 부안 하서초 
장신·백련·하서초 자발적 통합 
전북 최초…6학급 학생 31명 
통학버스 운행…병설유치원도 
영어회화·피아노 등 강좌 다양

올초 전북 부안군 하서면의 하서·백련·장신 초등학교가 통합학교 하서초로 새롭게 출발했다. 지역에서 3개 이상의 초등학교가 자발적으로 모여 통합된 전북의 첫 사례다.

통합 논의는 2010년경부터 시작됐다. 지속적인 학생수 감소로 한 학교당 학생수가 10명 미만으로 떨어지는 상황에 몰리면서 통합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학교가 없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아 추진되지 못하다가 2019년에 이르러서야 3개 초교의 통합이 결정됐다.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은 “하서초는 부안 하서면 지역공동체의 자발적인 합의에 따라 초등 3개교가 통합해 개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하서초는 접근성이 좋은 장신초 부지를 통합학교 위치로 정해 학교를 신축하는 등 준비를 마친 뒤 올 3월 입학식과 함께 새롭게 출발했다. 현관에는 장신초와 백련초가 통합된 학교라는 것을 기억할 수 있도록 3개 학교 연혁판이 나란히 걸렸다.

하서초에는 현재 6학급, 31명의 학생과 27명의 교직원이 있다. 특수학급과 병설유치원까지 갖춰 지역을 대표하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원거리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통학을 돕기 위해 통학버스 2대를 운영해 이동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이는 등 통합에 따른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최신식 편의시설도 두루 갖췄다. 디지털 스포츠센터에서는 장구와 배드민턴 같은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또한 각 층에 배치된 최신식 시설에선 영어회화, 피아노,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배울 수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강경화 하서초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겨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백련초에 다녔던 김윤지 학생(6학년)은 “예전 학교는 심심했는데 지금은 도서관도 커지고 시설도 다양해 할 수 있는 게 많다”며 “여러 친구들과 함께 있다보니 학교생활이 재밌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한 학부모는 “집 근처에 있어야 할 학교가 없어지니 나중에는 마을도 없어질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단순히 학교를 통합하는 걸로 문제가 다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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