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자립·안보 강화 올인… 中, ‘新만리장성’ 쌓는다
2022년 집권 3기를 연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향후 10년 동안 국가 정책 추진 방향을 결정하는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3중전회)’가 15~18일 베이징 징시(京西) 호텔에서 열린다. 중국 지도부 370여 명(중공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이 참석하는 3중전회 폐막 직후 발표하는 성명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새 지도부 출범 후 세 번째로 열리는 전체회의(중전회)를 뜻하는 3중전회에선 보통 국정 운영의 밑그림이 제시돼 왔다. 앞서 시진핑 체제에서 열린 2013년 당시의 첫 3중전회에선 시장의 힘이 경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2018년엔 경제 문제보다 당정 개혁이 주로 논의됐다. 이번 회의는 10년 만에 중국 경제 방향을 재설정할 기회이고, 관례보다 1년 늦게 개최돼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미·중 경쟁, 서방과의 무역·기술 분쟁, 대만 해협 긴장 고조, 소비 저하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구조적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1978년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노선을 선택한 이후 또다시 스스로 ‘환부’에 칼을 대야 할 때가 왔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번 3중전회에서 중국은 경제난으로 인한 내부 압력과 서방의 제재를 타개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안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재분배를 통해 급한 불을 끄는 재정 정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우선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회의에서 ‘신품질[新質] 생산력’을 국가 슬로건으로 내걸 것으로 보인다. 신품질 생산력은 기술 혁신 의지를 담은 신조어다. 자원과 인력을 대량 투입해 성장을 추구했던 기존의 방식을 탈피,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국가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국의 기술 봉쇄를 타파하는 일거양득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4일 시진핑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과학 시상식에서 과학자 3000여 명에게 “십 년 동안 칼 한 자루만 갈겠다는 결심으로 과학기술 강국을 건설하라”면서 10년 뒤인 2035년을 목표 달성 시점으로 강조했다. 특히 이번 3중전회에선 인공지능(AI) 집중 육성책이 나올 전망이다. 리창 중국 총리가 올해 1·4·7월 개최한 경제 좌담회에선 각각 AI 자율 주행, AI 인간형 로봇, AI 공업용 기계가 처음 주제로 등장했다.
국가 안보 수호 메시지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3중전회를 앞둔 지난달 24일 왕샤오훙 공안부장(장관)은 전국공안기관회의에서 웨이원(維穩·사회 안정)을 강조하면서 국내의 ‘정치 안보 전력 수호’를 내세웠다. ‘안보와 발전은 두 날개[一體之兩翼]’란 당 노선을 재확인하며 사실상 안보가 경제 발전보다 우위에 있다는 메시지도 나올 수 있다.
미국을 필두로 서방이 첨단 반도체 등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가운데 ‘공급망 안보’ 보장 방안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 ‘외세 침략’에 대비해 기술·자원 자급자족을 이뤄 ‘신(新)만리장성 쌓기’를 구체화한다는 얘기다.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 부채 폭탄, 고용 악화로 벽에 부딪힌 경제문제 해결 방책도 내놓는다. 세제·재정 개편, 미분양 부동산 매입, 은퇴 연령 상향, 외국 기업 지원책 등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중앙정부가 독식하는 소비세(전체 세수의 9%)를 절반 이상 지방정부에 배분하는 정책도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정책이 시행된다면 부동산 침체로 재정이 파탄 난 중국 지방정부들의 세수가 6%가량 늘게 된다. 중국에서 지방정부 재정은 전체 재정의 54%를 차지하지만, 지출은 전체의 86%를 차지한다.
개인 소득세 항목을 대폭 늘리고, 중국이 지금껏 마지막 ‘카드’로 남겨뒀던 부동산 보유세·상속세를 초기 도입해 세수 전체를 크게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돈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미분양 주택 10%를 국가 주도로 구매하고, 농촌 부동산 거래 제한을 해제하는 방안이 전해진다. 남성 60세, 여성 55세인 은퇴 연령을 10~15년 내 65세로 상향해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국유 기업의 이익 이전과 배당금 지급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도시화를 촉진하며 중국 경제에 활력을 충전한다는 ‘오래된 계획’도 재탕할 수 있다. 수십 년에 걸친 도시 확장에도 중국 인구의 약 66%만 도시에 거주하고 있어 주요 선진국(80% 이상)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 그러니 중국에 ‘도시화’는 언제나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남아 있다.
해외 자본과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대외 개방’ 확대 메시지도 나온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지난 5월 미국 테슬라가 상하이에 두 번째 ‘기가 팩토리’를 착공했다는 소식 등을 전하면서 수준 높은 대외 개방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외국 기업에 사업 소유권을 전적으로 내주는 식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보다 정책 미세 조정에서 멈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3중전회에서 ‘빅뱅’ 수준의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JP모건은 “과거 사례를 보면 중국이 정책 공약을 얼마나 이행할지 회의론이 든다”고 했다. 블룸버그도 “올해 3중전회에서 시장 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화끈한 개혁이 나올 기대감은 낮다”고 했다.
☞3중전회(三中全會)
‘중전회’란 5년마다 새로 구성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중앙위원회)의 전체 회의를 뜻한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일곱 차례에 걸쳐 열리며 이중 세 번째로 열리는 회의를 ‘3중전회’라고 부른다. 1·2중전회는 최고위급 지도자 및 고위 관료 인선 등을 하고 마지막 7중전회에선 다음 공산당 당대회(한국의 전당대회 격)에 대한 국정 운영 보고 문건 등이 결정된다. 3~6중전회에선 국정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이나 계획이 결정되는데 통상 지도부 출범 이듬해 가을에 열리는 3중전회가 향후 5년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로 평가된다. 이번엔 이례적으로 1년가량 소집이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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