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검찰 애완견” 李 발언, 정론지라면 더 강하게 질타했어야

정리/김정형 기자 2024. 7. 12. 00: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7월 정례회의]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8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성주(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별아(소설가), 김태수(변호사)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검찰 애완견>

-권력자의 잘못된 언행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어떤 때는 투쟁도 불사해야 하는 것이 정론지의 소명이다. 조선일보는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발언을 몇 차례 기사화했다. <李, 이번엔 언론 탓… “검찰의 애완견 돼 대북송금 조작”>(6월 15일 자 A6면), <나경원 “독재 예행연습” 안철수 “감옥 두려운가” 유승민 “조폭같은 막말”>(6월 17일 자 A6면) 등이다. 발언의 배경을 자세히 다뤘지만, 이에 대해 확실한 질타가 결여된 것은 크게 아쉬웠다. <[社說] 자기 목소리 녹취 나와도 법원 겁박, 언론에 막말>(6월 18일 자 A35면)은 “기자협회와 언론노조 등은 사흘간 침묵하다 비판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사과하라’는 성명을 냈다”고 적시했다. 조선일보는 어땠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지난 한 달간 큰 뉴스 중 하나가 북·러 정상회담이다. 푸틴이 방북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서명을 했는데, 한반도 안보와 정치 지형을 한꺼번에 흔드는 사건이었다. 조선일보 보도는 해외의 어떤 먼 나라 일처럼 다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번 회담은 우리 외교에 상당한 실패를 안겨준 측면이 있다. 우리 외교가 무엇을 놓쳤고, 향후 전망은 어떤지 등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입법부 탄핵 남용” 검사장 집단 반발>(7월 4일 자 A1면) 등 민주당의 검사 탄핵과 관련해 기사가 쏟아졌다. 야당 대표를 위한 정치적 보복과 방탄 목적으로 탄핵을 사용하기 때문에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사 탄핵을 남용하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동안의 검찰권 남용 문제도 함께 다루면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탄핵 소추가 의결되면 대상이 된 검사나 판사는 자동으로 직무가 정지되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영국·미국·프랑스는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직무정지를 하도록 규정한다. 다수당에 의한 입법 횡포가 있을 때 자동으로 직무정지를 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입법론적 측면에서도 검토했으면 좋겠다.

<역주행 참사>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와 관련, 기사 방향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 객관적인 증거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 ‘시청역 참사’ 블랙박스 분석… 가해 차량, 대화하다 부주의 가능성>(7월 4일 자 A12면) 등 너무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운전자가 어떤 범죄 의도를 갖고 사고를 일으켰다는 의심을 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운전자 부부를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취지의 기사는 우려스럽다. 사고 상황의 전말이 드러나지 않은 단계에서 성급한 추측성 판단은 위험하다.

-유가족에 대한 과도한 취재도 불편했다. “백발 노모는 운구차에 오르면서 기력을 잃은 듯 실신할 뻔했다” “유족들은 운구 되는 관을 보며 ‘아아악’ 통곡하며 절규했다” 같은 묘사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유족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재난·인사 사고는 신속하되 정확함을 우선으로, 애도는 정중하되 건조하게 하는 것이 사회적 슬픔에 대한 공동체의 적절한 방식이 아닐까. 한국 사회가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죽음에 내내 끌려다니는데 언론의 책임이 없다 하지는 못할 것이다.

-<훈련병 사망 사건으로 다시 불붙은 젠더 갈등>(6월 22일 자 A11면)은 제목을 자극적으로 달았다. 이 사건은 원칙을 무시하고 얼차려를 행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군 기강 문제에 더 가깝다. 쟁점은 중대장이 훈련병에게 얼차려 한 것이 군 내부 규정에 맞는지, 군장 무게는 기준을 넘어선 것인지, 사건 발생 후 제대로 응급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이다. 중대장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붙은 젠더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우리 사회는 갈라 치기가 지나치게 심하다.

<인재 유치>

-<세계는 인재 유치 전쟁 중… 美 대학 종신 교수제, 日 배우자 취업 지원, 대만은 세제 혜택>(6월 22일 자 A8면)은 핵심을 짚지 못했다. 미국의 종신 교수제는 말 그대로 정년이 없지만, 획일적인 호봉제가 아니다. 경쟁에 기초한 유연한 인재 관리 제도가 요체다. 거의 매년 평가를 거쳐 교수 연봉을 정한다. 실제로 65세 이상인데 학교에 남아서 계속 일하는 교수는 탁월한 업적을 지닌 소수다. 이와 관련, <서울대, 교수 성과 연봉제 13년 미루다 추진>(7월 1일 자 A10면) 기사가 관심을 끌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계속 추적 보도하기 바란다.

-<’아무도 안 보는 논문’ 늘어… 91%가 피인용 ‘0′>(7월 1일 자 A12면)은 교수 임용과 승진 심사 때 여전히 ‘논문 수’를 중요하게 보는 대학이 많고, 질보다 연구 실적 채우기만 급급하며, 돈 내면 실어주는 저널이 우후죽순 생겨 질 낮은 논문이 양산된다는 내용이다. 동의하는 부분이 있지만, 인문·사회 분야 논문만 대상으로 했고, 해외 논문을 전혀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 논문 게재 후 1년 시점에 피인용 수를 측정했는데, 논문이 인용되기까지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요즘 국내 학술지 활동이 굉장히 위축되고 있는데 혹시라도 ‘국내 저널에 실린 논문은 질 낮은 논문’이라는 편견이 확산할까 걱정스럽다.

