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까지 나라살림 누적 적자 74조원 넘어
법인세 급감 원인…서민경제 악화에도 정부 ‘부자 감세’ 기조 여전
법인세 급감 등의 영향으로 올 들어 5월까지 나라 살림살이 적자가 74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감세를 주장하고 정부는 증세에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해 서민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은 더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가 11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7월호’를 보면 올 1~5월 총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조6000억원 증가한 258조2000억원이었다. 기금수입(93조300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9조7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세외수입(13조8000억원)도 1조원 증가했다.
반면 국세수입은 15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1000억원 줄었다. 부가가치세(38조8000억원)와 소득세(51조5000억원) 세수는 각각 5조4000억원, 3000억원 늘었지만, 법인세(28조3000억원)가 1년 전보다 15조3000억원 덜 걷힌 영향이 컸다. 지난해 기업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총지출은 1년 전보다 23조원 증가한 310조4000억원이었다. 복지 분야 지출이 9조9000억원 늘었다. 1년 전보다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과 기초연금 지급이 각각 3조2000억원, 1조8000억원 증가하는 등 의무적으로 나가는 경직성 지출이 크게 늘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2조2000억원 적자였다.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월까지 누적 74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재정지출이 급증했던 2020년(77조9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폭이다. 한 달 만에 9조8000억원이 늘었고, 전년 동기(52조5000억원)보다는 21조9000억원 더 많다. 정부는 올해 91조6000억원 적자를 재정 목표치로 정했는데 이미 81%를 채웠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의무지출이 늘어나는 등 국가채무는 장기적으로 늘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며 “중요한 건 국가채무로 정체된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저출생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선순환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세수 펑크가 예상되지만 정부는 증세에는 부정적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글로벌금융학회 정책심포지엄’에서 “증세를 하면 세수는 들어올지 모르지만 안정적이지 않다”며 “재정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게 우선이고 조세정책은 경제활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종합부동산세·법인세·상속세 등 감세 정책을 앞세우고, 시행조차 해보지 않은 금융투자소득세마저 흔들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을 깎아줘야 기업이 잘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은 과거 논리”라며 “감세가 장기적으로 세수를 늘린다는 학술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했다.
하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은 늘 나오는 이야기지만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처럼 구조조정에도 부작용이 있다”며 “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세수 기반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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