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 튀어나오는데” 의사는 다래끼 진단…알고보니 '치명적 암', 무슨 일?
한 여성이 왼쪽 눈이 이상해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로부터 결막염, 다래끼로만 진단받고 돌아왔다. 제대로된 검사를 받지 못한채 시간을 허비하다 눈알이 튀어나와서야 종양이라고 진단받은 사연이 공유됐다.
영국 웨스트요크셔 브래드포드에 사는 현재 24세 음팡고 심와카의 악몽은 2년 전 2022년 11월, 이사를 준비하던 중 시작됐다. 이사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그는 왼쪽 눈이 미묘하게 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검사가 필요할 것 같아 브래드포드 왕립 병원(BRI)을 방문했다. 의사는 다래끼로 인한 부종이라고 진단했고, 음팡고에게 온찜질을 하고 더 심해지면 다시 오라고 말했다. 그외 아무런 스캔 검사도 받지 못했다.
음팡고는 혹시 몰라 2차 진단을 위해 안경사를 찾아갔다. 안구에 염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구 윤활제를 처방받았다. 이후 다시 방문한 BRI의 다른 의사는 결막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연이어 의사들로 부터 단순한 다래끼와 결막염이라고 들었지만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눈알이 튀어나와 있어 깜짝 놀랬다.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무언가가 눈을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압박감은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고.
뭔가 느낌이 안좋았다. 그냥 다래끼가 아닌 것 같아 크로이던 대학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음팡고 눈의 상태는 그때 급격히 악화됐고 추가 검사를 받았다.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이후 안과 병원인 세인트 조지 무어필즈에 진단 의뢰가 들어갔다. 그제서야 CT 스캔을 포함한 추가 검사 결과, 공격적인 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음팡고의 뇌 앞쪽에 종괴가 자라고 있었다. 이 종양이 시신경을 압박해 눈이 바깥쪽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음팡고는 조직검사를 받았고 결국 희귀 혈액암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이었던 것과도 연관됐다.
음팡고는 "새로운 진단을 받을 때마다 절망스러웠다.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몇번에 걸쳐 마지막 의사에게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의사는 내 눈을 한 번 보고는 완전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망연자실했지만 음팡고는 신속한 치료만이 살 길이라 생각하고 강력한 방사선 치료와 4주기의 화학 요법을 받았다. 2023년 1월, 생명을 위협하는 수많은 감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현재 24세가 된 음팡고는 삶을 되찾아 기쁘지만 왼쪽 눈이 처진 채 실명한 상태로 남게 됐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사람들에게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의사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청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음팡고는 "종양 진단까지 시간 지연이 없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어린 나이에 암 진단을 받은 것은 꽤 충격적이었지만 더 늦기 전에 답을 얻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은 면역계의 백혈구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혈액암이다.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예방하기는 힘들다. 이전의 화학요법, 방사선 노출 또는 흡연이 발병 위험을 높일 수는 있다. 영국에서는 매년 약 3100명이 영향을 받고 있으며 매년 2,700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다고 보고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혈액암 중 AML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전체 사례 중 약 33.3%를 차지한다. 인구고령화로 급성골수성백혈병 발병률이 늘고 있는 추세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평균 발병연령이 65~67세로 노인에서 호발한다.
급성백혈병은 치료하지 않으면 1년 내 90%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수명 연장은 물론이고 상당수의 환자가 완치될 수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장기생존율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의 경우 60~70%,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의 경우 50~55%, 항암 화학 요법 단독 시행의 경우 30~4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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