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적인 위촉 의무 외면…대통령 직무유기 밝혀야”
작년 11월 국회의장 몫 추천
결격사유 없고 검증도 거쳐
이해충돌 우려 방송일 삼가
대통령에 의해 기본권 침해
두렵지만 ‘헌법소원’ 결심
“어디에서도 나를 왜 위촉하지 않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사유도 모른 채 8개월째 무한 대기 상태다.”
지난해 11월 국회의장 몫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추천된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는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대통령 업무 태만과 직무 유기로 인해 공무담임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지난해 9월 해촉된 정민영 전 방심위원의 보궐위원으로 추천됐다. 보궐위원 임기가 오는 22일 만료되는 상황인데도, 최 교수는 8개월째 위촉되지 못하고 있다.
최 교수는 “한 개인이 대통령을 피청구인으로 하는 헌법소원을 하기까지엔 큰 결심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최 교수를 만났다. 헌법소원 대리인인 신미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특별위원회 변호사가 동석했다.
- 윤 대통령이 왜 최 교수를 위촉하지 않았다고 보나.
“다들 내게 물어보는데 나도 모른다. 기자들이 대통령을 취재해주면 좋겠다. 나는 추천된 상태로 대기하는 상황이고 위촉해야 하는 대통령이 이유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이진숙 현 방통위원장 후보자에게도 이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 8개월 대기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가.
“주로 방송과 관련된 여러 일을 하는데, 그동안엔 대부분 못했다. 최근 제안받은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도 거절했다. 언제 방심위원으로 위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송 관련 일을 했다가 이해충돌 가능성이 생길까 조심스러웠다. 대통령이 나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결격 사유가 있었나.
“법에 적힌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사항 없다.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과정에서 교섭단체였던 더불어민주당 내부 검증 절차도 거쳤다. 대통령이 위촉하지 않는 사유를 밝히지 못하는 건 부적격 사유가 없었음을 말해준다고도 본다.”
- 위촉하지 않는 사유를 추측하기조차 어렵다면 무척 답답했을 것 같다.
“맞다. 결격 사유가 없기에 방심위원 자리가 제안됐을 때 수용했다. 사실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보궐위원이라 마냥 쉽게 승낙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과 정민영 전 방심위원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촉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석을 두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했다. 물론 위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국회에서 방통위원으로 추천한 최민희 의원도 임명 안 하지 않았나. 그래도 지난 1월 이정옥·문재완 위원이 위촉됐을 땐 나를 위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 헌법소원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 상황이 위법적일 뿐만 아니라 위헌적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싶었다. 대통령은 법에서 규정한 방심위원 위촉 의무를 해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밝히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신 변호사는 “이번 헌법소원은 최 교수 개인의 권리 구제에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헌법 질서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권 추천 후보들 위촉과 임명이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추후 방통위·방심위 등에서 같은 사례가 또 생길 위험이 있다고 봤다”면서 “헌법소원의 다른 요건들도 충분히 확보된 상태”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최 교수가 위촉되지 않은 현재 방심위 위원 구성은 “위법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가 위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김유진·이정옥 위원이 5개월째 함께 위원직을 유지해 대통령 몫 위원은 4인인 상황”이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추천된 자에 대해 위촉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라면서 “시행령엔 방심위 보궐위원을 30일 안에 위촉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법률이 미비한 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 상태에 대해 국회가 반응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최 교수가 위촉되지 않는 것을 두고 국회와 의장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볼 수도 있다.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침해하고 있지 않나. 법률과 달리 인사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헌법재판소의 사전 심사 과정에 있다. 꼭 인용됐으면 한다”면서 “피청구인을 대통령으로 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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