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영웅’의 인생역전 이야기[책과 삶]
돌파의 시간
커털린 커리코 지음 | 조은영 옮김
까치 | 388쪽 | 1만8000원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이용된 신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커털린 커리코의 자서전이다.
노벨상 수상 후 커리코의 인생역정이 화제가 됐다. 헝가리에서 가난한 푸주한의 딸로 태어났고, 연구를 위해 딸의 곰인형 속에 종잣돈 1200달러를 숨겨 미국으로 건너간 이야기가 대서특필됐다.
책은 바로 가난한 푸주한의 집에서 시작된다.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지독한 가난을 겪었고, 몸이 약해 걸핏하면 뼈가 부러지고 병치레를 하던 커리코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강렬했다. 커리코는 RNA에 매료된다. DNA가 유전정보를 간직한 영원불멸의 저장고라면, RNA는 우리 몸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기 위해 일시적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찰나의 분자다.
책의 제목 <돌파의 시간>은 커리코 인생 자체이기도 하다. 학계가 DNA에만 열중할 때, RNA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학계의 외면과 지원 부족에도 굴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갔다. 일하던 연구소에서 자리를 잃자 연구할 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났고, 연구만 할 수 있다면 낮은 직책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RNA에 대한 학계의 차가운 무관심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커리코는 노벨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드루 와이스먼을 만나 mRNA를 이용한 백신의 가능성에 눈을 뜬다. mRNA 항원을 이용하면 기존 백신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염증 반응이었다. mRNA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을 없애는 데 성공한 두 사람은 이를 ‘네이처’에 투고하지만 거절당하고, 면역학 학술지 ‘이뮤니티’에 게재되지만 주목받지 못한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커리코의 연구가 주목받는다. 커리코는 원격으로 백신 개발을 지휘했다. 커리코는 보수적인 과학계에서 여성이자, 헝가리 출신의 이민자이자, 외면받는 RNA 분야 연구자로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로지 자신의 연구만을 보며 돌파해갔다. 한 사람의 재능과 노력, 믿음과 의지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신화가 됐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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