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박근혜 정부가 왜 무너졌겠나

최재혁 기자 2024. 7. 1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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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문자’ 등장 이후 진흙탕 가는 與 전대
朴 정부 균열 때 연상… 이러다 역사 반복될 수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한 번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하진 않았을 장면이 100개는 된다.” 멸문지화를 당했던 박근혜 청와대 비서관 출신들이 하는 얘기다. 지금 돌이켜 보니 박 전 대통령이 가서는 안 될 길로 갔던 경우가 그렇게 많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청와대에서는 수석보다 ‘삼인방’ 같은 비서관이 더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그들은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순간이 많았다며 지금 후회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권 붕괴의 출발점으로 2016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의 불화를 꼽는다. 이는 ‘옥새 파동’ ‘친박 감별사’ 같은 충돌로 이어졌다. 3자 구도에서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총선에서 패배했고 보수 진영은 깊은 내상을 입었다.

박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표를 달갑지 않아 했다. 그래서 둘을 화해시키려는 비서관들의 시도들이 있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면 대개 여당 대표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배웅 행사에 참석했다. 한번은 두 사람이 접견실에서 단둘이 만날 수 있도록 대통령 동선(動線)을 짰는데, 그날따라 박 전 대통령은 접견실을 지나쳤다고 한다. 알고 그랬는지, 우연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독대가 이뤄졌다면 역사가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박근혜 청와대 비서관들은 정권 붕괴의 시작점을 ‘배신의 정치’ 파동으로 잡았다. 2015년 6월 국무회의 석상에서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는 박 전 대통령 발언이 나온다.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겨냥한 말이었다.

대통령 메시지는 부속실을 거치는데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유 전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공무원 연금 개혁 협상을 위해 국회에 시행령 개정 권한을 준 법안에 합의했던 것에 대한 ‘격노’였다. 이후 보수에서는 그 누구도 ‘유승민을 품자’는 말을 박 전 대통령에게 할 수 없었다.

김무성과 유승민, 두 사람은 한때 박 전 대통령을 열심히 도왔던 사람들이다. 그들을 찍어 누르면 당연히 그 반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전제 군주제에서 볼 법한 전근대성을 느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판단 착오와 아집, 오해와 불신, 자기 과신과 불운이 고리처럼 연결돼 탄핵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연결됐다.

지금 국민의힘 상황은 그때를 연상시킨다.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집안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야당과 싸울 때보다 더 지독하고 표독스러우며 치사하기까지 하다. 승패를 떠나 상대를 만신창이로 만들겠다고 작정을 한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우리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국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김건희 여사가 6개월 전에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냈다는 ‘디올백 사과 의향’ 문자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전투구가 시작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강행할 예정이다. 5개의 탄핵 청문 사유 모두 말이 안 되는 내용이다. 그걸 모르지 않을 야당의 목적은 ‘탄핵 공론화’에 있다. 해병대원 특검법도 계속해서 다시 올릴 것이다. 이재명 대표 사건의 재판들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탄핵 시계를 더 빨리 돌리겠다는 야권 인사들이 꽤 있다.

정국이 야당 뜻대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보수 정부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탄핵하려면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여권의 현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때처럼, ‘이것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일들이 또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사생결단으로 싸우는 당대표 후보들에게 “멈추라”는 당내 요구가 점점 커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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