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드문 시골, 버스도 앱으로 부른다...“10분 만에 달려와”
지난달 21일 오후 12시 전남 영암군 삼호읍 검길마을 입구. 폐교된 초등학교에서 공공 근로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아내와 함께 선 박정식(76)씨가 휴대폰을 꺼내 ‘셔클’ 앱을 켜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불렀다. 셔클은 지난 3월 이 지역에 도입된 콜버스이자 앱 이름이다. 부부는 매일 출퇴근 때 셔클을 이용한다. 마을 중심지와 집을 오가는 시내버스가 두 시간에 한 대 오는 탓이다. 셔클은 약 10~30분이면 온다. 박씨는 “일을 다시 하게 될지 예상 못하고 면허를 반납했다”며 “처음엔 출퇴근하느라 애를 먹다가, 얼마 전 손주가 콜버스를 알려줘 이용하고 있다. 시골에는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했다.
콜버스가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의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골 버스 업체들은 인구 감소로 적자가 늘고 있는데, 많은 지자체가 이를 예산으로 보전해준다. 하지만 콜버스를 활용하면 주민들도 편해지고, 지자체도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영암군은 올해 목포시와 삼호읍을 관통하는 3개 버스 노선의 운행 횟수를 3분의 1로 줄이고 셔클을 도입했다. 그 결과 영암군이 해마다 버스 적자 보전용으로 지출하던 예산이 약 7억5000만원 절감됐다.
2021년 시작한 셔클은 현재 영암군을 포함한 지자체 18곳에 도입됐다. 현대차가 개발한 플랫폼으로, 버스와 택시의 중간 단계에 가깝다. 앱이나 전화로 부르면 원하는 곳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데, 중간에 다른 승객이 함께 탈 수 있다. 이때 인공지능이 최적의 경로를 탐색한다. 각 지역의 교통 수요를 학습해, 시간대별로 효율적인 노선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용 금액은 각 지자체의 기존 버스와 같다.
◇콜버스, 지역별 차별화해야
부르면 오는 콜버스를 업계에선 ‘수요응답형 교통(DRT·Demand Responsive Transit)’이라고 부른다. 2015년 전라북도 완주군이 전화로 버스를 부르는 방식의 콜버스를 도입한 이래 전국 시골 지역에서 앱이나 콜센터를 이용한 콜버스를 잇따라 도입했다. 경기도는 ‘똑버스’, 세종은 ‘이응버스’, 제주는 ‘옵서버스’ 등의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성과는 다르다. 인천연구원에 따르면, 인천 일부 지역에서 2022년 말까지 2년간 운행된 ‘I-MOD’는 송도에서만 월평균 1억3000만원 안팎 적자를 기록했다.
지역별 특성에 따라 운영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하는 이유다. 셔클은 정해진 노선을 돌게 하는 ‘고정 노선형’과 택시처럼 운영되는 ‘유연형’ 중 지자체가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다.
영암군 삼호읍에서 운영 중인 셔클은 등하교 시간대에는 정해진 노선을 돌고, 낮 시간엔 장소 구애받지 않고 달려간다. 낮 시간대 이용을 유연하게 한 결과, 기존 버스 대비 기다리는 시간이 평균 70% 안팎 줄었다. 이 때문에 지역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지난달 21일 오후 5시, 하교 시간이 되자 삼호 고등학교 앞엔 학생 30여 명이 줄지어 셔클을 기다렸다. 삼호 고등학교 2학년 김상윤(17)군은 “집이 20분 거리에 있어 셔클을 못 타면 한참 기다려 버스를 타야 한다”며 “앱으로 버스 위치를 확인하고, 좌석까지 예약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기존 운수사와 합의는 과제
해외에서도 인구 감소 지역에서 비슷한 콜버스가 도입되고 있다. 고령화가 더 일찍 진행된 일본에선 50개 이상 지자체에 콜버스가 도입돼 있다. 영국, 미국, 스페인 등에서도 2019~2020년을 기점으로 농어촌 지역에서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이 도입되고 있다.
기존 운송 업계와 원만한 합의점을 찾는 것은 과제다. 콜버스가 택시와 버스의 중간 성격으로 양쪽 수요를 흡수하다 보니, 버스업계도 택시업계도 모두 불만이다. 작년 2월 현대차는 택시업계 반발을 감안해 전국택시연합회와 MOU(양해각서)를 맺고, 셔클 앱에 택시 호출 기능을 탑재했다. 규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수요응답교통’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농어촌과 대중교통 부족 지역에만 운행할 수 있도록 돼있다. 김수영 현대차 셔클사업실 상무는 “더 많은 이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최대한 지역과 대상을 확장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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