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렉소, 인도 고객사 짝퉁 로봇 출시에 "2년전 눈치채고 독점권 회수...영향 제한"

김지완 2024. 7. 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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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큐렉소(060280)의 인도 파트너사 ‘메릴 헬스케어’가 짝퉁 인공관절 수술로봇을 출시해 논란이다. 큐렉소는 이미 2년 전 이 같은 움직임을 눈치채고 독점 판매권을 회수하는 등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메릴 헬스케어가 지난달 20일 출시한 ‘미소(MISSO) 로보틱스 시스템’. (제공=메릴 헬스케어)

인도 현지 보도에 따르면, 메릴 헬스케어는 지난달 20일 인공관절 수술로봇 ‘미소(MISSO) 로보틱스 시스템’(이하 미소)을 출시했다. 이를 계기로 메릴 헬스케어는 인공관절 수술로봇 수입·판매업자에서 개발·제조사로 업종이 확장된 셈이다.

메릴 헬스케어는 큐렉소의 인공관절 수술로봇 ‘큐비스-조인트’를 2020년 3대, 2021년 5대, 2022년 29대, 지난해 55대 순으로 매년 늘려 구매했다. 이 기간 큐렉소의 의료로봇 판매대수는 18대, 30대, 62대, 88대 순으로 증가했다. 큐렉소의 지난해 전체 매출의 62.5%가 메릴 헬스케어로부터 비롯됐다.

큐렉소는 수년 전부터 메릴 헬스케어의 유사 제품 개발 시도를 눈치챘다고 귀띔했다.

큐렉소 관계자는 “메릴 헬스케어가 인도 시장에서 열심히 해 준건 사실이지만 이미 2~3년전부터 (큐비스-조인트) 역설계를 시도한다는 소문을 들어 유사로봇 개발 움직임을 눈치 채고 있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나서 지난 2022년 메릴 헬스케어에 부여했던 인도 독점 판권 계약을 회수하고 비독점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큐렉소는 인도 현지법인 설립을 비롯해 다른 현지 파트너들을 꾸준히 물색해왔다”고 강조했다.

놀라운 사실은 메릴 헬스케어가 자사 로봇을 출시했음에도 큐비스-조인트 현지 판매 대리점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메릴 헬스케어 자사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큐비스-조인트, 미소를 나란히 내세우고 있다.

큐렉소 관계자는 “인공관절 수술로봇은 외형은 흉내 낼 수 있어도, 소프트웨어까지는 어렵다”며 “특히, 의료로봇은 정밀성을 바탕으로 한 안전성이 담보돼야 수술 현장에서 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큐비스-조인트는 인도에서 100대 가까이 설치돼 운용 중”이라며 “검증된 큐비스-조인트를 넘어 미소가 판매고를 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우려를 차단했다.

메릴 헬스케어 짝퉁 로봇 출시를 제품믹스 차원에서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로선 메릴 헬스케어가 미소를 로우앤드(저가제품), 큐비스-조인트를 하이앤드(고가상품)로 포지셔닝(시장 내 위치 설정)해 인도 현지 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근거로 메릴 헬스케어가 큐비스-조인트에 대한 인도내 판매 독점권을 계속 희망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 메릴 헬스케어는 이번 자사 제품 출시로 큐렉소와 계약해지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사실도 공개했다.

미소의 인도 현지 광고도 이를 뒷받침한다. 메릴 헬스케어는 미소에 대해 “미소는 컴팩트(소형) 디자인으로 소규모 병원에 적합하다”며 “미소는 (인도) 2-3선 도시에서도 고급 무릎 수술 제공을 가능케 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그는 “고급과 저가제품을 판매할 때 단일 제품을 판매할 때보다 제품이 더 잘 필린다”면서 “마케팅 및 소비자 행동 이론에 잘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폰, 테슬라 등의 사례에서 이미 증명되지 않았나”고 반문하며 “하이앤드 제품은 브랜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저가 제품은 접근성을 높인다. 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다. 메릴 헬스케어가 앞으로도 인도 대리점 중 하나로 꾸준한 매출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큐렉소는 인도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큐렉소 관계자는 “인도는 공공병원, 민간병원, 대도시 병원, 중소도시 병원, 시설·장비 수준, 의사 수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큐비스-조인트는 수술준비 시간을 80% 단축하고, 비용을 70% 가까이 줄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 의료시장 특징과 큐비스-조인트 장점을 잘 접목해 인도 의료로봇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선 40세 이상의 사람들 가운데 30%가 무릎 골관절염을 앓고 있다. 이 숫자만 6200만명에 이른다. 이중 매년 55만명이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실제 수술 수요의 일부에 불과하단 분석이다. 인도보건당국은 약 320만명이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지완 (2pa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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