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시대의 화두 잘 던져 …‘위험의 이주화’ 심층적 관심을”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7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정연우 위원장(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박은정(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김지원(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승환(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정은숙(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 김소리(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김봉신(여론조사기업 메타보이스(주) 부대표), 조상식(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다. 경향신문에서는 구혜영 정치부문장이 함께했다.
화성 화재참사와 관련해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고 독자위원들은 호평했다. ‘위험의 이주화’를 심층적으로 다뤄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독자위원들은 ‘분열의 시대 다양성과 포용이 희망’을 주제로 개최된 2024 경향포럼 관련 기사가 민주주의 위기, 차별과 포용의 가치를 돌아보게 했다고 평가했다.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입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미, 요구까지 논의를 확장해달라는 당부도 나왔다. 배임죄 폐지 등을 담은 정부의 상법 개정 방향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은정 = 밀양 행정대집행 10주년을 맞아, 5차례에 걸쳐 활동가들이나 같이 있던 분들의 목소리를 담은, 연재 기고가 인상 깊었고, 르포 기사도 좋았다. <10년 전 밀양을 잊은 당신에게>는 현장 주민들 목소리를 담았고, 희망버스를 통해 원전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다시 되짚어줬다. 10주년인 만큼 싸움의 기록들을 정리했으면 더 좋았겠다. 송전탑 싸움엔 에너지 전환 불평등, 지역주민에게 전가되는 불평등 문제들이 있다. 이런 맥락을 짚어주는 후속 기사를 기대한다. 연재기획 <어느 젊은 공무원의 죽음>도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스스로 목숨 끊는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사라 의미 있었다. <화성 참사> 관련 기사는 경향신문 취재력이 돋보였다. 사건·사고에 묻히지 않도록 참사의 다양한 구조적 문제들을 계속 찾아내주길 바란다. 점선면의 구독자 방명록을 보니 언론이 기대하는 쌍방향 소통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7월2일자 <41년차 정은애 소방관의 특별한 퇴임>, 6월20일자 <유희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 대표 별세>에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자를 보듬는 경향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6월21일자 매거진L의 <일찍 온 폭염, 고함량 비타민으로 활력충전> 기사는 휴온스라는 고함량 비타민 브랜드 출시 내용인데 기자 이름까지 달고 나가서 좀 튀었다. 새로 론칭한 <아침신문 읽어주는 숏폼> 영상은 재미있는 시도였다. 다만 1분 안에 다양한 기사를 짚다 보니 산만한 느낌도 들었다.
■김지원 = 6월4일자 <전국 소방관들 “잇단 순직 사고, 지휘관 책임 강화·구체적 안전 대책 마련을”>은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에 대한 긍정적 변화를 다룬 기사다. 언론 효능감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6월26일자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알림이 부고·인사 섹션 밑에 나왔는데 이런 기사는 언론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고 크게 보여주면 좋을 거 같다. 6월10일자 <가해자 신상 폭로 ‘유튜버식 정의구현’…“언론이 기름 부었다”>도 언론이 성찰을 통해 저널리즘 원칙을 재검토하고 독자 신뢰를 쌓아가는 데 기여한 좋은 기사였다. 6월25일자 <저출생 주요 대책 ‘워라밸’, 여성은 빼고 논의한다고요?>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위원회가 13명 전원 남성이라는 점을 짚었는데 중요한 문제 제기였다. 6월13일자 <“사업장 규모 작을수록 노동자는 유해 요인에 더 많이 노출”>은 김승섭 교수 논문을 소개했는데 노동현장 문제를 심도 있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내용이었다. 6월10일자 <‘이런 게 불평등’…교실 밖서 답 찾게 하는 학교들>은 많이 있는 일을 다룬 기사인데 왜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지 파고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6월19일자 <고용률 첫 70%라는데…내 취업은 왜 막막할까>도 고용시장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걸로 마무리 지었는데 이제 한발 더 나아갈 때가 되지 않았나. 6월28일자 <일본 위기도시를 가다> 시리즈도 우리와 일본의 도시 활성화 계획에 어떤 차이가 있고, 우리 상황에 가능한 건지, 그걸 통해 우리가 뭘 해야 하는 건지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승환 = 6월24일자 조영관 변호사의 칼럼 <이주노동자의 목숨값 차별>은 이주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을 때마저도 한국인 노동자의 죽음과 크게 차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화성 참사가 발생했고 경향신문은 사후처리 문제를 부각했다. 6월7일자 <대북전단 20만장 살포…“100배 맞대응” 예고한 북 도발 촉각>, 6월10일자 <접경지 주민들 “정부, 우리 안전은 뒷전”>, 6월12일자 이종석 칼럼 <대북전단과 오물 풍선,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은 정부가 오물 풍선이 안 오게 만드는 방법보다 북이 더 도발하게 만드는 데 주력한다는 점을 잘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해 유전 발표 내용은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6월20일자 <동해 심해 탐사에 100억 넘게 써놓고 사업 내역 ‘기밀’이라는 정부>는 대통령이 왜 발표했냐고 물었고, 6월25일자 이종필 교수의 <과학자의 발상법>은 에너지 전환을 전제로 해야 석유를 제대로 쓸 수 있음을 강조했다. 6월26일자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 태극기…“국민 단합 역할” “구시대적 발상”>은 과거 회귀를 꿈꾸는 상징물 관련 기사인데 ‘꺼지지 않은 불꽃’이란 개념이 시대에 맞는 건지 어젠다화했으면 좋겠다. 6월18일자 <유럽 갈 비행기 결함에…티웨이항공, 오사카행 ‘바꿔치기’>는 중요한 내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사가 무리하게 취항하다가 드러난 게 바꿔치기 의혹인데 안전점검 여부도 찾아보길 바란다. 6월26일자 <20년 만에야…고개 숙인 ‘밀양의 어른들’> 기사는 다소 애매했다. 피해자들은 사건이 밝혀지는 게 싫단 얘기도 있는데 단체들이 20년 만에 사과한다는 기사는 비중을 줄여도 되지 않았을까. 6월26일자 <‘성 비위’ 박정현 교총 회장, “나의 여신님” “사랑해요” 편지도> 등에서는 그들의 유치한 언어를 그대로 쓰면서 비판하는 게 맞나 싶다.