-<’폐교 위기’ 초등학교, 80대 신입생들이 살렸다>(6월 18일 자 A12면)는 저출생, 초고령화 사회의 자구책이 빚어낸 씁쓸한 풍경이지만,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노인 학생과 어린 학생들이 모두 만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역 사회가 응원하고 협조하는 모습이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노력을 많이 발굴하길 기대한다.

<공매도 금지>

-6월 14일 지면에 <’공매도 금지’ 내년 3월까지 연장>(A1면), <개미들, 내년부터 ‘평평해진 공매도 운동장’서 뛴다>(B1면)가 실렸다. 앞서 정부는 작년 11월 공매도 금지를 발표하며 우리나라에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미리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하는 것)를 막아낼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없어서 그걸 갖춘 뒤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공매도 금지를 9개월 더 연장하겠다고 한다. 그런데도 작년 11월 이후 무엇을 했고, 지금은 어떤 상태이고, 왜 시간이 더 필요한지에 대해 정부에 답변을 요구하지 않는 것 같다.

-<경제효과 2조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잡아라… 인천·제주·경주 도전장>(6월 14일 자 A14면)을 보면서 주기적인 회의·행사 유치 경쟁이 또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기사에서 늘 궁금한 것은 ‘경제효과’라고 불리는 금액의 산정 기준과 근거다. 2조원이라는 경제효과를 누가, 어떻게 계산한 것인지, 그 효과가 회의·행사를 유치한 도시에서 어떻게 발휘되는지에 대한 후속 보도를 본 적이 없다.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이 단순히 기관장의 치적 쌓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혈세 낭비가 없도록 경제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에게 제품 후기를 작성시키는 방식으로 PB(자체 브랜드) 상품에 특혜를 줬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받은 것과 관련해 6월 14일 자 기사에서 상세히 다뤘다. 그런데 <쿠팡 “PB상품 우대는 관행”이라는데… 업계 “그런 관행 어딨냐”>(6월 19일 자 B3면)는 팩트 체크를 한다면서 쿠팡의 국내 경쟁 업체 9곳에 질문했다. 직매입과 PB 상품 비중이 높은 게 쿠팡의 경쟁력인데, 이를 갖추지 못해 쿠팡한테 밀려난 업체들에 물으면 균형 있는 답변이 나올까.

-<AI 도입한 대기업, 일자리 오히려 1.6% 늘었다>(7월 3일 자 B3면)는 로봇을 도입한 기업들에서는 고용이 줄었지만, AI의 도입한 곳에서는 고용이 창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하지만 <생성형 AI·로봇이 만나자, 더 사람 같아졌다>(7월 4일 자 B7면)에서 보듯 최근 로봇과 AI의 결합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AI의 하위 분야 중 하나가 로보틱스(robotics)라는 점에서 로봇과 AI의 고용 효과를 엄밀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연구에서 나타난 고용 창출 효과의 차이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의 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 AI가 고용을 창출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식당 예약권>

-<[What’s up 뉴욕] ‘유명 식당 예약권 90만원’ 사고파는 사이트까지 등장… 정부가 금지시켰다>(6월 11일 자 A16면)에서 “심지어 할리우드 스타들도 예약 없이 나타났다가 문전박대당한 뒤 예약을 구매해서 겨우 입장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는 부분은 할리우드 스타는 예약도 안 하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또 “뉴욕주 의회는 레스토랑 예약을 제삼자에게 판매하면 1건당 1000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했는데, 새로운 규제가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판단 없이 기사를 마무리한 것 같아 아쉬웠다.

-<범인은 딸이었다… 불에 탄 50대 부부 시신, 일본을 두 번째 뒤집다>(6월 29일 자 A12면)를 읽고 의아했다.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기사 분량이 지면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피해자의 친딸에 의한 청부 살인인데 이렇게 큰 지면을 할애할 만큼 내용적 특이점이나 일본 사회의 어떤 단면을 보여주는 특징이 없다.

-일본의 ‘1만엔 새 지폐 주인공’ 시부사와 에이이치를 위클리비즈 2개 면(7월 5일 자 B7·9면)에 걸쳐 집중 조명했다. 깊이 있는 취재에 기반을 둔 좋은 기사였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거의 모든 한국 언론에서 시부사와 에이이치를 “제국주의 상징” “조선 침탈의 설계자”라고 보도했는데, 조선일보는 그의 삶을 여러모로 정확하게 짚었다. 일본이 1만원권 지폐 주인공을 후쿠자와 유키치에서 시부사와 에이이치로 바꿨다는 것은 역사에 대해 어떤 반성적인 인식을 반영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본에 가서 후손들을 만나 인터뷰까지 해서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래픽도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했다.

/정리=김정형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