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바이든 날리면’에서 얻을 교훈[기자메모]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
다음 중 □□□에 들어갈 말은 무엇인가. 뉴스를 조금이라도 보는 시민이라면 ‘바이든’ 또는 ‘날리면’을 떠올릴 것이다. 2022년 9월 방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게 환담한 후 행사장을 빠져나오다가 한 말이다.
당시 대통령실과 정부 반응은 의아스러웠다. 요약하면 ‘이 XX’는 한국 국회, 특히 야당을 겨냥한 말이며, MBC가 ‘바이든은’이라고 자막을 단 것은 가짜뉴스라는 주장이었다. 대통령실은 MBC 기자만 콕 집어 해외 순방 전용기 탑승을 막았고, 여당 의원은 명예훼손이라며 MBC 기자를 고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윤 대통령 평가를 청하면 많은 시민이 고집불통, 독선, 거짓말 등 부정적 이미지를 꺼낸다. 제대로 된 사과 한 번이면 잠깐 비판으로 지나갈 일을 언론 탓, 야당 탓으로 되레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국민 듣기평가’라는 조롱은 일종의 밈이 됐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goodest’ 논란을 보며 그때 생각이 났다. 그가 지난 5일(현지시간) ABC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I did the goodest job(난 최고의 성과를 냈다)”이라고 발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영어 단어 good의 최상급은 best인데 엉뚱한 단어를 썼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첫 TV토론을 벌인 이후 ‘인지력 저하’ 논란이 일어난 시점이라 여파가 컸다. 백악관은 즉각 ‘goodest’ 단어를 쓴 적이 없다며 강경하게 나왔고, ABC 방송은 녹취록을 ‘good as’로 수정했다.
문제는 백악관 조치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NYT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공황상태에 빠진 백악관은 마치 기자들이 대통령의 말실수를 부당하게 따지는 듯 행동하면서, 제대로 해석하지 않으면 뻔뻔하게 질책할 것”이라며 “한때 소동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벙커 모드인 백악관과 페럿(정찰 위성) 모드인 기자단 사이 긴장되는 시간의 전조”라고 비판했다. 81세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 웅얼거릴 때마다 백악관이 언론 보도를 통제하려 들지 않겠냐고 비꼰 것이다. CNN은 “논쟁 이후 대통령이 하는 모든 말은 최고의 정밀 조사를 받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콜린스 영어사전에 따르면 ‘goodest’는 “반드시 최고인 것은 아니나, ‘내가 아는 한’ 가장 좋은”이란 의미도 있다는데, 겸손한 표현으로 포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goodest’든 ‘바이든’이든, 이제 와 두 대통령이 딱히 인정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그들도 이제는 알지 않을까. 거짓말 또는 진실공방은 대체로 일을 복잡하게 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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