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일에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키로···러 “군사적 대응할 것”

조문희 기자 2024. 7. 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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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오는 2026년부터 독일에 SM-6, 토마호크 등 중·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했다. 미국이 유럽에 중·장거리미사일을 배치하는 건 1987년 미국과 옛 소련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체결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는 즉각 “(러시아) 국가 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시사했다.

미국과 독일 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10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양국은 성명에서 “미국은 2016년부터 다영역 태스크포스(TF)의 장거리 화력 능력을 단계적으로 배치할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SM-6(함대공미사일), 토마호크(순항미사일), 개발 중인 극초음속 무기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독일은 그러면서 “이런 첨단 능력(배치)은 나토에 대한 미국의 공약, 유럽의 통합 억제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번 미국의 독일 내 장거리 미사일 배치 발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나토정상회의 결정은 우리나라의 국가 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나토를 저지하고 나토에 대항하기 위해 사려 깊고 조율된 효과적인 대응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이날 국방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과 독일의 미사일 움직임을 예상했다”며 “균형 대응책 마련에 필요한 작업은 관련 국가 기관에서 사전에 시작됐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긴장하지 않고 감정 없이 이 새로운 게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우선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은 지난 1987년 옛 소련과 INF 조약 이후 유럽에 중·장거리미사일을 배치한 적이 없다. INF 조약에서 양국은 사거리 500~5500km 사이의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의 개발과 생산, 배치를 모두 그만두기로 합의했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 러시아가 지상 발사형 순항 미사일인 9M729(나토명 SSC-8)를 개발해 배치해 INF 조약을 위반했다고 미국이 주장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조약 위반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미국은 믿을 수 없다며 조약 파기를 선언했다.

지난달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단거리 미사일의 생산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유럽과 아시아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독일이 5월 말 자국의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방어적 목적에 한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러시아가 제3국에 서방 국가를 겨냥할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일도 있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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