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여행사는 누가 지켜줍니까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여행사업을 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가장 먼저 국내여행업, 국외여행업, 종합여행업 중 내가 해야 하는 여행사업의 종류 중 어느 사업을 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 국내여행업은 내국인을 국내여행시키는 일을 한다. 국외여행업은 내국인을 해외로 여행시키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하며 종합여행업은 국내외를 여행하는 내국인 및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을 일컫는다. 여행사업의 종류를 파악했다면 다음은 자본금이 필요하다. 국내여행업은 1500만원, 국외여행업은 3000만원, 일반여행업은 1억원이 사업주 통장에 있어야만 사업자등록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자본금까지 준비됐다면 그다음 단계가 있다. 각 관할구청에 가서 관광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등기를 낸 후 관할구청 관광과에 가서 관광사업자등록증 발급신청을 하고 사무실이 실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임대차계약서와 자본금이 충족됐는지 전날 은행에서 발급받은 잔액증명서를 확인받아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관광사업자등록증 발급이 완료되면 관할 세무소에서 사업자등록증을 받은 후 보증보험사에 가서 영업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각 업에 따라 보증보험의 금액도 다르다. 결론은 우리나라에서 여행사업을 하려면 굉장히 복잡하고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여행사는 직격탄을 맞았고 여행사 중 많은 사업장이 폐업하거나 휴업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폐업을 하지는 못하고 유지만 하는 회사도 꽤 된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근로자를 위한 법이었고 사업주가 더 큰 타격을 받은 경우도 많았다. 근로자에 대한 지원금은 나오지만 근로자의 4대보험 및 기타비용은 근로자가 근무하지 않음에도 고스란히 여행사 대표들이 빚을 내가며 부담했다. 수익이 없자 여행사 대표들은 본업도 아닌 이삿짐을 나르고 어떤 대표는 어촌마을에서 일일 작업을 했다. 그렇게 힘들게 버텼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그동안의 빚을 갚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더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법의 굴레 속에서 대표들은 다시 좌절하고 있다. 먼저 산악회 및 온라인 등산 플랫폼, 소모임과 같은 온라인 카페가 성행하기 시작하면서 여행사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조직이 여행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위에 설명한 굉장히 복잡하고 시간이 꽤 걸리는 여행사업 등록을 하지 않고도 여행사업과 같은 여행상품을 운영한다는 말이다. 상품을 판매하고 단체버스를 운행함에도 가이드가 동행하지 않거나 또는 사고발생 시 본사 책임이 아니라는 말을 공지하면서 셔틀 개념의 여행사업을 영위한다.

물론 식사도 불포함이라 여행 참여자들은 집, 혹은 휴게소에서 식사를 각자 지참해서 온다. 그리고 산에서 식사하고 그 쓰레기를 휴게소나 그 지역에 버리고 온다. 결국 여행지에서 소비는커녕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식이라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운영되는 산악회나 동호회식 여행을 반기지 않는 지역주민도 꽤 생겨났다. 그리고 여행사업 등록이 안 돼 있으니 근로자에 대한 4대보험 등 정식으로 세금신고를 하지 않은 곳도 많을 것이다. 정식 사업자도 없고 안전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단순히 셔틀버스로 전국을 다닌다. 이런 사업이 점점 늘어나면서 수십 년간 여행사업으로 고스란히 매출에 대한 세금, 직원들의 고용유지, 사무실 임대료 등을 내며 정식으로 운영하는 여행사들은 점점 더 영업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빠진다.

이런 사업 행위를 막아줘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 이러한 기본적인 체계를 막지 못하는 상황인 지금도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대국민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K컬처를 앞세워 5년 내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3000만명이 오면 뭐하나. 한국에서 여행사업을 죽어라 하는 여행사는 여행사업자 면허도 없는 곳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전쟁인데. 여행사는 누가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맞는 것일까.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