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면 편하지요… 살아가는 게 힘들면 열심히 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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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사실은 자신이 최선을 다해 조심조심,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의미예요. 아무것도 안 하거나 대충 살고 있다면 힘든 걸 느낄 수도 없으니까요."
"하하하, 겨울에 귤나무를 베어 아무리 안을 찾아본들 귤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그 나무에 귤이 없는 것인가요? 수확 철이 되면 주렁주렁 나오겠지요. 지금은 없으나 없다고 할 수 없는, 이것을 가리켜 '공'이라고 합니다. 햇볕과 물을 주고 농부가 잘 가꾸면 탐스러운 귤이 나올 테고, 그러지 못하면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볼품없겠지요. 색즉시공(色卽是空), '색(물질로 이루어진 것)이 공과 다르지 않다'라고 하는 것은 이런 까닭입니다." ―앞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기에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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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었다는 건 없는 게 아니라
채워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만물엔 원인과 결과가 있어
“지금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사실은 자신이 최선을 다해 조심조심,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의미예요. 아무것도 안 하거나 대충 살고 있다면 힘든 걸 느낄 수도 없으니까요.”
―만물이 ‘공’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요.
“일체 만물에는 원인과 결과(연기·緣起)가 있지요. 하지만 고정된 게 아니라 연속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의지하며 변합니다. 처한 조건이나 결과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단 한 순간도 동일한 상태에 머물지 않기에 ‘무상(無常·항상함이 없다)’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그래서 공은 ‘아무것도 없다(無)’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고, 또 무엇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원리를 담은 이치를 말합니다. 그 이치를 빌 공(空)으로 쓰기로 약속한 거죠.”
―알 듯 모를 듯합니다만….
“하하하, 겨울에 귤나무를 베어 아무리 안을 찾아본들 귤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그 나무에 귤이 없는 것인가요? 수확 철이 되면 주렁주렁 나오겠지요. 지금은 없으나 없다고 할 수 없는, 이것을 가리켜 ‘공’이라고 합니다. 햇볕과 물을 주고 농부가 잘 가꾸면 탐스러운 귤이 나올 테고, 그러지 못하면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볼품없겠지요. 색즉시공(色卽是空), ‘색(물질로 이루어진 것)이 공과 다르지 않다’라고 하는 것은 이런 까닭입니다.”
―앞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기에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출가하기 전인데, 저도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할 정도로 사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앞도 보이지 않는 절벽 길을 매달려 가는 느낌이었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 험하게 걸었던 그 시간이 내 삶에 가장 힘을 비축했던 성장기였더라고요. 요즘 힘든 사람이 많고, 특히 젊은 세대는 더 그런데… 힘들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느끼는 것이지요. 결코 힘듦으로만 끝나지 않아요. 지금이 한겨울의 귤나무인 순간일 뿐이죠. 지금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은 분명히 바뀝니다.”
―반야심경을 이해하면 마음의 괴로움도 줄일 수 있다고요.
“예를 들어 상사가 인사를 안 받았어요.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오르겠죠. ‘내가 뭘 잘못했나’ ‘나를 싫어하나’ ‘나한테 왜 저러지?’ 하며 하루 종일 신경 쓰이고 괴롭겠죠. 근데 상사는 단지 딴생각 때문에 못 들은 것뿐일 수 있어요. 없는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 자신에게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계속 쏜 거죠. ‘공’을 깊이 이해하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조건에 따라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도, 안 만들 수도 있는 게 ‘공’이니까요. 뛰어가서 더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될 테고, 그러면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은 없겠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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