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의 ‘배신’이냐”…‘이유 있는’ 아우성 [한양경제]

이승욱 기자 2024. 7. 1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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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점주 부담’ 중개수수료 인상안 후폭풍
“1위 플랫폼의 횡포” 부글부글…외식비 증가도 ‘불안’
‘함께 성장’ 강조하더니 “위기 맞자 제 살길부터 찾나”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연합뉴스

‘음식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배달 중개수수료 인상 정책을 발표하자, 가뜩이나 힘들게 경기 침체기를 버티고 있는 이른바 ‘식당 사장님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음식점주들의 불만은 단순히 중계수수료 인상 그 자체만이 아니라는 분위기입니다. 배민 측이 수수료 인상을 발표하며 ‘업계 경쟁 탓’이라는 이유를 드는 무책임한 태도에 반응은 더 날이 서 있어 보입니다.

배민은 다음 달 9일부터 배달서비스 ‘배민1플러스’를 이용하는 음식점주가 부담하는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배민은 중개수수료 인상과 관련, 경쟁업체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온 점을 강조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배민의 후발 경쟁업체인 쿠팡이츠는 9.8%, 요기요는 12.5%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배민 측은 배달앱 시장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타사에 비해 낮은 수수료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그러면서 중개수수료율은 높이지만,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와 포장 주문 중개이용료는 인하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배달앱을 통한 영업으로 채우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배민이 강조하는 ‘당근책’이 별달리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는 모양샙니다. 비단 3%포인트 인상안 정도로 보이나 점주 입장에서 속사정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인상안대로라면 점주가 2만원짜리 음식을 주문받으면 부가세를 포함 10.8%를 중개수수료로 지불합니다. 이 경우 2천160원이 중개수수료 등으로 빠지고, 배달비와 관련 세금 등이 추가돼 6천원가량이 음식값에서 제외됩니다. 배민 측이 내세운 배달비 인하 효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약 5천700원)보다는 손해가 더 나는 셈입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발표한 중개수수료 인상안.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더욱이 점주들이 배민 배달에 의존하는 정도가 큰 만큼 “팔면 팔수록 더 수익이 빠져나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배민의 중개수수료 인상 소식이 알려진 뒤,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러한 우려가 그대로 배여나옵니다.

배민의 중개수수료 인상안이 관심을 끄는 것은 배달 외식에 의존하는 소비자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중개수수료 인상이 가뜩이나 서민들의 외식비 부담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글을 올린 한 음식점주는 “다음달부터는 (메뉴 가격) 올릴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라며 “500원씩은 올려야 하나 싶다”고 했습니다. 그는 다른 카페 회원들에게 “(가격을) 올리신다면 어느 정도 선으로 올릴 거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배달앱 시장 1위인 배민의 가격정책은 배달시장, 나아가 외식업계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지장진흥공단이 전국 음식점 300개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배달앱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배달앱 매출 비중은 평균 69.3%에 달합니다. 더욱이 응답자 중 92%는 배민을 이용한다고 답했습니다.

배민이 배달앱 업체간 경쟁을 중개수수료 인상의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 역시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배달 플랫폼을 도입해 시장을 선도해 온 배민이 코로나 시국 등을 거치며 ‘무료배달’ 등 공익적 가치를 강조하며 성장하면서 실적을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4천155억원에 이릅니다. 이는 전년 2조9천471억원보다 15.9% 증가한 수준입니다. 영업이익은 6천998억원으로 전년 4천241억원 대비 65%나 급증했습니다.

‘함께가치’를 강조한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옵니다.

“지금까지의 성장은 결코 홀로 이뤄낸 것이 아닙니다. 고객과 사장님, 라이더, 구성원과 함께 이뤄낸 눈부신 성과이지요. ‘함께’이기에 가능했고, ‘함께’이기에 가치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배민 측의 미묘한 내부 사정도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업계에서는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사임 소식이 갑작스럽게 전해졌고,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의 수익성 제고 압박설도 나돕니다. DH는 유럽연합(EU)로부터 반독점 관련 벌금 4억유로(한화 약 6천억원) 이상을 부과 받을 처지에 놓인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배민 측은 부인하지만 성장할 때는 ‘함께’를 강조하더니 위기의 순간에는 정작 ‘홀로 살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합니다.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급성장한 업계 1위 플랫폼 기업의 가격 인상을 ‘배신’이라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가 선보이는 ‘한양why’는 경제·사회·정치 각 분야에서 발생한 이슈나 사건, 동향 등의 ‘이유’를 집중적으로 살펴 독자들이 사건의 이면과 본질을 들여다보며 인사이트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기획 코너입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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