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은 한국 축구와 면접에 진심인데'... 협회는 '홍명보 딸깍'으로 보여줬다
[스포탈코리아] 남정훈 기자= 홍명보 감독은 그 흔한 면접조차 보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을 내정하며 8일에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관련 내용을 브리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지금 이임생 총괄이사가 팬들을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발언들을 하며 팬들의 분노를 이끌었다.
이임생 총괄이사는 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남자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에 관련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내정이었던 홍명보 울산 HD 감독은 남자축구대표팀의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임생 총괄이사는 대한축구협회는 정말 많은 외국인 감독들과 면접을 실시했고 고심 끝에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해성 위원장의 뒤를 이어받은 이임생 총괄이사는 최종 3인을 추렸고 2명의 외국인 감독과 만나기 위해 해외로 출장을 갔다 왔다.
그 자리에서 포옛 감독과 바그너 감독을 만났으며 그 두 감독의 전술적 철학을 듣고 왔다. 이임생 총괄이사는 "한국 축구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후보자들이 열심이었고 한국에 오고 싶어 했다. 연봉도 받아들였고 아무 문제 없었다. 그들의 고유 축구 철학이 굉장히 확고했다. 하지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 두 분 중 한 분이 어제 저에게 문자를 보냈다. 본인을 관심 갖고 인터뷰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그래서 제가 죄송하다고 하고 행운을 빌었다. 그 두 분을 다들 짐작하실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저는 스스로 이분들의 축구 철학이 한국 축구에 맞고 적응이 될까? 의문이 있었다. 한 분은 벤투 감독처럼 빌드업하고 기회 창출을 하려는 우리 대표팀과 맞지 않았다. 롱 볼 후 빠른 서포트로 경쟁하는 축구였기 때문에 맞을까 의문이 있었다. 한 분은 하이 프레싱과 인텐서티 프레싱에 대한 철학이 있었다. 그분들의 철학을 존중한다. 그런데 한국이 빌드업으로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데, 프레싱에 대한 철학을 가진 분의 축구를 우리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게 맞는가? 수비라인을 너무 끌어올리다 보면 중동 국가에 카운터 어택을 맞을 어려움이 있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또한 대표팀 소집이 한 번에 10일인데 선수들이 이들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이 머릿속에 멤돌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임생 총괄이사의 브리핑 후 박주호 대한축구협회 전력 강화 위원은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캡틴 파추호'에서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모두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영상에서 박주호 위원은 제시 마치부터 홍명보 선임까지 지난 5개월간 있었던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었다.
제시 마치와의 협상도 물 건너간 상황에서 박주호 위원은 바그너, 졸트 뢰브 등등 독일의 유망한 감독님들과 연결시켰지만 정해성 위원장의 눈에 차지 않았다. 결국 축구 협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국내 감독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그중 바그너 감독은 그 누구보다 대표팀 면접에 진심이었다. 바그너 감독은 한국의 유망주들을 다 파악하며 이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언급했으며 발표 자료만 50장이 넘었다. 또한 연봉 삭감 의지도 있었으며 국내 거주도 문제없다고 밝히며 한국행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결국은 홍명보 감독 선임이었다. 박주호 위원은 "어떻게 보면 빌드업인 것 같다. 왜냐하면, 회의 시작 전부터 그런 얘기를 계속해서 막 이어 나갔었다. 여러 위원들은 '이제 국내 감독 해야하지 않아? 국내 감독 좋은 감독 많은데'라고 말했었다"라고 폭로했다.
박주호 위원은 이어서 "제가 국내 감독 선임이 어떤 장점이 있고 뭐가 있는지 물어봤었다. 하지만 외국 감독님을 설명할 때 이거는 안 좋고 저건 안 좋고 등등 단점들을 얘기했다. 그렇지만 국내 감독님한테는 그런 얘기가 아예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으로 전 국민이 뜨겁게 불타올랐고 홍명보 감독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울산과 광주와의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홍명보 감독은 해서는 안 될 말들을 마구 퍼부었다.
홍명보 감독은 "김판곤 위원장과 함께 만든 감독 선임 시스템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 시스템을 버리는 건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나는 그 부분은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나는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만난 거다. 시스템은 내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자신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조차 파괴해 버렸다.
또한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면접과 자신의 전술 철학을 발표하지 않으며 그저 이임생 총괄이사가 늦은 밤에 집 앞에 찾아가 2~3시간 대화를 한 것이 끝이었다. 이러한 형태의 선임은 한국 축구를 무시하는 것이며 더불어 대한민국 축구 팬들을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김판곤 전 위원장이 세워놓았던 프로세스와 합리적인 이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의 정체성에 맞는 감독을 선임하자는 기조는 사라지고 절차가 없는 중구난방의 위원회가 결국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오고 말았다. 이제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임생 총괄이사는 정확한 해명과 입장문으로 축구 팬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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