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천의 21세기 진보]한국 종부세와 미국 보유세의 3가지 차이점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다시 이슈가 될 것인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를 추진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종부세에 대해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보 쪽에서는 종부세 폐지 혹은 완화는 이해도 안 되고, 용납도 안 되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종부세 폐지 및 완화론은 그저 ‘보수의 반동’일 뿐이다. 정말 그럴까?
종부세 강화를 주장하는 분들이 칭송하는 제도 중에 미국의 보유세가 있다. 미국의 보유세에 대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진보 지식인들도 높게 평가한다.
미국의 보유세와 한국의 종부세는 3가지가 다르다. 미국의 보유세는 효능감이 높다. 반감은 적다. 그래서 국민수용성이 높다. 한국의 종부세는 정반대다. 효능감이 적다. 반감은 크다. 그래서 국민수용성이 낮다.
첫째, 미국의 보유세는 효능감은 높고, 반감은 적게 설계되어 있다. 미국의 보유세가 효능감이 높은 근본 이유는 ‘자신의 재산가치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유세는 지방세이며, 편익과 연동된 응익세(應益稅·Benefit tax)다. 지방세라는 의미는 걷는 주체도 동네 의회이고, 동네에서 사용된다는 것이다. 한국 상황으로 비유하자면 서초구의회, 강남구의회에서 얼마를 걷어서, 얼마를 쓸지 결정한다.
미국, 효능감 높고 반감 적게 설계
실리콘밸리 인근에 팰로앨토라는 지역이 있다. 팰로앨토는 스티브 잡스, 휼렛패커드,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 등 실리콘밸리 부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2층짜리 단독주택이 한국 돈으로 200억~300억원 하는 곳이다. 팰로앨토 지역을 예로 들어보자.
인근 지역 보유세율이 1%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팰로앨토 지방의회는 자기네 동네 보유세(재산세) 세율을 3%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걷은 돈은 ‘동네 공공 인프라’에 활용된다. 학교, 도로, 소방, 치안 등에 사용한다. 옆 동네는 범죄예방 차원에서 설치된 CCTV가 인구 1만명당 10개밖에 없는데, 팰로앨토 지역은 30개를 설치하는 식이다. 자기네 ‘동네 공공 인프라’에 사용할 예산 규모를 먼저 결정하고, 그만큼을 보유세(재산세)로 걷는다. 동네 주민들의 ‘편익과 연동된’ 세금이기에 효능감이 높다.
미국의 보유세가 반감이 낮은 이유는 한국과 달리 ‘세금 변동폭’이 크지 않고, 자산(Asset)은 있지만 소득(Income)이 없는 경우 이연제도를 통해 배려해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의 경우 물가연동제를 채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비율의 일정분만큼만 세율 인상에 반영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고 세금이 덩달아 폭등하지 않는다.
이연제도 역시 반감을 줄인다. 예컨대, 은퇴한 70세 노인 A씨가 50억원짜리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는데 소득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자산은 50억원이지만 소득은 없을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주택을 처분하거나 사망해서 ‘소득’이 발생할 때 한꺼번에 보유세를 낼 수 있다. 특히 은퇴한 노인들이 해당한다. 보유세의 정책목표는 ‘내 재산 인프라 투자세’의 성격을 갖는다. 대부분 나라들에서 보유세를 ‘재산세’로 걷는 이유다.
둘째, 한국의 종부세는 효능감은 낮고, 반감은 크게 설계되어 있다. 국민수용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효능감이 낮은 근본 이유는 납세자 입장에서 돌아오는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보유세를 두 번 낸다. 국세는 종부세, 지방세는 재산세다. 물론, 위헌은 아니다. 그러나 ‘두 번 내는 것’은 명백하다. 선진국 중에서 한국과 같은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의 보유세는 ‘우리 동네 인프라 투자’에 사용된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종부세는 ‘부담능력과 연동된’ 부유세의 성격이 강하다. 걷은 돈은 전국으로 나눠준다. 종부세를 교부받는 지자체는 좋겠지만, 세금을 내는 사람은 기분 좋을 리 없다.
한국, 효능감 낮고 반감 크게 설계
반면, 한국의 종부세는 반감이 크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부동산 경기 변동과 연동되어 ‘세금 증가폭’이 엄청나다. 납세자를 적폐 취급하는 세계관이 투영되어 있고, 소득 흐름은 전혀 배려해주지 않고 있다.
미국의 보유세가 ‘물가연동제’ 수준이라면, 한국식 종부세는 ‘부동산 가격 변동’의 충격이 ‘따따블’로 반영되는 구조다. 진보정부 집권기와 부동산 가격 상승기가 만나면 ‘세금폭탄의 마법’이 작동하게 된다. 종부세가 ‘시장가격’과 연동되어 실제로는 3단계 증세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①시장가격이 오르면, ②부동산 세율도 올리고, ②공시가 반영 비율도 올린다.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이던 2021년의 경우, 서울 지역 아파트 4채당 한 채가 종부세 대상이었다. 문재인 정부 기간 중 가격은 약 2배 뛰었는데, 주택분 종부세 세율은 약 10배가 상승했다. 모두 3단계 증세 때문이었다. 만일, 다른 세금이 5년 만에 10배 인상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입장을 바꿔보면, 누구라도 잘 수용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종부세는 적폐세(積弊稅) 성격이 강하다. 종부세 강화론자들은 초부자세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초부자’에게는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게다가 종부세는 합산+누진+다주택자 중과(重課) 방식이다. ‘기어이 더 강력한 세금’을 때리겠다는 불타는 의지가 담겨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다.
종부세 같은 세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한국적인 현상이다. 종부세에는 5개의 정책목표가 짬뽕되어 있다. ①보유세 ②부유세 ③부동산 가격상승억제세 ④다주택자 규제세 ⑤지역균형발전세다. 여기에 ⑥한반도평화세만 추가하면, 한국 진보세력의 ‘이데올로기적 염원’이 모두 반영된다.
주택분 종부세는 많을 때도 고작 5조원에 불과했다. 한국의 토지자산은 1경1000조원 규모다. 한국 진보는 ‘5조원짜리 세금’으로 노동해방과 민족해방을 모두 꿈꾸는 격이다. 미션 임파서블이다. 현실로 내려와야 한다. 종부세 폐지 공론화가 ‘현실주의 진보노선’의 첫걸음인 이유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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