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최저임금 중재안’ 근거…“이현령 비현령”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올해 최저임금 수준 심의 과정에서 ‘국민경제생산성 상승률(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취업자증가율)’을 구하는 산식을 다시 활용했다. 노동계는 이 산식을 쓰는 것 자체가 최저임금제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2021년, 2022년 심의 당시엔 최종 표결안 산출 근거였다가, 올해는 공익위원 제시 심의촉진 구간 상한선 산출 근거가 되는 등 일관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공익위원들의 중재 근거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익위원들은 12일 최임위 11차 전원회의에서 1만(1.4% 인상)~1만290원(4.4% 인상)을 심의촉진구간으로 제시했다.
하한선 근거는 중위임금의 60% 수준과 지난해 노동계 최종제시안 1만원이다. 사용자위원들은 그간 최저임금이 부작용 없이 운영되기 위한 적정 수준의 상한을 중위임금의 60%라고 주장해왔다.
상한선 근거는 올해국민경제생산성 상승률 전망치다. 경제성장률(2.6%)과 소비자물가상승률(2.6%)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0.8%)을 뺀 수치가 4.4%다.
2021년, 2022년 심의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은 2년 연속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으로 표결 끝에 결정됐다. 공익위원들은 국민경제생산성 상승률 산식을 최종 표결안 산출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올해 심의에선 이 산식이 공익위원 심의촉진구간 상한선 근거로 바뀌었다. 이 산식에서 나온 수치가 예전과 달리 상한선이 됐다는 것은 2021년, 2022년 심의 때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더 억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개 최종 결정액은 상한선보다 낮은 액수이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근본적으로 노동생산성 지표인 국민경제생산성 상승률을 최저임금과 연동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해왔다. ‘1인당 평균 노동생산성에 따라 저임금 노동자 임금을 정한다’는 산식 논리에선 시장실패 교정과 분배 개선 등 최저임금제 핵심기능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이인재 최임위원장은 지난달 4일 기자회견에서 예전 최임위가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에 활용한 산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라던 산식이 이번엔 상한선 기준이 됐다. 이는 산식 자체가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걸 보여준 셈”이라고 짚었다.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심의 때마다 제시하는 심의촉진구간 산출 근거도 해마다 다르다. 정부가 암묵적으로 정해둔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후적으로 근거를 꿰맞추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익위원 운영위원(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표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사 양측이 주장하는 기준에 따라 상·하한선을 정하려고 여러 지표를 활용해왔다. 올해 상한선 기준으로 국민경제생산성 상승률을 활용한 건 노동자위원들이 최소한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은 인상률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4261400001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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