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쾅! 모두들 빙그레
지난 10일 고척 한화-키움전. 한화가 5-0으로 앞선 8회초 선두 타자 채은성(34)이 타석에 섰다. 올해 부진을 겪고 있는 채은성은 유독 키움에 약했다. 이 타석 전까지 키움전 30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바뀐 투수 문성현을 상대한 채은성은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높은 직구를 받아쳐 비거리 120m 좌월 홈런을 터트렸다. 키움전 ‘무안타 행진’을 끊는 순간이었다.
홈런을 친 당사자보다 더 기뻐한 이들이 있다. 타구가 넘어가는 순간 일단 원정 응원석에서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더그아웃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포수 이재원은 더그아웃에 들어온 채은성을 꼭 안아줬고, 류현진도 채은성의 엉덩이를 툭 치며 반겼다. 양상문 투수코치도 과거 LG에서 지도한 경험이 있는 채은성에게 다가가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승부처에서 나온 극적인 ‘한 방’은 아니었지만, 주장 채은성이 홈런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채은성은 LG에서 뛰던 2022시즌 종료 후 한화와 6년 총액 90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이적 첫해 137경기 타율 0.263, 23홈런, 84타점, OPS 0.779로 팀의 중심 타자 역할을 잘해줬다.
지난해까지 베테랑 선수가 많지 않았던 한화에 채은성이 가진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올핸 주장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새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채은성은 올시즌 슬럼프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10일 키움전까지 66경기 타율 0.229, 7홈런, 39타점, OPS 0.654를 기록 중이다. 2014년 1군에 데뷔한 이래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주장이란 중책을 맡은 시즌에 부진한 터라, 개인적으로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중계방송사와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면서도 채은성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그는 “팀에 도움이 돼야 하고 잘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데, 잘 안 돼 힘들었다”며 “오늘을 계기로 풀렸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앞서 김경문 한화 감독은 후반기 타선의 핵심 선수로 채은성을 꼽았다. 채은성이 살아나야 노시환, 요나단 페라자, 안치홍, 김태연 등 팀 중심 타선의 위력도 함께 커질 거로 봤다. 전반기 우익수를 겸하던 채은성이 후반기부터 1루수로만 출장하는 것도 타격에 더 집중하기 위함이다.
한화는 올해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팀이다. 현재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중위권과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연승 한 번에 순위표가 요동칠 수 있다. 4번 타자 노시환이 어깨 부상으로 최소 3주간 전열에서 이탈한 가운데 채은성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한화는 10일 키움을 7-0으로 꺾고 후반기 첫 승리를 신고했다. 기다리던 채은성의 홈런도 터졌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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