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대군 된 헬스트레이너 [책이 된 웹소설: 근육조선]
근육조선ㆍ스마트폰 든 세종
세종대왕이 더 오래 산다면
미래도 바뀔 수 있었을까
세종대왕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 중 한명이다. 한국갤럽이 매년 진행하는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설문조사에서 세종대왕은 2019년과 2024년 모두 2위를 기록했다. 다른 인물들을 살펴보면 1위를 기록한 이순신 외에는 전 대통령 내지는 독립운동가였다. 조선의 왕으로는 유일하게 전국민적 존경을 받는 셈이다.
세종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은 한글 창제다. 세종은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독자적 문자를 만들었다. 과학 기술부터 경제 개혁, 법과 제도 정비에 이르기까지 세종의 치세 아래 조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 업적이 너무 많아 유일하게 대왕으로 수식되는 왕이다.
그래서인지 "세종이 10년만 더 살았다면 조선은 어떻게 됐을까"란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다. 역사를 보면 엉뚱한 궁금증은 아니다. 세종은 훈민정음 반포 후 유교 경전을 한글로 번역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 후 4년 만에 서거하면서 경전 번역 작업은 150년이나 걸렸다. 번역이 신속히 이뤄졌다면 한글 문화가 좀 더 빨리 융성했을지 모른다. 아울러 단종의 비극과 세조의 탄생도 역사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이런 상상은 웹소설 대체역사 장르에서 활발하게 차용하고 있다. 세종의 수명이 늘어나 조선의 황금기를 이어간다는 식이다. 차돌박E 작가의 「근육조선」은 '세종이 건강해진다면?'이라는 상상을, 문환 작가의 「스마트폰을 든 세종」은 '미래 지식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상상을 풀어낸 작품들이다.
「근육조선」은 현대 헬스트레이너인 주인공이 수양대군의 몸에 빙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세종은 당뇨와 각종 합병증을 앓았고 수양대군은 지독한 피부병으로 고생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인공은 조선 시대에 현대의 헬스트레이닝과 위생 개념을 도입하며 역사를 바꿔가기 시작한다.
작품 속에선 역사적인 이야기가 유머와 결합해 펼쳐진다. 특히 조선 사회를 근육의 나라로 바꿔가는 과정은 유쾌하다. 주인공은 조선의 유교 사상에 맞춰 헬스 트레이닝을 '유교식 헬스'로 재해석하고 '입신체비立身體備'란 이름을 붙인다.
'몸을 바로 세워 자신을 완성한다'는 뜻으로, 유교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명분 아래 몸을 단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입신체비를 조선에 전파하며 벌어진 나비효과는 조선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까지 영향을 미친다.
「근육조선」이 세종을 건강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면 문환 작가의 웹소설 「스마트폰을 든 세종」은 세종이 스마트폰을 얻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스마트폰을 통해 세종대왕은 현대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소설에서 세종대왕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은 흥미롭다. 세종은 지식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현대와 교류한다. 독자는 세종대왕이 현대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조선을 발전시키는지를 지켜보며, 그가 왜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으로 남아 있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두 작품은 세종대왕과 조선시대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며, 대체역사 장르의 매력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세종대왕이 스마트폰을 통해 현대의 지식을 활용하거나, 헬스 트레이너가 수양대군으로 변신해 조선을 근육의 나라로 만드는 상상력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제공한다. 역사를 색다르게 접근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웹소설이다.
김상훈 더스쿠프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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