■정은숙 = 경향포럼 관련 기사가 고마웠다. 위기의 민주주의를 짚으면서 차별과 포용의 가치에 대해, 상당히 중요한 얘기를 많이 했다.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의 책 <마이너 필링스>는 차별 인식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고마웠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서면 인터뷰도 전 세계에서 정치세력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 ‘민주주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라 시의적절했다. 6월17일자 <배민에 맞서 손잡은 자영업자·라이더들> 기사는 배민의 횡포에 대해 식당 주인과 라이더가 합리적 방식을 도모하는 내용인데 관련 사진에 놀랐다. ‘공정한 플랫폼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의 대표 사진은 셀카였고, 배달라이더 대표 사진은 겨울 사진이다. 중요한 기사인데 셀카나 계절감을 상실한 사진은 무성의하게 느껴진다. 7월2일자 <배민 ‘한집배달’ 왜 늦나 했더니…> 기사가 지적한 플랫폼 관련 문제는 계속 지적했으면 한다. 산업 변화와 함께 실생활에서 겪는 문제라 꾸준히 다뤄도 좋겠다. 7월1일자 김재중 사회부장 칼럼 <김용원·임현택 그리고 개저씨들>은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인사들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미개하고, 공감 능력이 부족한지 잘 꼬집었다. 정유재란 학술서를 소개한 7월2일자 <명나라 시각서 본 ‘우리가 몰랐던 정유재란’> 기사는 학술 도서 중요성을 일깨워 출판 종사자로서 반가웠다.
■김소리 = 7월1일자 중대재해 판결을 전수분석한 단독기사 <중대재해 적용 17건 중 2건…‘이주노동자 사망’ 갈수록 는다>가 눈에 띄었다. 중대재해 사건에서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이 많다는 점을 짚었고 이주노동자의 위태로운 안전 현실을 잘 분석했다. 화성 화재참사는 위험이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모든 노동문제가 집약된 사건이라 앞으로도 통합적 관점에서 이 사건을 다뤄주길 바란다. 7월1일자 <9년째 한국 노동자와 연대투쟁 일본 국철지바동력차노조> 기사는 한국 지사를 둔 일본 기업에 의해 해고된 한국 노동자와 일본 노동자가 연대하는 이야기라 의미 있었다. 교제폭력과 관련한 6월29일자 <‘법의 빈틈’이 키운 교제폭력…‘그놈’에게 죽는 여성들>(주간경향)도 수사기관이 사건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짚고 법 개정 필요성, 비동의간음죄 도입까지 조망한 좋은 기사였다. 6월27일자 <지하동물원에서 7년 만에 벗어난 백사자 이야기>는 동물은 전시 대상이라는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작년 말 동물수족관법이 개정돼 동물원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어 향후 변화가 있을 것이다. 6월4일자 <퀴어축제 뒤 우울감 호소하는 성소수자들>은 매년 퀴어축제가 이벤트로 소비되고 우리가 남의 이야기처럼 대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해주는 좋은 기사였다. 7월2일자 <소상공인, 빚 상환 부담에…폐업 결심 후 문 닫기까지 ‘11.9개월’ 걸린다>는 폐업 순간 대출금 상환과 마주하는 현실, 경제활동에 투입되지 못하면 사회적 손실이란 점을 다루면서 개선점도 정리해 많은 도움이 됐다.
■정연우 = 올해 경향포럼은 ‘분열의 시대 다양성과 포용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로 우리 시대에 적절한 화두를 잘 던졌다. 혐오와 차별이 삶과 인권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후속 기획을 해보면 어떨까. 5월 보도에서는 종합부동산세 폐지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유지했는데 지난달엔 달라진 거 같다. 6월7일자 최병천 칼럼 <종부세 폐지 공론화-고민정 의원이 옳다>는 종부세가 정책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며 진보의 낡은 세계관이 투영된 거라고 비판했다. 종부세가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어떤 사회적 요구와 의미를 담고 있는지 논의를 좀 더 확장하면 좋겠다. 6월19일자 경제직필 <금투세·종부세·상속세의 세 박자>에서는 정부의 감세정책은 부의 세습과 집중을 심화시켜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지적했다. 6월19·20일자 푸틴 방북, 북·러 정상회담 특집 기사도 깊이 있었는데 6월21일자 사설 <‘군사동맹 조약’ 맺은 북·러, 여야 초당적 해법 모색해야>는 두루뭉술한 편이어서 아쉬웠다. 화성 참사 관련 기사들은 위험의 이주화 문제를 깊이 있게 보도했다. 정부가 상법 개정을 시도하면서, 경영 판단 원칙에 입각한 행동은 배임죄를 묻지 않겠다며 재계를 달래려 하는데 경향신문엔 자세한 설명이 거의 없다. 6월18일자 <이복현이 던진 ‘상법개정+경영판단원칙’ 도입…“도리어 소액주주 보호 저해 우려”>에서 독자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꼼수 사퇴와 관련해 5인 체제 책임이 대통령에게만 있는지, 국회는 손 놓고 있는 것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제혁 논설위원의 7월3일자 한석호(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인터뷰는 그의 입장을 듣는 기회였지만 다른 관점을 가진 쪽의 입장도 들어보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조상식 = 한 달간 오피니언 주제들이 ‘정치적 사안’과 ‘삶의 다양한 측면’으로 양분됐다. 여권에 대한 비판적 논조와 민주당의 국회 단독 운영에 대한 지적이 균형을 이뤘다. 사설이 전반적으로 합리적이고 차분한 논조여서 긍정적이었다. ‘유보통합’ 해법과 ‘광화문광장 100m 태극기’ 비판은 합리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 관점을 드러냈다. 인권위원장 및 위원 임명과 관련된 다양한 필진의 글은 이 문제가 핫이슈임을 보여줬다. 6월25일자 이대근 칼럼 <언론은 애완견인가?>는 전형적인 양비론적 접근이며, 언론 생태계에 대한 심층적 고민 없이 특정 정치인 언어에만 초점을 둔 평면적 시각이었다. 사회·교육 분야 이슈는 의대 입시 중심의 대입 기사, 학생인권조례, 대입 무전공 선발, 일부 지자체의 성평등 도서 검열 등이었는데 쟁점·비판이 적절했다. 저출생 대책 기사는 다양한 각도에서 다뤄졌다. 교육 분야 중 가장 돋보였던 기사는 <학생인권이 교실을 무너뜨릴까?>(6월15일자 뉴스레터 점선면)였다. 현황, 쟁점, 해법 등을 입체적으로 다룬 수작이었다. 토마 피케티의 이론을 통해 교육불평등 문제를 융복합적으로 함께 접근한 교사들 이야기를 담은 6월10일자 <교실 밖서 답 찾게 하는 학교들>도 흥미로웠다.
■김봉신 = 6월7일자 <“이재명 대표 주변 근시안적 판단…‘설탕’만 먹으면 ‘이’ 다 썩어”>는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 개정 관련 김영진 의원의 목소리를 담은 시의적절한 인터뷰였다. 양측 입장이 갈리는 ‘원조 친명’ 분화와 같은 주제는 시리즈로 기획해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면 좋겠다. 6월10일자 1·8면의 <전기는 눈물을 타고 또 다른 밀양으로 흐른다> <삶터 짓밟는 폭력적 에너지 구조 바꿔야>는 국가폭력에 유린당한 일상의 터전, 망가진 주민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다. 종부세 관련 기사들은 대부분 폐지 혹은 완화가 불러올 부작용을 지적했다. 특히 6월6일자에 종부세에 한 면을 할애했는데 종부세의 역사, 역대 정부 입장, 순기능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데 종부세 폐지 공론화를 주장한 6월7일자 최병천 소장 기고문은 종부세의 이데올로기적 의미만을 부각한 게 아닌가 싶다. 신문 논조와 다른 내용이면 ‘본지 의견과는 다를 수 있다’는 안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지난 정부에 견줘 이번 정부의 ‘제안/청원’ 방문자 수가 하루 평균 99.3% 줄었다는 비교 결과를 보도한 6월24일자 <국민 발길 끊긴 ‘윤석열표 국민제안’> 기사는 대통령실의 무능, 불통을 가리키는 충격적인 지표였다. 경향포럼 참석 석학들의 인터뷰 기사는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포퓰리즘 문제를 언급한 야스차 뭉크 인터뷰는 우리 사회에 묵직한 경각심을 던졌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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